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심장 단비어린이 그림책 17
조대현 글.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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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졌어도 괜찮아

 

<호랑이 심장> 책 표지를 보자마자 설마 사슴이 호랑이 심장을 노리고 있나?’ 아니면 호랑이가 잡아먹은 사슴귀신을 보고 있는 건가?’ 어쨌든 여러 궁금증을 유발하는 그림책은 처음이다.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림책을 보는 내내 호랑이 정말 정감 있게 생겼다.’라고 혼잣말 할 뻔했다.

 

<호랑이 심장>속의 호랑이는 약한 동물들을 사냥하는 사나운 존재가 아닌 동물친구들이 존경하는, 지혜로운 왕님이다. 그런데 어느 날밤 가슴이 조여드는 기분에 부엉이 의사를 찾아갔는데 심장이식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것도 딱 하나 남아있는 사슴심장으로 말이다. 자존심 때문에 며칠을 고민하다가 사슴의 심장을 달고 살기로 하고 이식수술을 했지만 호랑이는 우울하기만하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커다란 바위를 큰 곰으로 착각할 정도로 겁이 많아진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져 죽기로 결심하고 폭포로 간다. 그때 부엉이 의사가 나타나고 호랑이는 죽으려는 이유를 털어놓는다.

[“그러지 마세요. 호랑이 왕님이 사슴 심장을 갖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나무 뒤에서 토끼가 깡충 튀어나오며 말했습니다.

호랑이 왕님. 지난번에 멧돼지가 저를 괴롭힐 때 도와주셨잖아요. 그렇게 우리를 지켜 주시면 되죠. 우리는 늘 호랑이님을 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랑이 심장이든 사슴 심장이든 상관없어요.”]

다음날 바위 위에 올라서있는 호랑이를 향해 소 위에 앉아있는 토끼는 양 앞다리로 하트를 그리고 다른 동물친구들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는 끝날 듯 말 듯 한다.(호랑이는 죽지 않았으니까.)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게 크게 와 닿은 건 자살을 앞둔 친구에게 단 한사람이라도 손을 뻗어주면 살릴 수 있다는 거다. 부엉이 의사와 토끼가 달라진 호랑이를 변함없이 왕님으로 대하며 붙잡지 않았다면, 동물친구들은 지혜로운 호랑이라는 지도자를 잃을 뻔했으니까 말이다.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학창시절의 나는 학교폭력을 동반한 왕따나 전따에 속하는 아이였다. 부엉이 의사와 토끼 같은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첫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나를 모르던 아이들은 친구 한명이라도 더 만드는데 급급해하며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고 벌써 단짝이 된 것인 양 내 손을 잡고 다니다가도 전 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아이의 폭로 한마디이면 180도로 돌아섰으니까. 나야말로 달라진 건 전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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