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생존법칙 - 굵고 짧게 No, 가늘고 길게 No, 길고 강하게 Yes!
야마다 아카네 지음, 이은정 옮김 / 연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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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엔 당연히 한국인이 쓴 책일거라 생각하며 작가의 이름조차 확인하지 않았는데 작가의 머릿말을 보며 일본인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레 일본의 여성상이 떠올랐다.

 며칠 전 ’일본 여자 아이돌 VS 한국 여자 아이돌’이란 동영상을 보았는데, 우리나라 여자 아이돌은 다양한 컨셉을 가진 반면, 일본 여자 아이돌은 아직도 귀여운 노래, 코스튬같은 옷을 입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었다. 그 동영상을 통해 같은 가부장적 문화권이지만 여자들의 태도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우리나라 역시 아직은 양성평등인 나라는 아니지만, 여성부도 있고, 호주제도 폐지되는 등 여성의 권리를 남성과 동등하게 하려는 노력이 활발해 10년 뒤, 20년 뒤에는 많이 달라져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도 억압되어 있는 여성의 권리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여자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 씁쓸하다’ 는 것이었다. 아주 솔직하고 깔끔하게 써져 있는 글에서 ’여자는 아버지에서 남편으로 던져지는 공이었다’ 던가 ’편할지언정 자기의 주권이 없는 노예였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라는 표현을 보며 공감하고 있는 이 말도 안되는 말이 현실이라는 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로 여자이기에, 여자가 썼기에 여자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살펴보자면, 승패보다는 싸우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간디의 비폭력시위를 보며 ’강한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자가 강한 것’이란 말을 떠올렸었다.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이기기 위한 조건이 뭔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루어내겠다는 고집과 집념,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승패가 어떻게 되던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고 고정관념에 휩싸여서 주춤하면 이길 가능성도 사라진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지를 믿고, 싸워보기라도 해야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자인데 어떻게 해’라는 말 앞에 싸워보기 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굳은 결심과 의지만 있다면 성별과 상관없이, 그 어떤 조건과 상관없이 맨몸으로도 나보다 강한 상대를 이길 수 있다.

 p61.용기가 있는 무사일수록 잘 놀란다. 뛰어난 말일수록 직감이 날카롭고 잘 놀란다. 는 문장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임원도 몇 번 했고 대부분 활발하게 행동했지만 가끔 친구들에게 ’난 정말 소심해’라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전혀 수긍해주지 않는 친구들이었지만 난 정말 내가 소심하다고 생각한다. 10년전에 있었던 창피했던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고 밤마다 내 주위를 맴돌며 무슨 일을 하기도 전에 앞에 나서면 목소리부터 떨리고 뭔가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일이 있을 땐 초조함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그래서 어디가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설때마다 내가 이런 리더쉽이 있나? 이럴 자격이 있나라고 고민하고는 했는데 정말 이 문구 한 마디가 많은 자신감을 주었다. 책을 읽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 대목이었다.


 읽으면서 대부분 공감했지만 단 하나 공감하지 못한 건, 세상은 돈,권력,여자를 좋아하는 아저씨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에 그 아저씨들에게 정면으로 도전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건 틀렸어!’라고 이야기하기보단 ’그것보단 이게 더 돈이 되니까-’라는 식으로 미끼를 던져 회유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내가 어려서 그런 진 모르겠지만 나는 역시 현실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뻣뻣하게 굴더라도 그런 아저씨들의 비위를 맞춰주고싶지 않달까.

 대한민국에서,혹은 일본에서, 혹은 전세계적으로-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남자보다 많은 핍박을 받았으며 권리를 박탈당하곤 했다는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언제나 인간평등을 지향해왔다. 계급사회가 평등사회로, 인종차별이 미국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하나하나 완화되고 있다. 누군가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간에 앞으로 남녀차별은 양성평등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고, 지금도 그런 시기를 거치는 중이다. 그러나 조금 더 빠른, 훨씬 더 나은 양성평등을 위해선, 이제 여자들이 남자VS여자, 여자VS여자의 세상에서 싸워 살아남아 세상을 바꿔나가야하지 않을까? 

 혹 자신이 없다면 ’女子들의 생존법칙’을 통해 그렇게 살아남기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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