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빔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4
신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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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정류장에서 흔히 보는 버스 외부 광고의 대부분은 성형외과 광고인 것 같다. 물론 결혼 중매 광고도 있고, 영화 광고, 등 다른 광고들도 있긴 하지만 성형외과 광고만큼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드물지 않나. 성형외과 광고의 문구는 대개 예뻐지고 싶다면혹은 , , 입을 살리는 얼굴형과 같은 문구들이 대부분이며, 광고의 그림은 거의 못생긴 사람과 반반하게 생긴 사람을 나란히 놓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비교하도록 유도한다.

 <꼰대 아빠와 등골 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이라는 책에서 이런 대사가 있다.

 “ 미국의 한 연구 기관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육천 개에서 팔천 개에 이르는 브랜드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 <중략> 브랜드는 이런 식으로 우리의 무의식 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있어.”

 위 대사처럼 우리는 성형외과 광고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이는 성형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게 하며, 수술을 쉽게 결정하게 만들도록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플라스틱 빔보(plastic bimbo)란 성형 미인을 뜻한다. 이때 빔보는 뷰티(beauty)와 같은 미인이란 의미를 갖고 있으나 보통 머리가 빈 미인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이 플라스틱 빔보는 주인공, 강혜규를 중심으로 성형 수술을 원하는 여학생들이 만든 일종의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성형 수술을 혐오했었던 혜규는 부상을 당하면서 성형수술에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였다. 9번의 칭찬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은 한 번의 비난이란 말이 있다. 부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빠르게 회복되어 안심했던 혜규에게 다 나은 거니?’같이 외모에 대한 의문은 별거 아닌 질문이었음에도 혜규를 불안하게 만든다. 부상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얼굴인데, 새삼스레 못나 보이는 게…… 그토록 혐오스러웠던 성형이 왠지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은 혼자보다는 친구와 함께 수술을 받으면 수술비를 할인해주는 곳이 많다. 내 위의 선배들도 같은 성형외과에서 다같이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비용이 50만원 채 되지 않았었다. 혜규 또한 이런 기회를 알았기에 함께 성형할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또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나 혜규의 생각대로 좀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수상한 사람으로부터 온 이상한, 경고의 메시지 그리고 같은 학교의, 여학생과 유명 연예인의 잇따른 죽음들. 그 모든 사건, 사고가 성형 수술과 무관하지 않다. 혜규는 진실의 실마리에 가까워지면서 성형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안티 플라스틱이라는 성형 반대 모임을 결성한다.

 내 친구들 중 절반은 쌍꺼풀 수술을 했다. 걔네가 수술을 하기 전날 그들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쌍수는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야!”라고 주장했었다. 쌍꺼풀을 만드는 것이 이제는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쌍꺼풀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쌍수가 간단하고 가벼운 시술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나도 쌍꺼풀 수술을 중3때쯤인가, 결심한 적이 있다. 결국엔 비싼 수술비 때문에, 그리고 수술과정을 구두로 세세하게 설명하며 중3꼬마애를 겁줬던 간호사 언니 때문에 겁이 나 그만 뒀다. 지금은 얼굴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화장품들이 많아, 화장을 하며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강남 미인도를 보면 성형을 안 한 게 어쩌면 다행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미인도는 마치 성형이 똑 같은 미인을 생산하는 기계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이었다. 수술용 기구와 보형물들 아래로 똑같은 얼굴들을 뚝딱뚝딱 생산하는 기계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성형 수술이 단순히 미용을 목적으로 생겨난 치료가 아님을 계속해서 전달한다. 성형외과 시스템의 불안정성, 섀도 닥터의 비전문성, 등을 드러내면서 성형 수술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성형에 대한 오늘날의 인식에 대해 비판하는 동시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이 책만의 특별함을 엿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성형을 반대하기 보다는, 그저 성형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어 자신을 위한 판단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자신을 위한 판단, 후회가 없는 결단을 위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 풍토나 타인의 시선에 휘둘린 선택이 아닌, 진짜 선택을 말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식상한 얘기지만, 내 생각엔 내면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달 넘게 입어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속옷 위로 아무리 깨끗한 바지, 근사한 바지를 입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아무 이상 없을까? 멋진 바지를 입었으니 괜찮은 걸까? 아니다, 그 속옷의 지독한 냄새는 바지에 베어 바지까지 냄새가 전염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속옷이 깨끗하면, 바지가 화려하지 않아도 냄새 날 걱정이 없다. 왜냐면 속옷이 깨끗하니까! 이처럼 지금 우리에겐 외적인 미()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미를 갈고 닦는 게 일단은, 우선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귀한 깨달음을 준 플라스틱 빔보를 이 글을 본 여러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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