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3
수잔 거베이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캐서린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흉터 때문에 얼굴 붉히거나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며 속앓이한 적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엔 반점만한 흉터가 코에 있는 경우였는데, 남들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있는 흉터였기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상대방은 정작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도, 나 혼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유추하여 상처입고 괴로워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쓸데없는 집착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것에 얽혀있어서 그동안 많은 기회와 보상을 번번이 놓쳤었다. 좀 더 자유로웠다면 지금의 내 처지가 한결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진정으로 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책에는 나보다 더 커다란 흉터를 가진 여자 아이, 캐서린이 나온다. 그녀는 어릴 적에 화상을 입게 되고, 셀 수 없이 많은 수술을 받는다. 몇 차례의 이식 수술을 통하여 점차 나아지지만, 여전히 한 쪽 몸을 덮은 흉터는 늘 그녀를 옥죄어온다.

 

 그녀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헌신적인 어머니, 의젓한 언니인 레이첼, 상냥한 친구 제시. 그리고 어른스런 남자친구 윌리엄같이 말이다. 그런 좋은 사람들이 곁에서 기다려주었기 때문에 흉터에 절망적이었던 캐서린이 비로소 그에 대해 극복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내 주변엔 캐서린 같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녀가 얼마나 상처받았고 또 얼마나 고독을 느꼈는지에 대하여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거니와 섣불리 격려의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앞서 내 경험을 쓴 것에도 너무 지나친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하다. 이는 캐서린이 제시의 손톱만한 흉터를 부러워했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나, 제시의 말이 얼마나 부러운 표현이었을까 생각하면 그녀를 배려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러나 굳이 변명해보자면 그런 식으로나마 그녀의 아름 한 자락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왠지 그래야만 그녀가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공유되는 배려와 헌신, 그리고 신뢰만이 ‘치유’를 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웠다.

 

 결과적으로 캐서린은 자신의 흉터를 자신의 삶 가운데서 받아들인다. 그동안 피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었던 아픔조차도 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놓쳤던 기회들을 다시 거머쥐고자 다짐한다. 제목 그대로, 그녀는 ‘나비’였다. 연약해보이지만 아픔마저 사랑할 수 있는 강인함이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찢어지기 쉬운 연약한 날개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기후를 찾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나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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