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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떡 괴물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18
강정연 글, 한상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2월
평점 :
괴물을 이긴 네 꼬마 형제들의 협동심
표지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무지개떡을 들고 입맛을 다시는 괴물은 무시무시하게 생긴듯하면서도 귀여운듯한데……. 나는 볼 때마다 상상의 동물 해태를 닮은 것 같다. 그리고 무지개떡 색깔과 비슷한 옷을 입은 네 명의 꼬마소년들이 괴물의 발 옆에서 나란히 웃고 떠드는걸 보면 일단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진 않았다.
‘어느 작은 마을에 네 꼬마 형제들이 살았어.’
요 녀석들, 호기심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억울할 정도야.
무엇이든 궁금하고, 무엇이든 재미있고, 무엇이든 신기하지.’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듯 옛날이야기가 시작된다.
강 건너 큰 집에 무지개떡만 좋아하고 사람은 절대로 해치지 않는 괴물이 산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은 네 꼬마 형제들은 배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모험을 떠난다.(괴물 구경하러 가는 것도 나름 모험일 것이다.) 그런데 대문도 꼭꼭 닫혀있고, 담이 너무 높지만 영리하기 까지 한 네 꼬마 형제들은 큰 집 뒷산에 있는 나무와 집 둘레에 있는 칡넝쿨로 사다리를 만들고 지붕위로 올라간다. 괴물은 인기척을 못 느꼈다는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무지개떡을 한입에 꿀떡 삼켜버리기 바쁘다. 불룩해진 배를 끌어안고 벌렁 드러누운 괴물은 콧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더니 지진을 연상케 할 정도로 큰 소리로 트림을 하는 바람에 네 꼬마 형제들이 무지개떡 색깔로 차례대로 떨어진다. 사람은 절대 잡아먹지 않는다는 괴물은 초록, 하얀, 노란, 분홍 옷을 입은 아이들이 아주 커다란 무지개떡으로 보였는지 또 한입에 꿀꺽 삼켜 버린다. 다행히도 네 꼬마 형제들은 발차기, 주먹치기로 구토를 유도해 괴물의 입속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성공한다. 고래 배속에 들어간 피노키오가 간지러움을 태워서 재채기를 유도해 빠져나온 것처럼 말이다.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네 꼬마 형제들이 부러웠다.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에, 도전정신, 협동심, 용감함. 이렇게 4박자가 다 갖춰졌으니까 말이다. 역시나 학교 외에는 학원, 스마트 폰은 아이들에게서 멀어져야할 것 같다. 그 두 방해물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도 줄어들고 형제들끼리 혹은 친구들과 놀이를 할 기회도 줄어드니 얼굴은 거의 무표정에 도전보다는 어른들 못지않게 정답만 찾아대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없는 어른이 되는 것뿐인데…….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는 그래도 반은 행복한 아이였을지도 모른다.(놀아주는 친구가 없었으니 아주 행복하지는 않았다.) 학원이라고는 저학년 때는 미술이나 피아노 학원 정도였고, 고학년 때는 피아노와 태권도학원 정도였기에 그만큼 난 혼자서라도 놀이를 만들 기회가 많았다. 인형놀이나 두 사람이 필요한 놀이에는 혼자 입으로 대본을 만들고,(그 결과 공방에서 일 할 때면 혼잣말이라도 하기에 심심하지는 않다.) 아파트 옆 풀밭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징그러워하는 펄쩍뛰어 다니는 개구리를 손에 넣으면 ‘와! 내가 잡았다!’ 정도의 작은 성취감은 있었다고 본다.(지금도 어딘가에 눈에 띄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