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박테리아야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ㅣ 수상한 심해원정대
김대철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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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박테리아야 #김대철작가님 #안예리작가님

“박테리아? 그거 세균이잖아? 병이나 옮기는 무섭고 나쁜 친구.” (p. 9)

 

그 말을 들은 주인공 시아는 억울하다. 박테리아라고 하면 세균 같은 걸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주변 친구들이 그 말에 겁부터 먹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시아는 박테리아가 세균 같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우리가 자주 먹는 요구르트나 김치를 만드는 유산균에도! 사람의 몸에 있는 대장균에도! 이 박테리아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세균이라 오해받는 박테리아가 사실은 지구의 최초 생물체일지도 모른다는 것까지도!

 

시아가 살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서쪽 상어만은 햇볕이 잘 들고 물이 따뜻한 바다다. 평소처럼 산소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던 시아는 문득 좀 더 넓은 바다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저 밖의 넓은 바다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지. 어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덩치 크고 힘이 센 돌고래 콩콩이와 세상 경험이 풍부한 지혜로운 거북이 천천이가 시아의 모험길에 합류한다. 이른바 심해탐사팀으로 똘똘 뭉친 세 친구가 기대와 호기심을 안고 새로운 바다로 헤엄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험은 생각 이상으로 파란만장하다. 시아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와 똑같은 바다가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탐사팀은 백화 현상이 일어나 생물이 살지 못하게 된 사막을 지나기도 하고, 어부가 놓고 간 고기잡이 그물에 걸리기도 한다. 처음 가 본 용궁에서는 심해아귀 등불이의 함정에 빠져 감옥에 갇히기도 했고, 자신들을 붙잡으려는 덩어리 군대들에게서 맞서 싸워야 하기도 했다. 여행 초반에 시아와 아이들이 빛 한 점 없는 깊은 바다를 헤엄쳐야 했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어두운 바다를 두려워하는 시아에게 콩콩이가 했던 말이다.

 

“시아야, 나도 무섭긴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후회할 것 같아. 이 아래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여기도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겠지. 누군가 산다면 우리도 살 수 있을 거야.” (p. 41)

 

예상치 못한 위험이 만연한 바다이지만 결국 이곳도 누군가가 살고 있는 곳이란 거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시아와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어느 바다에서나 존재한다는 바다 바이러스와 마그마 공장에 사는 박테리아 폼페이, 그리고 심해 농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게와 새우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바다이지만 시아와 아이들은 그곳에 사는 생물들을 통해 그 바다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부터 날카로운 이를 갖고 있는 생물까지, 사실은 모두가 서로를 도와 공생하며 살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어. (…) 이 관계는 우리 조상 때부터 있었어. 우린 아주 오랜 친구인 셈이지.” (p. 111)

 

그때부터 시아와 아이들의 모험이 단순히 낯선 장소나 낯선 존재를 만나는 것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서 더 나아가 낯선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익숙하게 생각했던 ‘나’의 새로운 면을 발굴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여행인 것이다.

지구의 최초 생명체는 산소를 만드는 시아노 박테리아였을까? 뜨거운 용암과 가스를 다른 생물이 먹을 수 있도록 바꾸는 또 다른 박테리아였을까? 바닷속 생물들이 용궁에 모여 최초의 생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장면이 기억난다. 이야기를 이어 가던 천천이가 문득 청중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최초의 논쟁이 과거의 일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찌 될까요?”(p. 160)

 

이야기는 시아와 아이들의 모험으로 끝나지 않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까지 질문을 던지며 계속해서 이어진다. 질문을 받은 독자들이 앞으로의 모험을 이어갈 것이란 듯이.

해양지질학자인 저자의 마지막 글이 인상적이다. ‘왜?’, ‘어떻게?’라는 호기심이 과학의 첫걸음이고, 그 질문들을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학자가 될 거라는 말. 시아와 아이들의 뒤를 따라 바닷속을 모험하는 동안 우리는 틈틈이 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다음의 모험에서 우리는 어떤 질문으로 어떤 과학자가 될까? 사뭇 기대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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