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있나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2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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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에 다니던 당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나의 말에 어머니께서는 안방 문을 잠그고 긴 시간동안 내게 설교를 하셨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별 내용은 없었다. 대부분 ‘먹고 살기 힘들’거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림을 좋아했던 나는 그 이후로 스케치북을 피기 보단 교과서, 문제집을 펴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린 마음이 상처받진 않을까 싶어 돌려서 ‘먹고 살기 힘들’다고 표현한 어머니 말 속에서 은연중에 깨달은 것 같다. ‘만화는 대접받지 못하는, 쓸모없는 일이구나.’ 그래서 한동안은 만화도 보기 싫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이 어느 경우에 대하여 제한되거나 미치지 못할 때,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 걸까 하고 생각했던 때가 말이다. 재연과 재규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진 않았을까 싶다.

 어머니의 기대로 하던 수능 공부였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일은 식당 운영에 있었던 재연과 미술이 좋아 선택하였지만 그것이 진짜 자신을 위한 길인 걸까하며 고민하는 재규. 그리고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춤에 대한 열정을 끄려하지 않는 준모. 마지막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명문대에 진학했으나 그곳에서 조차 꿈을 찾지 못하는 서진. 그 모두가 꿈에 대하여 고민하는 건 똑같으나 그에 접근하는 방법이 제각각이다.

 고아가 된 재연과 재규는 더 이상 곁에서 자신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진 동시에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그들에게 상관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뭐든지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기에 그 선택의 결과는 오로지 자신만이 책임을 져야 했다. 이에 식당 운영에 대한 꿈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재연과는 달리 재규는 분명하게 정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재규의 친구 준모 또한 재연처럼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작년 말에 비로소 현대 무용가를 꿈으로 정한 준모는 장교 출신 아버지 몰래 자신의 유일한 지지자인 어머니의 격려를 받으며 춤 연습에 매진한다. 나중에는 사실을 안 아버지께서 크게 화가 나셔서 던진 물건에 맞아 입원을 하게 되지만, 그 마저도 꿈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재규의 주변엔 이렇듯 꿈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성공과 후퇴의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는 재규의 마음속에도 어느 샌가 그들과 같은 타오르는 꿈에 대한 소망이 넌지시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런 셋과 서진을 비교해보면 아쉽기 그지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이고, 소망은 어떤 것인지 알이 못한 채, 주위 어른들의 기대에 얽매여 있는 서진의 모습은 그들과는 대조적이어서,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모두가 자신의 꿈을 명확히 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난 어떤 것을 좋아할까?’, ‘무엇이 내게 더 잘 어울릴까?’란 물음에서 시작해서 ‘돈은 많이 벌까?’, ‘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직업일까?’란 물음까지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물음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꿈을 찾는 데에 있어서 방해물이 되는 건 아닌가 싶다. 자신을 위한 질문과 세상을 위한 질문. 두 질문이 주는 느낌이 다르듯, 결과도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였다.

 입시를 앞둔 시점에서 나 또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며 살 수 있을까?’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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