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언젠가 꼭 비룡소의 그림동화 311
팻 지틀로 밀러 지음, 이수지 그림.옮김 / 비룡소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다시언젠가꼭 #이수지 #팻지틀로밀러

“여기서 거기로 내 사랑을 모아서 할머니에게 계속 보낼 거예요. 내가 만나러 가면 할머니가 깜짝 놀라겠죠?”

힘이 느껴지는 그림체를 보자마자 단박에 알아차렸다. 이수지 작가님의 신작이란 걸.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팻작가님의 마음과 세상 모든 할머니를 떠올리는 수지 작가님의 마음이 책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에서는 할머니와 멀리 떨어져서 사는 아이가 있다. “우리 언젠가 또 만나요!” 할머니와 떨어져 있는 동안은 이 말을 마법의 주문처럼 외는 아이이다. 어떻게 하면 할머니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엄마와 아빠는 바쁘고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할머니에게 나의 이야기를,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작은 고민에서 시작된 아이의 무한한 상상력이 인상적이다. 로켓을 타고 할머니네 마당으로 착륙한다면? 내가 편지 봉투 안으로 들어간다면? 컴퓨터 화상 채팅으로 만난다면?

페이지 곳곳에 있는 입체 컷들은 어떤 쪽수에선 편지 모양이고 어떤 쪽수에선 컴퓨터 모양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와 할머니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의 상상이 다채로워지고 생동할수록 두 사람의 거리가 계속해서 좁혀지고 가까워진다.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다시 언젠가 꼭! 반드시 물리적인 거리가 좁혀져야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만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다음엔 할머니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요. 주거니 받거니 우리는 끝없이 이야기해요. 너무 졸려서 이젠 정말 전화를 끊어야 할 때까지요.”

부모님보다 할머니와 더 애틋한 관계가 있다. 내가 그랬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을 읽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엄마와 아빠는 모르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던 사람. 나의 뒤에 몇 발자국 떨어져 내 걸음걸이를 그저 따라오던 사람. 뒤돌아 손을 뻗으면 그때서야 거리를 좁혀 왔던 사람. 내가 겪지 않은 시간을 그저께 일처럼 이야기하던 사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는 나와 할머니간의 우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독특한 우정. 부모님이 주는 사랑과는 조금은 다른 결의 사랑과 신뢰. 둘 사이의 긴 세월을 뛰어넘어 서로의 질문과 투정에 혀를 내빼고 웃던 시간들이 이번 책을 보면서 새록새록 떠올랐다.

작가의 말에서 수지 작가님의 문장을 오랫동안 곱씹게 되었다. “보고 싶을 때 서로 볼 수 있고, 안고 싶을 때 서로 안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는 것. 이 글을 보고 언젠가 할머니가 내게 “언젠가 네가 할머니가 된다면 내 마음을 알게 될 거야.”라고 얘기했던 게 생각났다. 언젠가 알게 될 거라는 말은 지금의 나는 아마 모를 거라는 의미였을 텐데도, 그때 나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애틋하게 느껴졌을까.

퇴근길에 책을 읽어 보다가 별안간 지하철에서 그림책 보다가 우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젖은 운동화로 빗속을 걷는 일이 잦은 요즘,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 또래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따뜻하고 예쁜 동화책이다.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비룡소 #그림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