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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이루는 꿈
고지마 유지 지음, 황선희 옮김 / 황금여우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꿈이라는 단어는 참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초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니?' 라고 물어보면 변호사,의사,대통령,우주인,과학자,화가 등 다양한 꿈이 나오는데 그건 직업일 뿐이고 꿈이라는 건 좀 더 구체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권 변호사가 되서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싶어요..' 같은...
그런데 이런 구체적인 꿈을 생각하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두 팔을 잃는다면? [24. 네 살 하고도 오 개월, 나는 두 손과 두 팔을 잃었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 팔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하지 않을까? 집에서 숨어 지내거나 사회 부적응자로서 사라진 팔을 그리워하며 사고 당시만을 회상하다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잃어버린 두 팔 없이 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날개없이 날겠다니, 말도안되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발로 이루는 꿈'을 펼쳤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남들과 다른 몸이 되어 세상에 적응하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발로 밥을 먹는 것으로 첫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손이 없어서 차별받지만, 손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목말을 태워줄 수 있고, 손이 없기에 강연활동을 하며 타인에게 어떤 전율을 줄 수 있는 장애인의, 그러나 비장애인들과 같이 노래 한 곡에 자신의 인생을 위안받고 살아가며 꿈을 갖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시행착오를 격으며 성장해가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감동적이였지만, 감동적이지 않은 책이었다. 다만 내가 부끄러워졌다. 두 팔이 멀쩡하게 달렸잖아, 노력하고 살 지 않는 이유가 뭐야? 라는 이야기가 심장 한가운데를 콕 찔렀다. 부모님께도 죄송했고, 나 자신에게도 부끄러웠고, 내 두 팔이 소중해지기도 했다. [89. 하려고만 들면 넌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아깝지도 않니?]
꿈이란 단어는 참 크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원대하고 큰 꿈이 아닐지라도 그것을 이루려는 사람에겐 버겁고 큰 단어다. 그러나 '고지마 유지'씨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며 '꿈은 꿈일 뿐이야'라고 내 내면에 살짝 도사리고 있었던 안일한 생각도 바꾸기로 했다. [173. 교사라는 꿈을 포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나는 아직 꿈을 향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노력이란 두 단어만 있으면 그 꿈은 두 팔이 없어도 품을 수 있는 작은 것이다. 단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멋대로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162. 멋있는 척 꿈같은 소리하지마. 꿈만 갖고 어떻게 먹고 사냐?]
우리들은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잣대로 장애인들을 어떻게 평가했나? 그들을 혐오했던가? 그들이 혼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무시했던가?
그런데 발로도 꿈을 이루는 사람이 있더라, 그는 몸이 불편할지언정 그의 불편한 몸 만큼이나 정신은 강한 사람이야-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지니고 있는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사나? 할 수 있다는 의지 없이 마음 한 구석이 정지한 사람들 역시 일종의 장애인이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장애인이 교사란 직업을 가진 게 특별난게 아니라, 고지마씨가 장애라는 불편한 벽을 넘어섰기에 그가 이룬 꿈이 더 가치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덧붙이며 누군가는 두 다리만으로 걸어가는 인생길을 나는 조금 더 쉽게 살아가고 있으니, 내 인생을 조금 더 감사하며 살자,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자는게 책을 읽으며 느낀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