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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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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를 ‘무업사회’(p26)라고 정의한다. 무업 상태에 빠지게 되면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 자본 및 의욕까지도 함께 잃어버리기가 쉽고 인간관계를 상실하면 충고나 응원을 받는 것도 어렵게 되고, 자기 긍정감이나 동기부여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쉽다(p30). 일본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하지만 영 낯설지가 않다. 그렇다. 이런 청년들의 습은 우리에게도 단지 명명만 달리한 채 일상화되고 논의되고 있다. 일찌감치 삼포세대, 칠포세대를 넘어 헬조선이라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업사회는 한 부분의 모습이다.

  무업사회의 핵심은 ‘그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들다’라는데 있다.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고려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것이 능력의 모자람이라는 이유로 여러 재능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능력과 적성이라는 문제는 차치하고 ‘일자리’를 ‘잡아야’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무업사회의 현실, 무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은 경기 침체나 노동환경 악화와 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청년’에 온갖 수사여구를 들이대며 청년들에게 ‘열정’을 강요한다. 불합리의 요소에 힘들어하고 반박하는 이들에게 ‘철없음’과 ‘어리석음’과 ‘고난을 극복할 의지가 없는’ 애들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그들이 부여한 ‘청년’ 앞에 놓인 수식어와의 괴리를 슬퍼한다. 자신들이 살아간 가난한 사회에서의 그 열정이 왜 요즈음의 청년들에게는 없는지를 비교하며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놓았더니 한없이 나약한 낙오자를 만들어놓았다며 한탄한다.

  이러한 프레임 속에서 다양한 청년 무업자들이 세상과는 단절된 채 살고 있다. 저자는 고도 성장기에 구축된 ‘일본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의 부실이 변화된 노동조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청년 무업자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그렇듯이 청년들은 나라의 미래이므로 청년 무업사회를 그대로 두면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며 이에 대한 정책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하는 무업사회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일단, 저자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청년들에게 가해진 수식어의 문제를 지적한다. 청년들에게 씌어진 부정적인 인식, 나약하고 게으르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오로지 개인의 성격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문제라고 한다면 속출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 무업자라는 ‘개인’의 상황이 당혹스럽게 여겨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한 인식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장애가 된다면 그 인식을 바꾸는 것이 당연, 필요한 일이다.

  결국 이러한 개인이 늘어간다는 것은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꼭 새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일하지 않는 것과 일할 수 없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저자는 일단, 10여 년 동안 현장에서 NPO 활동을 하며 만난 수만 명의 무업자에 대한 정성조사와 2,300건의 정량조사를 통해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사회경제적인 이유를 무업사회의 원인이라 보면서 무업상태인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들의 조사 결과 ‘청년 무업자’의 75.5%가 취업 경험이 있었으며, 한 번도 일한 적이 없는 사람은 24.5%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적인 결과들을 보더라도 청년 무업자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데 일할 수 없는 상태’,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병·부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것은 일을 하면서 무리한 업무와 작업 환경의 문제로 질병을 얻은 경우이다. 청년 무업자들을 일을 하기 싫어하지 않는 게으르고 무능한 청년들이라는 상태로만 바라본다면 이와 같은 형태의 청년 무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다.

  이 책이 실제로 청년 무업자들의 상태를 수치로 나타냄으로써 청년무업상태의 깊은 내용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이들이 더 깊은 무업의 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이유를 면담을 통해 알아가는 것은 이미 오해와 편견 속에 갇힌 사고로 문제를 바라보는 이들의 잘못된 방법이 문제를 더욱 양상하고 있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어떤 형태로든 무업 상태가 길게 이어지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된다. 심리적인 위축에 빠지며 지속적인 악순환에 처한다. 게으르고 무능하여 무업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무업 상태가 이들에게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다주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저자는 무업 상태의 청년들에게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이것의 성과가 없는 것은 오로지 이 무업 상태의 문제를 ‘취업’에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실업률을 높이기 위한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만들어 취업률 높이기에 혈안이 된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평생을 위한 일자리가 단순한 생색내기형태의 정책으로 급속히 창출된다 한들, 지속되는 문제 해결의 방안이 되겠는가.

  사회는 일하는 청년세대가 고령의 세대를 돌보는 형태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GDP 생산에 앞장서며 사회보장의 책임을 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에 책임을 담당할 세대가 없다는 것은 사회 전체의 어두움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당장의 정당지지율이나 선거의 표를 의식한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안전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절실한 이유이다.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일본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이 청년 무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일본형 시스템’은 ‘일본적 경영’, ‘일본적 복지사회’, ‘중앙집권적 재분배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특히 ‘일본적 경영’은 ‘신규 졸업자 일괄 채용’, ‘종신 고용’, ‘연공서열형 임금’, ‘기업별 노동조합’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제도에 맞추어 청년들은 취업준비를 하고 교육기관은 이에 맞추어 취업지도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탈락하면 새롭게 이 사회에 진입할 수 없으며 직장생활이 사회생활과 직계되기 때문에 그 어떤 사회참여가 어려운 상태를 만든다. 또한 일본은 최소한의 복지, 잔여적 복지만을 시행함으로 사회복지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문제를 양산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 역시, 어느 순간 선진국형의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일본형의 사회복지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삼성 회장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이 필요하냐’와 같은 말로 선별적인 복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만을 주장하며 사회안전망을 축소하려 한다.

  청년 무업자가 양상되는 상황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우리사회와 너무 닮아 있다. 무엇보다 ‘인식’이, 그들에게 가해지는 오해와 편견들이 문제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래서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도 객관적인 통계자료로 편견의 시각을 반박해 주고 선거로 인해 회심성의 정책이 양상되지 않기만을 이 책을 통해 일본이 전해주는 미래사회의 암울함을 제발 보기를 바랄 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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