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정육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주는 신선함, 그 속에 깔려있는 인류애, 우정, 사랑, 희망, 역사 속의 아픔 등등을 표지가 보이는 귀여움 ( 잘 보면 엽기스런 얼굴들)으로 버무렸으리라는 기대는 처음 두 장을 읽으면서 사라진다. 화자는 중학생이었어야 하는 열댓살 먹은 남자아이고, 이미 고아원을 여러 군데 거쳤으며 몸에도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품고 있다. 이 아이가 심드렁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던지는 말과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나 했더니 어느새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작가가 자기 목소리로 떠드는데, 수다 스럽다. 거의 독백의 수준으로 속도를 내는지라 독자인 나는 그저 따라갈 수 밖에.

 문장은 평균 한 줄 길이로 짧고, 작가는 위트가 넘친다고 여겼겠지만 "~처럼", "~같이" 등의 직유법이 거푸 거푸 나오다 보니 신선함을 잃는다.  천명관 이나 이기호 작가의 발랄 속의 날카로운 진실이 여기엔 없다. 안타깝다. 더해서, 등장 인물들이 다 제각각이고, 행동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초반부의 안나 아줌마와 후반부의 그녀는 다른 사람같다. 그녀가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꿔서 교훈을 주는 장면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각 인물들이 품고 있는 사연들은 툭툭 나와서 어느 하나 해결을 보지 못하고 단편 소설의 조연들처럼 한 가지 모습만 하고 서 있다. 또래로 보이는 세 소년 "유정", "나", "맹랑한 녀석"은 사춘기 소년이 아니라 성인 남자의 목소리로 말하고, 뜬금없는 사막타령이나 분홍 코끼리, 그리고 엉덩이의 하트 자국 이야기는 난감하다. 특히 말더듬으면서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는 "유정"이야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안나아줌마는 얼핏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를 품어주었던 로자 아줌마도 떠오르게 했지만, 그 둘의 사랑이 하산아저씨와 "나" 사이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온동네 사람들이 소풍겸 살생겸 나섰던 여행이 끝인가 싶었는데, 사족 처럼 이어지는 후반부 이야기들은 읽어내기가 힘들다. 어쩌면 처음 부터 이 소설이 언제, 어디에서 벌어지는지 종잡을 수 없어서 더 힘들었는지 모른다. 6.25 참전용사 터어키인 하산이 정육점을 하고 있으니 그의 나이 많아야 70, 그럼 이십대에 전쟁을 겪었어도 1990년대, 이슬람 전당이 있는 서울 이태원이 배경인가?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적인 인물들이 개념적인 인류애를 떠벌이다, 스르륵 끝나버린다. 아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10-07-3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홍규라는 작가는 이 작품이 첫작품인가요? 요란한 선전과는 달리 실제는 별로군요^^

유부만두 2010-07-30 18:02   좋아요 0 | URL
첫작품은 아니야. 그런데, 아, 내 기대가 너무 컸나봐. 그러니 실망도 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