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적 욕망을 부추기는 것은 

 

세라 워터스, 핑거스미스

 

  그 골목은 올리버 트위스트의 슬럼가를 연상케 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동일성이 그렇고 그 골목을 떠돌던 이들이 모습과 거리가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작가 세라 핑거스는 읽은 모든 책이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꼽고 있다는 것, 빅토리아 시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이 유사성은 당연한 것이었다.

   핑거스미스를 읽기 전에 영화 <아가씨>가 나오고 반전이니 레즈비언과 같은 말만 떠돌아서 딱히 흥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작가의 화려한(?) 수상 경력에 치여, 그리고 도대체 핑거스미스가 무슨 뜻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들었다.

 

젠틀먼은 손을 내리고 손바닥을 뒤집은 뒤, 가운뎃손가락을 구부렸다. 이 표시는, 그리고 젠틀먼이 뜻하는 단어는 핑거스미스였다. 도둑을 뜻하는 버러의 은어였다. 우리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p57

 

   핑거스미스는 도둑이란 의미였다. 소설 속 공간적 배경이 런던의 뒷골목이니만큼 그곳의 이미지를 가진다. 가난한 이들이 모여 있고 그들은 도둑질, 구걸, 사기, 배신, 음모에 능숙하다. 수전 트린더 역시 이 뒷골목 소매치기들과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패거리 젠틀먼과 함께 보다 큰 사기를 치기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수전 스미스란 이름으로.

 

   시골에 사는 상속녀 모드 릴리의 하녀로 들어가 젠틀먼의 결혼을 도우며 모드의 재산을 가로채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 여정에서 겪는 사건과 감정이 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사건에 대한 묘사는 수의 시선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분량의 이 소설은 모드의 시선 또한 첨가되어 같은 상황 속에서 모드가 느끼는 감정이 서술된다. 모드로 하여금 젠틀먼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맡은 수전과 그런 수전에게 ‘연애 감정’에 대해 알아가는 모드의 상황으로 이 소설을 레즈비언 소설이라 분류하는 건가.

   레즈비언 소설의 정의가 무언지 묻고 싶다. 레즈비언이 썼거나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소설이 레즈비언 소설이라고 한다면, 이 소설의 전반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것이 과연 ‘레즈비언’ 한마디에 묻힐 수 있는 걸까. 소설 역시 자본주의 시대 팔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만을 강조하고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소설의 매력은 ‘레즈비언’ 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동성들 간의 애정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수와 모드만이 아니라 수전과 석스비 부인, 모드와 석스비 부인, 수전과 매리언 릴리의 관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독한 그 시대 ‘여성’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그 삶을 서로에게 건네려 하지 않기 위한 치열한 노력들.

   모드와 수전이 각각 살아온 공간은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인이 된다. 수전은 소매치기 집단에서 그런 일들을 배우며, 모드는 어린 시절엔 정신병원에서 이후 대저택이지만 외설 작품을 낭독하게 하는 외삼촌에 의해 갇힌 채로 살면서. 그리고 당연 빠질 수 없는 ‘돈’. 사기와 음모와 배신의 이유엔 ‘돈’에 대한 욕망이 연관된다.

   소설의 거듭된 반전은 소설 속 인물들 서로 간의 사기와 배신을 일삼는 모습과 닮았다. 모든 것이 욕망에 의해 시작된다고 할 때, 여성과 남성의 욕망의 차이는 그것을 가질 수 있느냐다. 당연히 여성에겐 모든 것이 제한적이고 억압적이며 그 억압과 제한의 주체가 남성이며 의사에 반해 쉽게 정신병원에 갇히는 존재가 된다. 이 모든 제약의 상황에서 여성들이 꿈꿀 수 있는 욕망은 모든 배신과 사기와 억압을 이겨내야 하는 것과 더불어, 서로간의 애정과 연대가 ‘동성애적 욕망’과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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