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3
김경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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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는 뱀파이어야!’

 

  이 글을 보는 순간, 작가의 재치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10대였을 때도 이런 적이 참 많았다. 몇 십 만원이나 하는 브랜드 패딩이 유행한 적이 있었고, 많은 애들이 같은 브랜드 운동화들로 차례대로 바꾼 적도 있었다.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유행을 타, 모두가 비싼 값을 두고 미용실로 간 적 또한 있다. 재미있는 점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유행에 따라 브랜드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이 근사한 신발을 신고 있다면, 왠지 나도 그 정도는 갖추어야 같은 수준 범위에 들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청소년은 매우 힘든 단계인 것 같다. 더 이상 어린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어른은 아닌 어중간한 단계. 15페이지의 내용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준다. 우리가 어렸을 땐, 우리에겐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보다 엄마, 아빠가 더 중요했었고 엄마, 아빠의 사랑이 삶의 이유였었다. 그때 우리들은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고 배웠다. 그러다 조금 크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조금씩 찾게 됐다. 그 과정에서 어른들의 말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관심이 가게 되고,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어른들은 2같은 말로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이상하게 여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도 공감하려고도 하지 않으니, 상처만 남을 뿐이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가 어색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 책에서는 비싼 브랜드의 점퍼를 사달라고 요청하는 아들, 현수와 그것을 반대하는 현수 아버지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볼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청소년 문학을 접하면서 부모 자식간의 대결이란 대결은 많이도 접했었다. 그런데 이번 대결처럼 인상 깊은 대결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느 집에서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자녀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가? 예상 외의 전개였지만 신선해서 재미있었다. 현수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는 정보들, 현수의 누나인 연수의 알찬 조언들 하나하나가 미처 몰랐던 것들이라 즐겁게 배웠다. 현수의 프레젠테이션을 볼 때는 어느샌가 나 또한 청중이 되어 진지하게 발표를 듣고, 반응하고 있었다. 또 현수의 발표의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현수 아버지의 반론은 브랜드의 이점과 단점, 그 두 가지를 놓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줬다.

 

 현수와 현수아버지의 썰전은 총 3개의 라운드로 이루어진다. 1라운드에서 현수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역할과 더불어 브랜드가 주는 이점, 편리성에 대해 말했다. 그에 아버지는 브랜드의 이면, 즉 그림자 같은 부분을 언급했다. 브랜드가 처음 가진 의미가 ‘keep your hand off’인 줄이야, 그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브랜드의 위에서는 매우 편리한 삶을 누리지만, 그 아래에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무자비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2라운드에선 아름다운 가게나 굿네이버스 같은 이타적인 브랜드를 예로 들어, 브랜드의 이점을 발표하고 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브랜드 중에는 노동자의 피를 빠는 악랄한 브랜드가 있는 동시에 타인을 돕고, 봉사하고, 타인과 이윤을 나누고자 하는 착한 브랜드가 있었다.

 

 사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이,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현수의 발표가 비싼 브랜드 점퍼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브랜드의 역할과 편리성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 그러나 그게 현수가 비싼 브랜드의 점퍼를 사고 싶어하는 이유와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또 착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잘 알겠다. 브랜드의 악한 내용만 듣다 착하다는 내용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긴 했다. 근데 그게 현수가 비싼 브랜드의 점퍼를 사려고 하는 이유와 무슨 상관인지 역시 모르겠다. 비싼 점퍼를 파는 브랜드가 착한 브랜드라면 별 생각 안 들었을 텐데, 그것도 아니니. 결국 현수의 프레젠테이션은 브랜드의 필요성에 대해선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브랜드 점퍼를 입어야 하는 이유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3라운드의 내용은 브랜드가 자신을 표현하거나 나타낼 때 쓰인다는 것이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추억이 된다는 점에서 그런 주장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브랜드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그들의 삶의 일부로서 함께 하고 있다.

 

 인간은 세상의 하나뿐인 원본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는 비슷비슷한 복사본으로 죽는다.’

 

 현수의 발표에 아버지가 한 반론이었다. 이는 브랜드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 인간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브랜드로 보완하려는 나약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브랜드가 세상에 주는 영향들의 결과에 대한 내용은 매우 놀랐다. 자주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는 습관이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 지 몰랐다. 당장 눈앞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안일하게 생각했었던 나 자신이 매우 반성됐다. 결국 브랜드는 사람간의 차별을 만들고, 물질주의와 소비주의를 일으키는 동시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나쁜 것인 걸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브랜드 반대!’를 외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음을 181 페이지에 도달해서야 깨달았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봐야 하는 거잖아.’

 

 브랜드와 사람의 관계도 그렇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일인지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의무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브랜드의 개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이점과 이면 그리고 경제, 사회, 문화, 심리, 철학 등 여러 관점에서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브랜드의 이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가 브랜드를 통해 누려야 하는 가치가 진정으로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타인이나 여러 매체의 농락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찾고 현명한 판단을 했던 현수의 태도야 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브랜드가 판을 치는 세상 속에서 사는 우리이기에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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