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


  지금까지 몇 번의 개정판이 나온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IMF 당시를 휘감은 베스트셀러다. 누구랄 것도 없이 혼란과 울분과 자괴의 분위기에 듬뿍 젖어 있을 때, 분위기의 반전을 일깨운 책이다. 아마도 그 상황을 타개하기를 원하던 모든 이들의 마음이 이 책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던 건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려는 의지가 남아 있던, 어떤 힘이라도 끌어 모으려던 사람들에게 건네진 ‘지푸라기’ 아니었을까.

  분명 IMF는 위기였고 상황의 변화는 연쇄적인 변화를 요한다. 그 변화의 방향과 농도를 찾아가는 것은 한편으론 개인의 일이다. 하지만 IMF 같은 상황에선 한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변화의 방향과 농도를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때에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혁명적’ 변화를 역설했다.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보다 더 ‘변화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그러나 변화에 대처하는데 주저하고 망설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변화의 방향과 농도를 찾는 방법을 얘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IBM에서 경영혁신 팀장으로서 자신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변화경영의 방법들을 여운있는 글로써 표현해낸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저자의 책 전반이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지만 이 갖는 도식적인 글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마냥 선동적이지도 않고 누구나 쉽게 아는 것을 장황하게 떠들어 대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니가 잘 해야지”하는 식의 찍어 누르는 듯한 압력도 질책도 없다. “난 이렇게 잘했어”와 같은 자기 과시 또한 없다.

  깊은 생각과 깊은 공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글들로 사람들이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킨다. 동시에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가능케 하고 싶은 욕구를 증가시키며 의지를 독려케 해준다. 그런 힘이 조용히 파고드는 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미풍처럼 조용하고 잔잔하게 다가오는 글귀들이 많은 독서와 사색의 힘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려주며 다정한 이의 위로 같기도 하다.

  이 책이 1998년의 시간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책이었다고 지금 읽는다고 해서 그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다르진 않다. 그때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화두가 되고 있는 ‘변화’에 대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역시 IMF 만큼의 격랑이 일고 있는 나라이고 세계이니까.

  여전히 변화는 ‘나’ 하나만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달라질 리 없는 사회에 나 혼자 변해서 이 세상에 맞춰가리라는 생각은 적극적인 생각인가. 아니면 패배주의적 생각인가. 기회주의적인 건가. 변화는 안팎으로 필요하다. 세상에 맞추어 변화하겠다는 것을 잘 생각하고 잘 골라내야 한다.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력의 세상인지 아닌지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잘못된 깨달음으로 우리를 몰아간 것은, 우리를 기존의 체제에 묶어두고 통제하고 싶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상이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때때로 우리 부모의 모습으로, 선생의 얼굴로, 직장 상사의 이름으로, 그리고 친구의 한숨 섞인 충고로 우리를 설득시켜 왔다.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한 처신이었는지도 모른다. p15


  우리의 변화는 나의 변화와 세상의 변화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고선 ‘변화’의 긍정성은 상쇄될 뿐이다. 내가 변화해야 한다는 혁명적인 변화에의 욕구는 ‘내가 잘 살기 위해서’인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그것이 ‘나만, 나라도 잘 잘기 위해서’라면 변화의 종착역에 서 있을 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나만 달라져서는 안되는 상황일 때, 우리는 진정 ‘변화의 대상’에 대해 ‘변화의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욕망이 반사회적일 때, 인간은 불행해진다. ‘욕망은 개인적인 것이므로 사회 속에서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개인이 가져야 할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을 주장한 홉스로부터 시작된 지배자들의 논리이다. 자율성이 없는 사회가 붕괴하는 것은 외부에서 눌러오는 욕망에 대한 압살 때문이다. 욕망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에너지에 대한 통제와 관리는, 각 개인의 몫이다.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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