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죽이고 싶은



 타우누스시리즈1편.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 타우누스다. 마인 강이 흐르는 이곳에서 이야기를 짓는 것을 좋아하던 소녀, 넬레 노이하우스가 이 시리즈로 전 세계에 인기 작가로 부상할 서막을 알린 작품. 남편의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쓰던 글을 자비로 출판한 열정과 자부심은 몇 작품이 끝나기도 전에 전세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사람들은 추리, 미스터리에 왜 이다지도 열광하는 걸까. 장르물이라고 마냥 열광하진 않을 것이고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잘 쓴’ 작품이니까라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 번째인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시리즈의 주인공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콤비가 되는 이야기를 이어갈 것임을 알린다. 주부로 있다가 법의학자인 남편과 이혼하고 38세의 형사로 복직하게 되는 피아가 작가 자신같이 느껴졌다. 178cm의 이 형사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도 작가의 마음을 가장 많이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작가 자신이 계속 글을 쓰고 싶어하듯, 피아 역시도 ‘일’을 하고파 하는 여성이었다.

  이 이야기는 2005년 8월 28일에서 9월 11일까지의 사건 일지와 같다. 이 기간 동안 사건은 일어났고 사건을 추리하고 마침내 해결하기까지의 시간. 피아는 첫날 두 피살자를 만난다. 한 사람은 총기 자살 사건의 주인공 부장검사 하르덴바흐이고 또 다른 사람은 전망대 아래에 떨어진 미모의 여인이다. 보기엔 자살로 보이는 이 사건은 여자의 구두가 한짝밖에 없다는 것에서 타살 사건임을 직감하는 피아의 활약이 시작된다. 그리고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사건이 만나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이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우선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늘 가까운 사람이다. 이들에 의한 원한관계가 주목이 된다. 따라서 피아가 맡게 된 신발 한짝 없는 여성의 사건도 신원을 밝히는 일과 함께 가장 가까운 자, 그녀의 남편이 용의자로 떠오른다. 죽은 여성의 이름 이자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여성의 살아온 삶이 타인들에 의해 드러나고 평가된다. 그 평판들은 마치 이 여성이 죽은 것이 당연하다는 듯하다. 왜냐고? 그녀는 ‘나쁜’ 여자이기 때문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에서의 사건은 쉽게 보이는 사건 하나에서 수많은 연결고리가 이어지며 오히려 사건들이 확장해 나간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건들은 익숙하게 봐온 정재계 인사들의 타락,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놀라운 사건이라기보다는 눈에 선한, 익숙하게 보이는 인간 탐욕의 사건들이 권력과 재력가들과 엉기어 더 크게 벌어지는 스케일의 차이가 보인다. 아주 익숙해서 오히려 놀랍지도 않은. 유럽이든 아시아든 지역을 막론하고 인간의 욕망과 탐욕의 내용은 이다지도 같을까. 성, 마약, 돈.

  한 인간의 죽음이 안타까운 건 그의 남은 생애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은 아무런 ‘변명’도 못한 채 사람들이 자신을 재단하고 평가하는데 반박할 수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평가를 몰랐든 알았든, 자신이 평가를 바꿀 기회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활기차고 모험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루하고 피곤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갖가지 정보를 모아 인과관계를 추리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일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는 언젠가 상사에게서 훌륭한 형사는 범인과 똑같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타인의 삶에 감정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p72

 

   보우덴슈타인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이후의 타우누스 시리즈에 비해서 활기차고 모험적인 면은 덜하다. 구성이나 이야기도 단조롭다. 그래도 몰입감은 있다. 그것이 갖가지 정보를 모아 인과관계를 추리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매력적인 일을 끝가지 놓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루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두 형사와 함께 범인을 찾아내는 여정에 함께 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다. 한편 너무나 기괴하고 경악할 사건들을 현실적으로 만나다보니 오히려 1편의 사건들이 잔잔하게 다가온 면도 없지 않다. 이런, 안타까운 일. 이런 내용은 놀랍지도 않은 사건으로 보는 이 길들여짐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를 죽은 이자벨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그녀 또한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이기도 하다. 사랑하지는 않지만 거의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여자인 이자벨, 그래서 또한 모두가 죽이고 싶은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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