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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벤 앰브리지 지음, 이지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작성한 서평입니다.

솔직히 제목부터 꽂혔다.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라니, 요즘 같은 자기계발서 홍수 시대에 또 하나의 처세서겠지 했는데, 주말 카페에서 첫 장을 넘기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벤 앰브리지 교수는 뇌과학과 심리학 이야기를 어려운 용어 대신 '퀘스트', '괴물', '불화' 같은 스토리 레시피로 풀어낸다. 덕분에 내가 게임 퀘스트 깨듯 목표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발상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지루한 일상을 뒤집고 싶을 때는 스스로를 모험가로 설정하는 퀘스트 플롯, 복잡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싶을 때는 실타래를 풀 듯 정돈하는 언탱글드 플롯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핵심은 '여덟 가지 마스터플롯'이다. 나는 읽는 내내 "내 취미인 몸만들기에 괴물 플롯을 적용하면 어떨까?"를 떠올렸다. 헬스장 안 가고 배달음식 시킬 때마다 '괴물한테 잡아먹힐 위기'라고 상상하니, 이상하게도 운동화 끈 묶기가 쉬워졌다.
더 흥미로운 건, 플롯이 잘못 쓰이면 음모론이나 증오 범죄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책 말미에 트럼프나 나치 사례를 들며 '약자 서사'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보여주는데, 뉴스 속 갈등이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플롯 싸움'일 수 있다는 깨달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덕분에 요즘 온라인 댓글 볼 때 "저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길래 저럴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문장 자체는 가볍다. 오디세이아와 스타워즈, 심지어 기생충까지 예시가 줄줄이 등장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다만 초반에는 "또 플롯 이야기?" 싶을 정도로 반복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각 장 말미의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일기장에 옮겨 적어보면 '행동 설계'가 의외로 구체적이라는 걸 체험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인생이 막혀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은 "결말부터 적어 봐!" 하고 등을 떠미는 든든한 친구 같다. 거창한 비전보다 "내 하루를 어떤 이야기로 만들 건가?"를 묻는 방식이 초보자에게 훨씬 실용적이다. 나도 이번 달 목표를 구멍 플롯에서 퀘스트 플롯으로 재설정해 봤다. 당신도 한 번, 자신의 내러티브를 새로 써 보는 건 어떨까? 삶이 스토리 한 편처럼 덜 막막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