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소울 스키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5
박은몽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말하자면 읽는 내내 답답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되지! 선생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되지! 또 거기 공원은 왜 가는 거야, 바보같이! 별의 별 생각을 다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답답해 죽을망정 욕할 수는 없었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5살 때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시 내가 동경했던 멋진 어른의 유형은 짧은 치마를 입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멋쟁이인데다가 가장 높은 곳에서 군림하여 주변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벌벌 떨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이 그런 유형이 되었고 그와 비슷한 유형인 아이들의 표적이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때때로 나는 지수가 되기도 하고, 아경이가 되기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지냈던 것 같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아니요’다. 키도 150cm 정도 밖에 안 되는 애가 어른인 척, 그것도 불량배 흉배를 냈었다고 생각하면 괜스레 손, 발에 쥐가 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없었던 일이었으면 하냐고 물어보면, 그것 또한 ‘아니요’다. 그때의 미성숙한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성숙한 내가 있게 된 것이니 말이다.

 

 이 책에선 두 청소년 친구들이 나온다. 늘 학업을 강요하는 어머니가 질린 나머지 가출을 시도한 강아경과 재혼 준비에 바쁜 아버지와 학교 친구들에게서 소외받는 심아경이 그 인물들이다. 둘은 이름도 비슷하고 또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지만 갈 데 없는 점도 똑같다. 같은 처지인 두 사람은 마치 미리 준비된 운명처럼 급속도로 서로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느새 서로의 아픔에 가슴 아파하는 정도가 되어 나중엔 시간을 공유하는 소중한 사이가 된다.

 

 이 부분은 아름다운 우정이라고 감탄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들 주위엔 그들을 이해해 줄 어른이 없기 때문에 또래인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건가 싶어 마음이 먹먹하다. 일반적으로 친구보단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더 효율적이지 않나. 그러고 보면 그만큼 아이들에게 있어서 어른은 그리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한 것 같다. 상담실 앞에 있는 ‘무엇이든 이야기하세요. 도와드립니다.’라 적혀있는 표시판을 보고 코웃음 치는 아이들이니 말이다.

 

 [차라리 세상이 원하는 방식대로 존재할 수 있어야 사는 게 훨씬 쉬울 것이다. 눈 두 개를 원하면 눈 두 개를 달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원하는 방식대로 존재할 수 있다면 불편한 시선을 느끼게 될 일도 없을 텐데…….<중략> 눈이 두 개 달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눈 하나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그저 달아나고 싶을 뿐이었다.]

 

 어른들이 가진 잣대가 아이들을 숨막히게 하고, 결국 그들을 세상 끝으로 내몰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이 설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방황하고, 또 도망치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말이다. 이때, 어른들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상처를 더욱 벌리는 것이 아니라. 방황하는 그들에게 돌아올 곳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언제든지 돌아와도 변함없이 따뜻할 미소와 안락할 품을 제공한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매서운 눈보라가 불어 혼란스러웠던 아이들의 마음에도 곧 봄은 오기마련이다. 방황하던 15살의 나를 끝까지 붙잡았던 어머니의 말랑말랑한 손처럼 봄은 당연한 곳에서 올 것 이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어른들께 이렇게 전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잊되, 당연한 것은 잊지 말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