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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와 밤의 형제단 ㅣ 비룡소 걸작선 62
B. B. 올스턴 지음, 고드윈 아크판 그림, 김경희 옮김 / 비룡소 / 2022년 8월
평점 :
#아마리와밤의형제단 #BB올스턴작가님
“내가 어찌 되었든 넌 절대 좌절하지 말고 세상을 끝까지 탐험해야 해. 내가 봤던 숨 멎을 듯이 아름다운 광경을 너도 꼭 봤으면 하니까.”(p. 36)
용기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실패와 좌절을 딛고 나아가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주인공 아마리는 임대주택 구역 출신의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모진 소리를 숱하게 듣는 아이였다. 오빠 퀸턴이 실종된 이후로 아마리의 일상은 점점 위태로워지는 느낌이다. 학교 아이들은 퀸턴이 죽었을 거라며 아마리의 신경을 긁고 어른들은 아마리를 마음대로 짐작하고 판단한다. 바쁜 엄마에게 마음을 털어 내지도 못하는 아마리가 끝내 골몰하는 건 온갖 웹사이트에 제보 안내 게시물을 올리며 퀸턴을 찾는 일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악의 형태로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마리는 우연히 퀸턴이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를 발견한다. 초현상관리국에서 진행하는 여름캠프에 아마리를 추천한다는 이야기였다. 퀸턴의 실종이 그곳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아마리는 퀸턴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 본다면 분명 그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긴다. 하지만 관리국에서 밝혀진 아마리의 재능이 사람들이 증오하는 마법인 게 밝혀지면서 아마리 앞에는 자꾸만 크고 작은 시련이 들이닥친다. 아마리는 과연 무사히 가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 과정을 그린 것이 이번 『아마리와 밤의 형제단』이다.
“가슴 속에 꺼지지 않는 불길을 품으렴. 널 향한 불신을 연료로 써서 그 불길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 여기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끊임없이 헐뜯기는 한 아이가 있어. 그 아이가 물러서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며 나설 때, 세상에 무엇을 보여 주게 되는지 아니?”(pp. 180-181)
초자연현상관리국은 “알려진 세계”와 “숨겨진 세계”를 연결하는 곳으로서, 그저 전설일 뿐이라고 여기는 존재들(트롤, 스핑크스, 인어, 늑대인간)이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속하도록 지키는 일을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살아가거나 사람과의 충돌을 피해 자기들만의 구역을 따로 만든 낯선 존재들의 모습은 꼭 사람들의 날 선 시선 속에서 점차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게 된 아마리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았다. 낯설고 두려운 상황이어도 아마리는 그들을 이해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면을 근거로”(p. 138) 함부로 판단되는 상황을 수없이 마주했었으니까.
아마리의 용기가 발아하는 지점도 그곳이다. 자신을 믿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아마리는 스스로의 판단을 믿을 수 있다. 길을 잃더라도 나아갈 수 있고 주저앉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은 그러한 믿음에서 기인한다. 알려진 세계와 마찬가지로 초자연 세계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어도, 주위 요원들로부터 너는 할 수 없을 거란 말을 들었어도, 아마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이 있어도 걷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밤의 형제단으로부터, 주변 사람들의 선입견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시험에 들 때마다 아마리가 건져 올린 해답과 근거(p. 288)들이 아마리로 하여금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어느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증명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사람이 해치지 않고도 마법사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바꿀 수 있어요. 내가 집접 겪었어요.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면 돼요.”(p. 528)
소설 초반에 웨어가 했던 말이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걸 두려워하거든. 두려움은 너무나도 쉽게 증오로 변할 수 있단다.”(p. 60) 어느 존재에 대한 편견이 어쩌면 그 존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말은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방학이 끝나 마법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온 아이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많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게”(p. 416) 될까. 이후의 이야기가 기대되었던 소설이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가 훌쩍 자랐다. 가족에게 의지하던 아이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크게 미워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고, 자신이 깨달은 세상의 신비를 누군가에게 나눌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이래서 아이의 성장을 마법이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놀라운 변화를 보여 주니까. 군더더기 없는 상상력과 세계관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생동하는 듯한 묘사와 재치 있는 서술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총 3부작이라고 한다. 2부도 너무 기대된다!
*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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