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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 이야기 -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일본 건축의 본질과 미래
구마 겐고 지음, 서동천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1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일본 건축 이야기'는 제가 처음 예상했던 건축책과는 방향이 조금 달랐던 책입니다. 평소 단독주택에 관심이 있어 건축 관련 카페에도 가입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찾아보는 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면 일본에서 건축을 배우고 왔다는 분들이 유독 많고, 일본 건축을 높게 평가하는 이야기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이 책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건축 기법이나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는 실용서라기보다, 일본 건축이 어떤 고민과 갈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차분히 되짚는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브루노 타우트가 일본 건축을 ‘형태가 아닌 관계의 건축’으로 바라봤다는 대목에서 책을 잠시 멈추고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전통 건축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의도된 양식이 아니라, 환경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였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구마 겐고가 반복해서 말하는 ‘약함’이라는 개념도 오래 남습니다. 강하고 눈에 띄는 건축이 아니라, 목재나 종이처럼 사라질 수도 있는 재료를 통해 주변에 스며드는 건축. 서구식 콘크리트 건축에서 벗어나 일본 고유의 언어를 찾으려는 그의 고민은 단순한 미학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건축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건축을 잘 모르는 저도 공간이 사람에게 남기는 감각과 기억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언젠가 제 버킷리스트에 적어둔 일본 시골 마을을 직접 걸으며, 이 책에서 말하던 일본 건축의 결을 눈으로 보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본 건축 이야기'는 건축서이면서 동시에 문화 에세이에 가까운 책입니다. 일본 문화와 공간의 본질에 관심 있는 분들께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