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소설전집 10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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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을 읽고, 그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었다.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내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기도 했다.

이경의 행동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그녀가 삶의 이유를 찾고 한 가지에 몰두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습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내가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도 감수할 정도로 내가 열정적일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싶다. 이경은 이것을 옥희도를 향한 사랑으로 표출한다. 이루고 싶지만 불가능하기에 더욱 애틋하고 간절한 사랑이 되었을 것이다.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더라도 내가 몰두할 수 있다면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녀와 공감한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옛 사회주의자들이 꿈꾸었던 세상과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인 상대적 박탈감 따위는 없으니 훨씬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만큼만 일하고, 충분한 여가 시간까지 가질 수 있다니. 이러한 유토피아는 이미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인하여 실행 불가능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하지만 나는 이 헛된 꿈을 도대체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내가 그러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소망을 생각하면 만족스럽다. 물론 말도 안 되고 헛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경이 옥희도가 자신을 위해 가정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내 마음과 비슷다고 생각되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옥희도와의 사랑 속에서 그녀는 존재 가치를 발견하려고 했으나, 태수와 가정을 꾸림으로서 일상생활에 안주하게 된다. 그러나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아무 것에도 무감한. 나라면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이경이라면, 옥희도와 사랑을 이룰 수 없더라도 내가 열정적일 수 있는 다른 대상을 찾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삶이 아닌데도,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신에 대한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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