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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평점 :
파울로 코엘료 할배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하면서도 임팩트 없는 작가도 드물지 싶다. 요즘은 덜 신선한 베르베르도 한때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안정적인 문체와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제목보다 인상강한 작품이 없는 것 같은 이 작가할배는 혹시 한국에서만 유명한건 아닐지..?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흐르는 강물처럼, 아크라문서.....뭔가 엄청난 홍보와 명성에 비해 20%쯤 아쉽고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나의 위시작가리스트에서 제외한 작가인데, 마타 하리라니.
이 얼마나 또한 영리하게 이슈되기 좋은 주제인가. 프랑스 사람들이 아름다운 모습과 추한 모습이 때에 따라 보이는 여성이 진짜 아름다운 여성이라 했다더니 마타 하리 그녀가 그런 존재아닌가.
뭐, 동영상 자료는 없으니 그녀의 춤 실력은 모르겠고, 몸매도 사진과 나이에 따라 매우 호불호가 가려지는데 지금까지 전설적인 이름인 것은 스파이로 사형당하기 전 이미 유명했던 무희이기 때문이리라.
일생 춤을 배운 적이 없던 그녀가 동양적 신비로움을 풍기는 신기어린 춤을 추는 것은 전통무용으로 승부할 수 없던 본인에게 아주 영리한 전략인데, 단순히 전략을 떠나 그래도 꽤 오랫동안 유명한 무희로 이름 난 것을 보면 배우지 않았어도 선천적인 우아함이나 카리스마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름답지만 인생에 대한 무지로 말도 안되는 결혼을 선택한 소녀시절, 학대받으며 남성들의 본성을 무의식중에 알아가던, 그러면서 자바의 무용과 문화를 접했던 결혼시절, 그리고 의식을 가진 주체적 여성으로서 본인의 삶을 선택하여 살게 된 화려한 무용수의 시절.
그리고 또한 성숙되지 않은 채 돈과 명성에 취해 살다 이를 잃어가면서 초조해지고 흔들리던 그녀가 1차 세계대전이라는 위험한 시간속에서 프랑스와 독일에 이용당하며 너무나 바보같이 어이없게 무너지게 된 스파이(?)시절.
때로는 본인의 서술로, 딸에게 보내는 유언으로, 그녀를 변호한 변호인이 그녀의 실수가 무엇이었고 억울한 점이 무엇인지를 편지로 써나가는 방식으로 적힌 소설이다.
읽기 쉽고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마타 하리라는 극적인 여인의 삶을 철저히 극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며 스파이로서 한 역할이 없기도 하지만 왜 이리 어리석게 이용당하였는지 그녀의 심리나 지적수준, 혹은 프랑스/독일의 전략적 상황에 대하여 자세히 적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가 딸에게 많은 그리움이 있는 것처럼 나오지만 딸과 관련된 부분도 거의 없고, 매혹적인 그녀의 사진자료도 거의 없다.
작가 자신도 마타 하리에 대하여 더 알고 싶으면 보도록 추천한 책들이 뒤에 따로 있을 정도이니....그저 작가는 유~~명한 여인을 통해 아주 약간의 불평등한 성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녀는 그저 다른 여성들과 달리 자기 욕망에 충실하며 이를 위해 거리낌없이 남성들을 이용했고 시대를 너무 앞서간 자유로움을 즐겨버렸다고. 그래서 전쟁이란 비인격적인 괴물을 만났을 때 아주 사소한 몇 가지 결점으로도 모든 사람들의 미움을 사고 배신을 당하고 죽음까지 당했다고.
그런데...이 이야기, 그렇게 억울하지도 불쌍하지도 매혹적이거나 섹시하지도 비밀스럽지도 않다. 파울로 할배는...걍 나랑 안 맞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