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반올림 53
이자벨 콜롱바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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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덜 자란 어른들에게 

열일곱 살의 프랑스 거주, 요리사를 꿈꾸며 직업계고등학교를 다니는 흑인 소녀를 첫 눈에 봤을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소녀가 매일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또래 아이들과 함께 시위를 한다면? 대통령과의 만남 요청에도 당당하게 거부한다면? 자신의 꿈까지 좌절시키고, 성적인 합성사진으로 자신을 모욕하는 사회와 맞선다면?
나는 이 소녀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외치는 삶을 나는 과연 살아왔던가?

한 사람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가게에서 운명처럼 만난 바랜 청록색 표지에 새빨간 앵무새가 그려진 재생용지 공책. 자신이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을 자랑스러워 할 할머니에게 고백하는 일기. 금요일, 금요일, 금요일, 세 번의 금요일까지 매일 매일 쓴 바르바라의 일기는 청소년 뿐 아니라 모두가 읽어야 할 소설이다. 특별히 아직 다 안 자란 것 같은 어른’(p60)이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소설은 그레타 툰베리 같은 기후위기 관련한 청소년의 일상을 보여준다. 뉴스나 짧은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조각 조각난 그들의 모습을 바르바라는 인물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고통 등을 보여준다. 그레타 툰베리가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의 문제까지 바르바라가 말해 주는 것 같다. 자신은 청소년을 대표하지도, 영웅도 아닌 그냥 평범한 청소년이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리 잘하지 못하는 그저, 진심을 말하는 청소년임을 말해준다. 그레타 툰베리말고도 기후위기를 외치는 청소년은 아주 많다. 그들이 다 유명해지길 원하다면 그것은 이미 잘못된 운동이다.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기후위기 관련 문제들을 소설에 담아 독자로 하여금 상황과 정서를 이해시켜준다. 특별히 등교를 거부하며 청소년들이 이 문제에 나서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들을 보여 주며, 들려주는 바르바라의 고백은 그들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높혀준다. 우리는 너무나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인 기후위기 앞에 그 위험성을 알리고 대책을 강구하는 일에 너무나 냉담하다. 왜 그럴까?


p110 

특히 내가 자신들보다 덜 고난한 삶을 살도록 나보다 앞서서 사람들이 벌인 투쟁을 잊고 싶지 않다. 나는 그 투쟁을 기리며, 내 뒤에 올 세대들의 삶이 지금 이 지구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싸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해결하는 역사를 가진다. 최근에는 페미니즘으로 여성의 인권의 문제들을 드러내고 해결하기 많이 애쓰고 그 감수성 또한 높아졌다. 정치인들도 페미니즘을 염두해 두지 않으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다.
바르바라의 할머니는 남편의 폭력 속에서 세 아들을 키웠다. ‘죽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에 죽일 수 밖에 없었던할머니. 대물림 되는 폭력을 잘라내고 더 이상 자식은 그 폭력을 행하지 않는 사람으로 기른 할머니를 바르바라는 자랑스러워 하며, 지금 자신이 하는 일 또한 할머니가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 생각한다.
바르바라가 외치는 지후위기 또한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는 문제이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 줄 수 없는 문제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기후위기를 염두해 두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어야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가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바르바라의 부모이다. 바르바라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아빠, 엄마와 상의 한다. 아빠, 엄마는 바르바라를 판단, 비난하지도 않고, 부모로서의 의견을 말하지만, 바르바라다울 수 있도록,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죄가 되는 행동이 아니라면, 민주국가에서 아이가 말 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또 하나는 바르바라와 친밀한 주변인들이다. 가족, 친척, 친구, 선생님들. 걱정이라는 하는 말들 속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진짜 걱정이 무엇이지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 나는 바르바라에게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을 방해 받으면서까지 그래야겠니?’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바르바라는 당당하게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방해하는 이들과 맞서며 자신의 꿈을 향해 간다. 누군가는 소설이라서 그렇겠지? 라고 하겠지만 사실, 나라가 어떠냐에 따라 나의 꿈의 존재도 달라지듯, 지구의 위기는 내 꿈보다 앞선 것일 수 밖에 없다. 일제식민지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그렇다. 나라가 있어야 나도 있는 것이다. 지구가 있어야 인류도 존재하고 나도, 꿈도 존재할 것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려지는 또 하나의 책이 있었다. 제로아워 창설자인 제이미 마골린 청소년이 쓴 세상 좀 바꾸고 갈게요이다. 행동지침서 같은 책인데 그 행동지침들을 바르바라는 정석처럼 잘 헤쳐 나감을 볼 수 있다. 바르바라가 샘플이다.

우리도 바르바라처럼 지구를 구하는 행동을 해야하지 않을까? 419의 역사와 촛불시위의 역사가 이제는 기후위기의 문제도 해결하는 역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후위기는 침몰해 가는 세월호와 같은 상황이 아닌가? ‘미련한 낙관주의자가 될 것인가? 유쾌한 비관주의자가 될 것인가'?(p90)

기후위기의 위험을 알리고 대책을 바라는 청소년들의 행동에 걱정을 하기 보다 나도 같이 나서는 것이 맞지 않을까? 선거권이 없어 등교거부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는 아이들 보다 선거권도 가지고 있고 세금도 내는 어른이 책임지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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