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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교실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41
임근희 지음, 조윤주 그림 / 책과콩나무 / 2016년 3월
평점 :

‘우리’도 중요해
[요즘 세상은 너무 내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잖아요. 나만 좋으면 되고, 나만 힘들지 않으면 되고……. 내 행복을 위해 앞가림하기만도 다들 너무 바쁘죠. 내 이웃을, 내 친구를 돌아볼 여유 따위는 잃은지 오래인 거 같아요. 저부터 그렇게 살고 있지만, 이런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어린이들까지 점점 나만 아는 이기적이고 냉정한 사람으로 성장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고요. -지은이의 말 중에서-]
<도둑교실>은 교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도난사건으로 어린 시절의 나에게서도 그리고 그때의 반 아이들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4학년 1반 회장 설수민과 반 아이들이 하나가 된 모습들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애들끼리 어떻게 범인을 찾겠다는 거야?’라는 궁금증부터 엠피쓰리를 도난당한 한 친구를 위해 반전체가 방과 후에 남아서 학급회의를 하는 등 회장 설수민의 부탁으로 모든 어른들에게,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묵비권 행사를 하는 등 희생자만 나타날 뿐 범인을 찾을 수 없으니 모두가 돈을 모아서 엠피쓰리를 사주기로 하는 등은 왠지 4학년 때의 나로서는 힘들었을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내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반 아이가 지갑 혹은 귀중품을 도난당했을 때마다 담임이 개입되었지만 만약 우리끼리 온갖 방법으로 범인 찾기를 시도했어도 그때의 나는 학급회의와 묵비권 행사까지는 따르더라도 내 피 같은 용돈을 도난당한 아이를 위해서 모으자고 하면?(그것도 전혀 친하지 않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아마 결사반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모두가 찬성하는 분위기라면 100원, 200원 정도는 냈을까?)
[‘애초에 왜 나만 쏙 빠진 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말이 꽤나 슬프게 들렸다.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소외감을 느끼는지 알기나 해?’
전에 이혜주가 등굣길에서 했던 말도 다시금 귓가에 맴돌았다. 갑자기 가슴이 찌릿했다. 솔직히 이혜주를 상대로라면 늘 내가 더 상처받고 약한 존재라고 여겼다. 문득, 어쩌면 그 반대였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이혜주를 대하는 내 심정이 복잡해졌다. -102~103쪽 중에서-]
부회장 이혜주의 엄마는 혜주의 오빠 때부터 학부모 위원을 지내면서 학교를 위해 돈도 많이 내고, 학교에 자주 와서 선생님과도 친해 보이고 그래서 회장 설수민은 선생님이 반 아이들 중 유독 편애한다는 생각에 이혜주가 얄밉기만 하다. 이번 합주 대회 지휘자 역시 선생님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혜주가 된 거라 못마땅하다.(다른 반은 거의 회장이 지휘자가 됐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혜주는 설수민이 혼자만 책임감 투철한 척 한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유독 자기만 무시하고 미워해서 다른 친구들도 따라서 왕따처럼 대한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느꼈단다.
편애 받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편애를 받아본 적도 있었던 나는 설수민, 이혜주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담임들은 내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만 피해자인 내 편을 들어주는 정도였을 뿐 지속적으로 편애를 받아본 적은 없었기에 선생들과 늘 가까이지내는 반장, 부반장들과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부러웠었고, 중학교 때는 담임의 예쁨을 받고 싶은 마음에 솔선수범해서 청소검사를 맡으러 가기도하고, 교과담당 선생들의 예쁨이라도 받기위해 과목부장을 맡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담임이 연속 같았던 고등학교 1, 2학년 때서야 내가 그렇게 원했던 담임이 편애하는 아이에 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잠깐이나마 제일 친하게 지냈던 연꽃이가 나를 질투했었다. 1학년 3월까지만 해도 나와 연꽃이 둘 다 예뻐했던 담임은 내가 왕따가 되고 나서부터, 내 어린 시절의 상처들을 알게 되고부터 나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고 연꽃이의 약은 성격을 알고부터 싫은 내색을 보였던 것 같다. 담임은 나와 연꽃이 둘을 한 공간에서 대할 때에도 나에게는 아기를 대하듯, 연꽃이에게는 그녀의 특유의 무뚝뚝한 어투로 대하곤 했다. 2학년 때는 연꽃이의 질투가 심해져 다른 선생들이 나와 좀 더 길게 이야기하면 “선생님들은 다 너만 좋아해!”라고 내뱉곤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지는 공부 잘하면서 왜 그래?’ 혹은 ‘나하고 싸우면 다른 애들 모두 지 편 들어주는데 왜 그래?’라는 생각뿐이었지만 철들고 나서부터는 담임은 둘이 똑같이 잘못해도 연꽃이만 혼냈다는 것과 연꽃이 입장에서는 내가 세 사람이나 빼앗아간 걸림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 영어 선생, 그 애의 중학교 남자동창. 모두 연꽃이를 먼저 예뻐하고 친했으니까 말이다.(특히 영어선생과 남자동창이 내 존재를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연꽃이와 만났을 때 우리가 고3때도 1, 2학년 때 담임이 그 애와 마주치면 내 안부부터 물어봤었다는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만약 그 애가 가정폭력 집안이 아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더라면 담임의 나를 향한 편애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까?
-책과 콩나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