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 중에 집이 없는 친구가 있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경험을 이 책의 주인공인 타무라 히로시는 헤쳐 나가야 했다. 그러나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를 늘 먼발치서 지켜보는 형과 누나가 있었고, 가족처럼 따스하게 맞이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 소설이 슬프기만은 않은 이유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자신을 성장시켜 준 추억의 한 조각과 같이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일본 최고의 개그맨으로서의 명성이 실감나는 유머 있는 말투 때문일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 밥 한 공기를 두 시간동안 씹어 쌀의 새로운 맛을 발견한, 눈물겨워야 할 이야기를 그는 어릴 적의 재미난 추억처럼 회상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웃음 짓고 웃음을 주는 그는 혼자 있을 때면 심하게 우울해하고, 죽을 생각마저 한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성숙하여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물론 행복해졌을 것이다. 나도 캐나다에 혼자 유학을 간 시절 외로움을 많이 탔다. 내가 머문 홈스테이 아저씨는 인종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백인들이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그 분은 ‘왜 나를 맡겠다고 하셨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꺼림칙해하셨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말은 통하지 않는데다 홈스테이 집에서 받는 설움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전화로 엄마께 힘들다고 징징대면 엄마께서는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가족과 연락할 때면 환경에 적응해서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는 했다. 그리고 혼자 서러움을 삭히느라 더욱 외로워졌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적응했고, 친구들도 사귀어 매일같이 신나는 생활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캐나다에서 보냈던 시간은 매일매일을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나날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유학 초에 너무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그러한 추억은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고 나면 그 행복감은 고통을 겪은 만큼 커져서 돌아오는 것 같다. 이 작가도 아마 그것을 깨달아 방황 후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느꼈을 것이고, 나 또한 캐나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내 경험을 돌아보며, 또 작가의 어린 시절에 관한 고백을 떠올리며 앞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더 인내하며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과정을 감사히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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