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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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크게 싸워 절교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느꼈던 슬픔은 너무도 내 삶이 끝나기까지 영원할 것만 같았고, 평생 친구 하나 없이 외로이 살다 홀로 늙어 죽진 않을까 걱정스러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 새 친구가 생겼다. 현재는 그 친구와 오랫동안 연을 맺고 잘 살고 있다. 그때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아주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저번 주 목요일에 절교했던 친구에게 페이스북 친구 요청이 왔다.

 

  인생사는 새옹지마란 말이 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오늘은 새 신발을 신어 기분이 좋았지만 다음 날엔 내 것보다 더 좋은 신발을 산 친구를 보며 하루 온종일 기분이 꿀꿀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인생은 Never Ending Story 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결말이 없고, 정해진 답도 없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고 결과가 달라지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인생을 낱낱이 보여주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아이의 이름은 태산이. 오래 전에 어머니께서 위암으로 돌아가신 이후로 줄곧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던 태산이는 어느 날 아버지께서 사고로 돌아가시자 홀로 세상에 남겨진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지 태산이의 주변엔 좋은 이웃들이 많았다. 진짜 자식인 것처럼 태산이를 신경써주시는 떡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조금 제멋대로고 철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자상한 친구 기형이. 그 외에도 선생님, 학교 친구들, 등 여럿 분들이 태산이의 곁에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기시고 간 ‘장사 쌀집’을 호시탐탐 노리는 오촌 아저씨와 태산, 자신을 양자로 삼길 원하는 떡집 아저씨, 아주머니 사이에서 진절머리를 느낀 태산은 아버지의 메시지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가보라던 곳인 해리 미용실을 찾아가 보았고, 그곳에서 주인집 남자를 만난다. 아버지와 어떤 인연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버지 성함조차 모르는 주인남자가 태산은 신경 쓰인다. 어디선가 본 듯 낯익은 여성의 사진도 그렇고, 원 안에 갈매기가 있는 그림의 십자수도 집에 있는 것과 똑같아서 더더욱 그렇다. 주인집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나날이 커져갈 때쯤 ‘손으로 말해요’동호회 캠프에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가게 된 태산. 거기서 어느 한 변호사를 만나게 된다. 멋진 미용 재주를 펼치던 변호사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옛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미용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항공 학교에 다녔던 친구의 이야기였다. 승무원인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약속했었으나 비행기 사고로 그녀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사람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까지 보고 들어왔던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즐이 딱딱 맞춰지듯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조심스레 펼친 사진첩에서 낯설지만 익숙한 사진을 보았을 때였다.

 

  “사람은 말이다. 양파 같은 거다. 여러 개의 껍질로 쌓여있단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저 밖으로 내보이는 게 내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중략> 어려움을 벗겨내면 그와 반대가 기다리고 있고, 슬픔을 벗겨내면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이 슬프다고 내일까지 슬픈 법은 없고 지금이 힘들다고 네 앞날이 계속 그렇지도 않을 거야.”

 

 지금의 슬픈 일은 시간이 지나면 그냥 지나간 일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슬픈 일을 잊으려고, 지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속에 담아도 좋고, 늘 기억 속에서 꺼내 회상을 해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일들이 계속해서 차고 넘쳐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니까. 보이는 것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전부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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