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리와 위대한 결투 비룡소 걸작선 64
B. B. 올스턴 지음, 고드윈 아크판 그림, 김경희 옮김 / 비룡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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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선한 존재가 된다는 건 선택이야. 선택하고 또 선택해야만 해. 아무리 힘들어도, 어둠에 굴복하고 싶은 유혹이 들어도 계속 선한 길을 선택해 나가야만 하는 거야.”(p. 208)


지난여름 초자연 세계를 위기에 구한 열세 살 소녀 아마리의  아마리와 밤의 형제단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다. 알려진 세계에서는 임대주택 구역 출신의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아마리는 초자연 세계에서도 마법이 재능이란 이유로 주변의 선입견을 감당해야 했다. 오빠 퀸턴을 찾아 악당과 맞서는 과정은 아마리에게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지만, 아마리는 제 곁을 지켜주는 친구와 가족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옳다고 믿은 길을 용감하게 증명하고 싶었고, 마침내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

다시 찾아온 여름, 두 번째 초자연 현상 관리국 여름캠프 시즌이 돌아왔다. 아마리와 위대한 결투에서는 작년보다 좀 더 자라고 여유로워진 아마리를 만날 수 있다. 마법사라며 받았던 날선 시선이 줄었고 그를 응원하는 존재들이 생겼다. 정식 주니어 요원으로서 보내게 될 여름을 기대한 아마리는, 현장학습을 가던 길에 시간 정치 사태에 휘말리고 만다. 마법사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아마리를 향하고, 새로 부임한 총리 베인과 본부장 할로는 마법사를 포함한 거부 대상자를 색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시간 정지 사태가 거부 대상자의 짓이 아닌 것을 밝힌다면 모든 오해를 풀 수 있겠지만, 관리국 어느 곳에서도 수사를 펼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아마리는 그의 단짝 엘시와 함께 비밀스럽게 수사를 진행한다. 한편 국제 마법사 연맹에서는 베인의 위협에 대비하고자 새로운 지도자를 정하고자 했다. 아마리와, 그의 옛 파트너인 딜런에게 위대한 결투에서 승리한 자에게 왕관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보이지 않은 심연에 갇혀 있었던 딜런은 아마리가 기억하는 소년이 더 이상 아니었다. 아마리는 관리국과 마법사 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 위대한 결투를 받아들인다.


아마리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웃었다. “난 해낼 수 있어요.”,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니에요? 난 무사할 테니까 걱정 마요.” 하지만 혼자 남겨진 엘리베이터에서 중얼거리는 말은 내게도 아프게 다가왔다. “아니요. 이제 나한테 달렸어요. 전부 내가 지고 가야 해요.” 지난여름 쉽게 주눅들고 움츠러들었던 아마리는 용기를 내는 방법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모든 일들이 틀어지기만 하자 아마리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위대한 결투에서 딜런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다 단짝 친구 엘시가 이번 여름을 끝으로 먼곳으로 떠나게 된다. 오빠 퀸턴은 여전히 저주로 깨어나지 못했고, 아마리 자신은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베인과 할로에게 협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나의 안위만 우선시할 수 있다면. 문제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면아마리가 제이든에게 속마음을 꺼내는 장면이 있다. “가끔 난 내가 과연 여기 속한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어. 앞으로도 나는 늘 그 마법사 소녀로 통하겠지. 사람들이 날 멋지다고 여기든 넌더리 나게 싫어하든 상관없이 난 늘 사람들 속에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아.”라고. 그 뒤로 이어진 제이든의 대답에 나는 밑줄을 그었다.

 

아마리, 네가 정말로 속한 곳이 어디인지는 너 스스로 알아내야 할지도 몰라. 솔직히 피터스 아주머니가 날 여기 데려다주셨을 때 진짜 긴장됐거든. 그런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나만의 길을 더 열심히 찾게 되었달까? 우리가 같이 왔으면 아마 네 뒤에 숨으려고만 했을지도 몰라. 그쪽이 더 마음 편했을 테니까.” (p. 429)

 

길을 잃고 무너진 아마리에게 그 말은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까 생각했다. 길을 잃었지만 다시 일어나 너만의 길을 찾아도 된다는 말처럼 느껴졌을 테니까. 어느 것도 정답이 되거나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네가 용기 내어 걸어간 길이 너만의 해답이 될 거란 의미였으니까. 아마리는 그제야 자신을 둘러싼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언제나 자신을 믿어 주는 엘시와 제이든, 그리고 한때 자신을 괴롭혔지만 지금은 자신의 편이 되어 준 라라를 보았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는 마음이 아이들의 등 뒤를 단단하게 밀어 준다. 넘어지지 않도록.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아마리는 그제야 마리아 언니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선택이라는 말. 추한 존재가 되는 일은 쉽다.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의 안전만을 위하는 일은 본능적인 것이니까. 그것을 거스르는 일은 어려울 것이 당연했다. 나보다 타인의 안전을 생각하고 나보다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것일 테다. 하지만 아마리는 기꺼이 몇 번이고 그 기로에 서겠다고 이야기한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아마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나는 선한 존재가 되기로 선택한다. 나는 벼랑 끝에 위태로이 서 있는 나 자신을 뒤로 끌어당겼다.”(p. 556)

 

이번 책에서는 주변 어른들의 역할도 눈에 들어왔다. 기숙사에서 빠져나오는 아마리 일행을 못 본 척해 주었던 버사 교관이 그랬다. “우리 어른들 세상에는 다 알아도 모른 척이라는 게 있거든.”(p. 523) 세상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할 일 중 하나는 그런 거겠구나 생각했다. 마법을 잃은 속상한 아마리에게 퀸턴이 했던 격려도 떠오른다. “그럼 싸워야지.” 하고 씩 웃는 아마리의 모습은 나 또한 마음을 보태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 아마리의 다음 여정이 기다려지는 제2권이었다. 속삭이는 협곡, 고대 도서관, 수중 열차에 이어 만나게 될 신비롭고 환상적인 무대도 기대가 크다.

 

때로는 우리를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제부터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는 것뿐이야. 일을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싸울 거냐 아니면 납작 엎드려 항복할 거냐를 정하는 거지. 내 눈에는 여전히 아마리 피터스를 굳게 믿고 지지하는 친구들이 네 곁에 함께 있는 것 같은데?”(p. 572)

 

*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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