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라이팅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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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평소에 '책은 그저 읽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지내왔어요.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을 보면서, 가끔 '내 이름이 적힌 책이 하나쯤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 적은 있지만요. 하지만 막상 수만 자에서 수십만 자에 달하는 원고를 혼자서 끈기 있게 써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저에게 '책 쓰기'란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만 오를 수 있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정말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챗GPT 같은 AI 기술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면서, 글쓰기에 대한 장벽도 예전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예전에는 모니터에 빈 화면을 띄워놓고 '이 문장이 문법에 맞나?', '내용이 너무 뒤죽박죽 엉킨 건 아닐까?' 고민하느라 첫 문장도 쓰기 전에 지쳐버리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런 기술적이고 소모적인 윤문 작업은 AI가 훌륭하게 도와주는 시대가 온 거죠.

이런 변화 속에서 글쓰기의 진짜 의미가 뭘까 고민하던 제게, 황준연 작가님의 『바이브 라이팅』은 정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책의 부제부터가 아주 도발적이에요. 바로 "타이핑의 시대는 끝났다"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난 몇 년간 무려 140명의 저자를 데뷔시킨 1인 출판사 대표이자 책 쓰기 코치입니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아주 명확해요. 작가는 더 이상 엉덩이를 무겁게 의자에 붙이고 키보드만 성실하게 두드리는 '언어 노동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대신 글의 뼈대를 세우고 핵심 메시지를 지시하는 '서사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죠.

사실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요즘 흔하게 나오는, AI가 알아서 책을 다 써준다는 얄팍한 마법을 이야기하는 건가?' 하고 살짝 의심도 했어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오히려 뼈 때리는 팩트 폭행이 이어집니다. 작가가 자기만의 생각이나 철학(이 책에서는 이것을 작가의 '바이브'라고 부릅니다)을 제대로 던져주지 않으면, AI(듀얼 브레인)도 결코 의미 있는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거든요.


내가 0을 입력하면 결과값도 0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기계가 피로 없이 문장을 매끄럽게 조립해 주는 든든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진짜 영혼과 고유성은 오롯이 작가 본인의 몫이라는 점을 아주 정직하고 날카롭게 짚어줍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저 같은 글쓰기 초보자들은 또다시 막막한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AI가 도와준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제가 이 책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고 위안을 얻은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책에서는 이 막막함을 확실하게 깨주는 '14개의 질문'을 제시하거든요. 정체성, 독자, 서사, 약속이라는 네 가지 기준으로 촘촘하게 짜인 질문 리스트인데, 이게 그동안 140명의 작가를 코칭하면서 뽑아낸 진짜 실전 액기스라고 해요.

거창하게 책의 서론을 어떻게 멋지게 시작할지, 첫 문장을 어떻게 쓸지 머리 싸맬 필요가 없더라고요. 일단 나 자신에게 이 14개의 질문을 던지고, 아주 솔직하게 답을 툭툭 던져보는 겁니다. 단 5분 안에 끝나는 이 질문지가 곧 '나'라는 작가의 고유한 페르소나 지문이 된다고 하니, 머릿속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제 생각들도 한데 모이면 꽤 단단한 책의 뼈대가 될 수 있겠다는 묘한 자신감이 솟아났습니다. 게다가 저자가 17.6kg을 감량하고 390회나 헌혈을 이어온 지독한 실행력의 소유자라는 걸 알고 나니, 이 집필 시스템이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꼼수가 아니라 단단한 '반복의 습관' 위에 세워졌다는 점에서 더 큰 신뢰가 생겼습니다.

책을 다 덮고 나니, 그동안 글쓰기 앞에서 저를 짓누르던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문장을 써내야 한다'는 강박이 눈 녹듯 사라진 기분입니다. 화려한 포장지가 아니라 알맹이, 내가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있는데, 어떻게 밖으로 꺼내야 할지 몰라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수없이 망설였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저도 당장 책 부록에 있는 14개의 질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답부터 달아보려고 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한 번 해보고 포기하지 않기! 그렇게 매일매일 내 생각의 조각들을 묻고 답하다 보면, 언젠가 제 이름 석 자가 당당히 적힌 진짜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쓰기에 대한 거대한 두려움을 기분 좋은 설렘과 실행력으로 바꿔준, 아주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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