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무척 즐겨하는 친구가 있다. 내 친구와 나는 인상적인 책을 한 권씩 추천하고 서로 느낀 점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나는 1학년 때 읽은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추천했고, 친구가 내게 권한 책은 ‘진주귀고리 소녀’이다.



자주 보는 명화 중 하나인 ‘진주귀고리의 소녀’의 주인공인 소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작품이다. 작가는 그 그림 한 점을 보고 소설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트는 화가 베르메르의 저택에 하녀로 취직하여 일손을 돕는다. 그러던 중 베르메르와 그의 후원자 반 라이언, 그리고 푸줏간 아들 피터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리트가 사랑하는 사람은 베르메르. 소설 속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그를 향해 하는 행동을 보면 누구든 사랑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베르메르는 그의 아내의 귀고리를 그리트가 하도록 한 작품을 완성하고, 이를 본 베르메르의 아내가 격노한다.



전반부와 중반부는 그리트와 베르메르의 은근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몇 장 되지 않는 후반부라 생각된다. 저택을 나선 그리트는 어디로 갈 것인가 방황한다. 수많은 선택지 중 나는 그리트의 베르메르에 대한 사랑을 생각한다면 곤욕을 무릅쓰고라도 그에게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리트는 피터와 가정을 꾸린다. 머리카락을 자신의 은밀한 부분이라 생각하여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어하지 않던, 순수한 그리트를 떠올리며 나는 그녀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상대에게 짐이 되기 때문에 사랑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말했다. “바뀐 것은 없다. 내 크고 순수한 눈을 빼고는.”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강조되던 그리트의 커다란 눈망울은 많은 남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그녀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리트가 저택에서의 생활을 편하게 여기고, 마지막에는 피터를 선택하는 행위는 조금씩 세상에 물들어버리는 과정이다. 베르메르가 죽은 후 그가 그리트에게 남긴 진주귀고리를 그녀는 한 치의 미련도 없이 팔아버린다. 베르메르는 그녀가 떠난 후에도 애정을 간직했던 모양이다. 반면 그리트는 소설 전반부의 깨끗하고 순결한 이미지는 잃은 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남편이 자신을 위하여 쓴 돈을 빚이라고 간주하여 갚으려고 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순수했던 그녀가 변했던 원인은 하나밖에 찾을 수 없었다. 궁핍함. 현실과 타협하고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던 과정에서 그녀는 변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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