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영원할 것처럼
서유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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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영원할 것처럼, 기다렸던 서유미 작가의 소설집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5> #아보하 라는 말이 나온다. 아주 보통의 하루. 서유미작가의 이번 단편집은 인물들의 아보하적 삶들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그저 일상을 산다. 슴슴하게 보이는 일상이다. 그러나 인물의 저 밑바닥에는 뭔가 웅크리고 있다. 인물들은 대개 중후반의 나잇대이다. 이미 일궈놓은 어떤 상황 속에서 보내는 일상은 치열하지 않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하다. 무언가 다 말할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소설은 바로 그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단편을 읽고 나면 뭔가 알지 못할 우울감으로 혼자 차 한잔 마시며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 인물이, 그 상황이 된다. 인생은 그냥 이런 건가? 아주 보통의 하루는 이렇다 할 사건 사고가 없다. 그러나 왠지 다른 사람은 치열하게, 사건 사고 속에서 뭔가 활기차게 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망상이 어쩌면 우울감의 근거일지 모르겠다. 서유미작가는 묘하게 소설 속에 이런 비교의 망상을 두었다.

 

미국 지사 발령을 꿈꾸고 토요일마다 영어 과외는 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에게 찾아온 뇌종양.

단지 안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나무 아래 벤치가 사라지는 일,

어렵게 집을 사서 집들이하고 손님들을 다 보낸 후에 보내는 시간. 그런데 이 좋은 집에 아래층 노부부가 누수가 있다고 한 말이 자꾸 맘에 걸린다.

잘 살고 손이 커서 늘 그 친구 집에 모였는데 갑자기 이혼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그 한 몸 편히 쉬지 못할 원룸에 살게 되었다. 깜박거리는 전구하나 갈아주지 못하고 바뀐 전화번호도 묻지 못하고 아내가 따로 챙겨 둔 선물도 전달하지 못하고 더 궁한 곳으로 떠나는 친구를 바라볼 뿐이다.

마흔 후반에 사별하고 20여 년이 지난 후 딸 내 가족과 바다로 휴가를 갔지만 성격적으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

원룸을 사든지, 월세로 바꾸든지 하는 문제로 이혼한 전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상황에서의 이야기.

오랜 시간 밤낮없이 수고했던 직장생활,펌프스 힐 5cm구두 정도가 자존심인 그녀가 다리도 다치고 집무실도 옮겨야 하는 이야기.


주된 이야기 흐름 구석 어딘가에는 숨겨둔 타인의 화려함과 안정적인 모습이 있다. 반대로 나의 안정감과 달리 밖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두 경우 모두. 그러면서도 소소한 행복이 자리한다. 아주 보통의 삶에 아주 작은 행복이 있다. 내일 다시 살 위로가 될 정도로만.

 

아주 보통의 일상에는 어떤 일맥상통함이 있다. 그 일맥상통함으로 서유미의 작가의 단편들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더라도 인생의 심오함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야기들은 슴슴한 하루처럼 보여지지만 독자는 그 밑바닥 심연으로 들어간다.

 

인생 중후반의 독서모임이 있다면 이 책으로 나누어 보길 바란다. 아주 보통의 나의 삶이 심연의 어떠한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그 어떠함을 찾을지도 모른다. 혼자 읽는다면 작품을 읽고 한 잔의 차와 함께 다시 한번 작품으로 들어가 자신에게 몰입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일상을 낯설게 보게 된다. 그리고 나를 낯설게 보게 된다. 작가의 시선을 좇아 나의 주변을 낯설게 본다.

 

p119
나이가 들수록 오늘 하루를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122
마음의 상태나 희망의 유무와 무관하게 잠잠히 기다려야 하는 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p154 손녀를 보면 세월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쌓인다는 게 느껴졌다.
<다른 미래>
중에서

나이가 들수록 오늘 하루를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19

마음의 상태나 희망의 유무와 무관하게 잠잠히 기다려야 하는 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P122

손녀를 보면 세월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쌓인다는 게 느껴졌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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