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하구나  - 유 준 -


혹 잘 난 척 마라 

교만이라 하더라

위선 [僞善]이란다


혹 못난 체 마라
꼴불견이라 하더라
내숭[]이란다

체하고  척하고
둘이 빠져 나니
텅빈 마음이야

생긴대로 사니
눈치가  둔치다
생기가 춤을 춰

자유 하구나
체 빼고 척 빼고
덩실 덩실 
춤추이나 추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느 詩人은 내 

고 넓은 삶을 에 토해 내었노라 칭찬했다

난 저고리 옷고름 잡고 얼굴 빨개진 처녀가 되었다


어느 詩人은 내 

기상만은 가상하나 웃기는 잡글이라 폄하했다

울화가 치밀어 짝 잃은 기러기처럼 흐느껴 울 때가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내 두 눈꺼풀이 혼이 떨어저 아주 주저앉기까지는 

쉼 없이 내 씨로 내 새끼 낳아 라 이름할 것이니


세상에 생판 없는 재주에 다 늙어 시든 씨로

이 무슨 오만 잡짓거리냐 누가 물어 말리거든

내 뒷짐 지고 헛기침하며 올곧게 말하리이다


나는 내 멋대로 자유하게 쓰노라

나는 고목될 망정 시들지 않노라

허허 이렇게 될만한 된소리 한번 하고


나 저승에 있을 때 내 쓴시 감탄하는 이승 사람 보리라

허허 허허 이렇게 안될만한 헛소리 두세번 하고

나는 내 새끼 낳는 산고를 마다 하지 않겠노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담쟁이야 !

너는 허구한 날 천작[]의 사랑이라며 나를 감싸도는구나

네가 더도 덜도 없는 지극 정성으로 날 사랑하는 줄 알았노라

나 비록 고목[枯木]일 망정 불씨되어 네가 사랑하는 만큼이나 

내일 모레도 결코 늙지 않아 꺼지지 않는 불로 널 사랑하리니

영원토록 썩어지지 않는 뜨거운 불새  []되어 사랑하리니


담쟁이야 !

잎이며 줄기며 사랑스런 네 온 몸을 내 몸으로 감싸고 싶어라

네가 주는 사랑 보다 더 뜨거운 詩로 네 온몸을 휘감을 것이라

천심 [天心]이 후하여 덤으로 사는 꾸부정한 고목 [枯木]일 망정

담쟁이 네 사랑 닮아 너 다운 싱그러운 다짐으로 

이리 저리 詩 찾다 시집[詩集동네 마실 다니다가

숲이며 하늘이며 뭘 품을 듯한 허공을 가르는 바람하며 

그 사이 길 따라 마땅한  찾아 나서는 나그네 되었다가

내 사랑하는 담쟁이 품어줄 詩야 어디 있느냐? 외치다가


담쟁이야 !

만해네 고은이네 도씨 동네 이리 저리 헤메다가

아니면 내가 쓰리라 하며 당차게 마음 깃 세우고

배타고 한국 남해  느림보 마을 청산도를 헤멨지

짚신 신고 삿갓 쓰고 새끼 꼬는 어르신네들 만나

옳지 찾았구나 얼씨구나 마음 뿌듯하여 돌아오다


한국 걸작품이라는 청계천도 한번 보자하여 따라 걷다

거만한 고층 빌딩 그늘이 마주 서서 내 시야를 막는데

저녘 노을 마주한 담벼락 담쟁이 혼[]이 내 눈에 꽂혔지

얼씨구 좋다 절씨구로다 찾고 말았구나 감탄하며 알았지


그 유명한 시인 도씨 시집 동네 촌장이 담쟁이 주인이었어

천개의 잎파리들이 어깨동무하고 모두 담을 넘고 있더군

고향도 만나고 담쟁이도 만나고  인작[걸작들 만나고

*'당신은 구구십니까' 하더군 

저 벽 돌판 옆자리에  비록 졸시[詩]일 정  도 올려보자 

언제던가 詩人이 되겠다 마음 정한 사람이외다
*도종환의 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옛날 팔공국이란 나라에서 새 임금을 뽑았는데 

그 애비는 죽을 때까지 왕 노릇을 해먹으려는 자였다. 

백성은 섬기지 않고 

주색잡기 노름과 배때기에 기름기만 채우다가 

제 손으로 임명한 암행어사에게 칼을 맞고 죽었다. 


새 임금은 전임 홍어임금과 바보임금 둘이서 만들어 놓은 

선거 제도에 의해 백성들이 투표로 뽑았는데 

선거운동 당시 훅 가는 공약들을 많이 발표해 몰표를 몰아주었더라. 

그런데 임금이 되고 나서 채 일 년도 되기 전에 모든 공약은 헌신짝처럼 

벗어 던져버리고 제 애비를 닮아가는 모습에 온 백성들이 

몸서리를 쳤겠다. 


한데 이번 임금이 되기까지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포졸들과 

나라의 녹을 받아먹던 몇몇 장수들이 밤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상대방 후보를 깎아내리고 지금의 임금을 추어올리는 

을 몰래몰래 붙이고 다닌 덕이라. 


한수 이남의 알 만한 백성들은 군대를 일으켜 반란으로 임금이 된 

애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지는 모르겠지만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 법

이런 낌새를 눈치챈 대 무리가 있었으니 이 모든 걸 까발리고 다녔더라. 

지에 몰린 임금이 포도대장한테 사건을 조사하는 시늉만 하라 시켰으나 

여주에서 올라온 나졸이 모든 걸 까발리니 

깜짝 놀란 임금이 나졸의 아랫도리 이야기를 들춰내며 고향으로 내쫓더라. 


제 애비는 다른 건 몰라도 사내의 아랫도리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 임금이었으나 

지금의 임금은 못된 짓만 배워서 백성들을 미궁 속으로만 몰아넣더라 

이쯤 되니 포졸들은 자기네 식구들을 서로 잡아먹고 알아서 설설 기더라. 


임금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곤룡포를 차려입고 이웃 나라로 나들이만 다니더라. 

에 백성들은 돌보지 않고 패션쇼만 다닌다고 민심이 흉흉하자 유언비어를 단속하라! 

제 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에서 파발만 띄우더라. 

이제는 남과 북, 동과 서가 아니라 나와 네가 완전 갈라섰더라. 

자, 이제 판은 벌어졌다. 

얼쑤! 


  -황인산 詩集  <붉은 첫눈> 에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담쟁이야 !

너는 허구한 날 천작[]의 사랑이라며 나를 감싸도는구나

네가 더도 덜도 없는 지극 정성으로 날 사랑하는 줄 알았노라

나 비록 고목[枯木]일 망정 불씨되어 네가 사랑하는 만큼이나 

내일 모레도 결코 늙지 않아 꺼지지 않는 불로 널 사랑하리니

영원토록 썩어지지 않는 뜨거운 불새  []되어 사랑하리니


담쟁이야 !

잎이며 줄기며 사랑스런 네 온 몸을 내 몸으로 감싸고 싶어라

네가 주는 사랑 보다 더 뜨거운 詩로 네 온몸을 휘감을 것이라

천심 [天心]이 후하여 덤으로 사는 꾸부정한 고목 [枯木]일 망정

담쟁이 네 사랑 닮아 너 다운 싱그러운 다짐으로 

이리 저리 詩 찾다 시집[詩集동네 마실 다니다가

숲이며 하늘이며 뭘 품을 듯한 허공을 가르는 바람하며 

그 사이 길 따라 마땅한  찾아 나서는 나그네 되었다가

내 사랑하는 담쟁이 품어줄 詩야 어디 있느냐? 외치다가


담쟁이야 !

만해네 고은이네 도씨 동네 이리 저리 헤메다가

아니면 내가 쓰리라 하며 당차게 마음 깃 세우고

배타고 한국 남해  느림보 마을 청산도를 헤멨지

짚신 신고 삿갓 쓰고 새끼 꼬는 어르신네들 만나

옳지 찾았구나 얼씨구나 마음 뿌듯하여 돌아오다


한국 걸작품이라는 청계천도 한번 보자하여 따라 걷다

거만한 고층 빌딩 그늘이 마주 서서 내 시야를 막는데

저녘 노을 마주한 담벼락 담쟁이 혼[]이 내 눈에 꽂혔지

얼씨구 좋다 절씨구로다 찾고 말았구나 감탄하며 알았지


그 유명한 도씨 시집[詩集동네 촌장이 담쟁이 주인이었어

천개의 잎파리들이 어깨동무하고 모두 담을 넘고 있더군

고향도 만나고 담쟁이도 만나고  인작[걸작품 만나고

저 벽 돌판 옆자리에  비록 졸시[詩]일 정 내 도 올려보자 

언제던가 詩人이 되겠다 마음 정한 날이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