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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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고 화사한 산문체. 묘사가 이어지는 제1장이 너무 이뻐서 되풀이해 읽게 된다. 어쩜 이렇게 예쁜 문장을 쓸까! 이 소설 같은 감성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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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드디어 ㅋㅋㅋㅋㅋㅋ 나왔어 ㅋㅋㅋㅋㅋㅋ 나오라고 그렇게 노래부른 보람잌ㅋㅋㅋㅋㅋㅋ 우왕 넘 좋다 오늘을 국경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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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푸른 톤 펜들이 많아짐. 아 라미 파란색도 있는데 빼먹음 ㅠㅠ 라미도 아끼며 막 잘쓰고 있다. 평생 함께하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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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 Gryffindor Edition (Hardcover, 영국판)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 Gryffindor Edition (Hardcover) 1
J. K. Rowling / Bloomsbury Publishing PLC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중고로 산 하리 포타 20주년기념판. 마법사의 돌 그리핀도르 에디션이다. 잘 모르는 형용사가 빈번히 나와서 사전 뚜드리며 읽는데 와 재밌다! 이걸 여태 안 읽고 있었다니. 근데 그동안 봤던 다른 책들도 내겐 충분히 중요한 거였으니. 모든 일엔 제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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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의 빠른 발간을 기원하며 내멋대로 번역. 프롤로그 부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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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서 이런 얘길 들은 적 있다. 사람은 임종하는 순간에 그의 모든 인생이 눈앞에 스쳐지나가게 된다고. 정말 그렇다면, 냉소꾼들은 윌리엄 벨먼의 경우를 이렇게 짐작할 것이다. 마지막 순간 그가 살아 있는 동안 해온 모든 계산, 계약, 사업적 판단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부 다시했을 거라고 말이다. 사실 그가 저승의 경계에 닿았을 때 - 우리 모두 빠르건 늦건 도달하게 될 그 경계를 말한다 - 그는 미지의 세계로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에 관한 상념에 젖어 있었다. 그의 아내, 세 아이들, 삼촌, 사촌, 그리고 어릴 적 친구 몇몇. 이미 죽은, 혹은 죽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친밀한 사람들을 회상하는 시간이 지나자, 이제 단 하나의 추억을 위한 순간이 왔다. 그가 사십여 년 동안 파묻혀 있던 기억의 지층에서 발굴해낸 것은, 한 마리의 떼까마귀였다.

이런 이야기다.

윌 벨먼은 열 살하고도 나흐레째가 되었고 그가 태어나던 날의 영광은 그 핏줄 속에서 생생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강과 숲 사이 펼쳐진 평야에서 놀고 있었다. 까마귀들이 선회하다가 급강하하곤 먹이를 낚아채려 거칠게 땅을 희롱하곤 하는 곳이었다. 벨먼 의류공장의 후계자인 찰스는 윌의 사촌이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형제였다 - 이렇게 말하면 매우 간단해 보이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프레드는 빵집 큰아들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낙농가에서 시집왔다. 프레드는 위팅포드에서 가장 잘먹고 자란 아이로 통했고, 딱 보기에도 빵과 크림 따위는 이미 다 뗀 것처럼 생겼다. 흰 치아와 강인한 뼈를 덮은 살집을 가진 그는 언젠가 자신이 이을 빵집 이야기를 하길 좋아했다. 루크는 대장장이네 자식이었다. 그러나 형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가 가져갈 몫은 없었다. 루크의 밝은 구릿빛 머리는 꽤 멀리에서도 보이곤 했다. 적어도 그가 깨끗하게 씻었을 때는 말이다. 그는 학교로부터 안전 거리를 두곤 했다. 한참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매질당하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는 아주 굶주렸을지라도 집과도 안전 거리를 두었다. 구걸로 배를 채울 수 없으면 훔쳐서 해결했다. 어린 소년이란 먹어야 하는 법이다. 그는 자신에게 빵과 치즈를 주고, 한 번은 치킨 조각을 던져준 윌리엄의 어머니에게 열성적으로 헌신했다.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이 여름의 시작에는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아이들의 나이였다. 그들은 모두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났다. 탄신년의 상징적 힘이 그들에게 물리력으로 작용했고, 8월의 나날이 지나는 동안 그들을 날이면 날마다 같은 울타리며 평야로 불러들이는 건 단지 우정만이 아니게 되었다. 경쟁 의식이 생겼던 것이다.

아이들은 달리기 경주를 하고 나무타기를 했으며, 흉내 내기나 팔씨름을 다투었다. 평지를 달리면 달릴수록 그들은 빨라지고, 더욱 높은 가지 위로 오를수록 더 넓은 지평선을 보았다. 아이들은 서로 부추기고, 감히 부추김을 거부하지 않았으며, 더욱 더 큰 위험을 감수했다. 그들은 까진 상처를 웃어넘겼다. 멍자국은 영광의 훈장, 흉터는 트로피였다. 순간순간마다 그들은 세상과 서로를 견주었다.

열 살하고도 나흘 먹은 윌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윌은 자신이 다 자란 남자라기엔 한참 모자르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렇다고 어린 꼬마라고도 할 수 없었다. 여름 내내, 어머니의 헛간 뒤로 펼쳐진 숲에 사는 떼까마귀 울음소리에 아침 일찍 눈을 뜰 때마다 그는 자신 안에서 힘이 자란 것을 느꼈다. 그는 부엌이나 안뜰 밖에서 놓아자란 아이였다. 평야와 강과 숲이 그의 영역이었고 하늘 역시 윌에게 속해 있었다. 그는 배울 것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제껏 자신이 가져온 것들처럼, 모든 것에 관한 배움 역시 쉽게 가지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껏 배운 것들을 통해 매일매일을 새롭고 멋진 전능감으로 즐길 터였다.



˝내가 저 새를 맞히겠어.˝
윌은 저 멀리 있는 나무의 저 멀리 달린 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집근처에 있는 오크나무였다. 어머니의 헛간이 울타리에 반쯤 가린 채 보였다.
˝말도 안 돼!˝
루크가 재빨리 다른 아이들을 불러모으곤 제방을 기어올라 저 멀리를 가리켰다. ˝윌이 저 새를 맞힌댄다!˝
˝말도 안 되지!˝ 다른 아이들이 동의하면서도 재빨리 구경하러 몰려왔다.
까마귀과 새 한 마리가 평야 너머로 뻗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윌은 새총을 벨트에서 빼내고 돌을 찾아 주변을 대대적으로 둘러보았다. 새총용 탄환으로 어떤 돌이 좋은지에 관해 아이들 사이에서 통하는 미신이 있었다. 알맞은 돌을 고르는 안목은 소년에게 명성을 안겨다주었고, 돌의 크기, 매끈함, 질감, 색깔 간의 비교가 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대리석이 최고였다. 하지만 대리석을 선뜻 써버리는 아이는 드물었다. 윌리엄은 내심 둥그스름하고 매끄러운 돌이면 아무거나 마찬가지일 거라 짐작하고 있었으나, 여느 소년이 그렇듯 그도 미신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무언가 보여줄 때였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윌의 새총에 관심을 보였다. 윌은 탄환을 고르는 동안 새총을 사촌 찰스에게 맡겨두었다. 찰스는 무기를 한번 만지작거리곤 곧 그것이 잘 균형잡혀 있음을 눈치채고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Y자 형태로 뻗은 두 지지대는 자연에서 발견했다기엔 너무나 완벽했다. 온 숲을 다 뒤져도 그런 Y자는 발견하지 못할 텐데. 윌은 눈썰미가 좋았다.

프레드가 관찰에 합세했다. 그는 눈쌀을 찌푸리고 입꼬리를 끌어내렸다. 잘못 만든 버터 덩이라도 보는 눈초리였다.

˝개암나무가 아니잖아.˝

윌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대답했다.

˝개암나무는 잘 잘리지. 하지만 굳이 그걸 쓸 필요는 없어.˝

윌은 바싹 날세운 나이프를 갖고 나무에 올라 점찍어놓은 가지를 세심히 잘라냈던 것이다. 나이 많은 가지는 너무 단단하고 어린 것이 충분히 탄력적이었다.

새총에 맨 발사대는 매우 친숙한 물건이었다. 윌은 작아서 신지 못하는 신발의 가죽을 재활용했다. 예리한 칼날로 작게 도려내어 깔끔한 칼선을 넣어 탄성을 강화한 작은 가죽조각으로 탄환을 감싸는 부분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새총의 한군데는 완전히 새로웠다. 줄이 걸리는 부위에 윌은 1인치 정도 너비로 얇은 홈들을 새겼다. 홈과 홈 사이에 작은 발사대를 댄 얇은 가죽끈이 걸렸다. 그 매듭 아래위로 줄에 상처가 나 있었고, 이 상처가 아래위러 새긴 홈에 꼭 들어맞았다. 찰스는 경탄한 손짓으로 줄과 홈이 맞물린 데를 만졌다. 무척 섬세한 세공이었으나 왜 이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건 뭐야?˝

루크가 와서 감정하듯 줄이 감긴 데를 만졌다. ˝발사대가 미끄러지는 걸 막는 장치 아냐?˝

윌이 어깨를 움츠렸다. ˝나도 시험해보는 중이야. 그렇게 많이 해보진 않았어.˝

이날 이때까지 아이들은 이렇게 완벽한 새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은 언제나 선과 악, 신의 선의나 악의, 행운과 재앙에 관해 생각하듯 새총을 생각했다. 새총 하나를 쓴다는 것은 자신이 놓치게 될 다른 숱한 기회를 걸고 운명과 싸운다는 일을 의미했다.

윌의 투석기에 미심쩍은 점은 없었다. 정열을 불어넣어 만들고 조정한 물건이었다.

루크는 가죽줄을 시험해보았다. 줄은 충분히 유연했으나 그는 이 멋진 새총에 무언가 보태고 싶은 충동을 견디지 못했다. 루크는 손끝에 침을 적셔 가죽끈을 다정스레 문질렀다.

그때 윌은 만족할 만한 돌을 찾아냈고 동시에 까마귀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새총을 돌려받고 장전했다.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그의 시력은 좋았고 손길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연습을 해왔다.

새는 너무나도 멀리 있었다.

무기로부터 새로 관심을 옮긴 소년들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윌은 자신의 잘난 체가 어찌나 터무니없었는지, 아이들과 함께 반쯤 웃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십여 년 동안 쌓여온 관찰, 성장, 힘과 강인함이 윌의 내부에서 준비를 끝마쳤다. 그는 친구들이 내는 잡음을 잊었다.

그의 눈이 탄환과 표적 사이로 그어지는 가상의 호를 쫓는 동안 - 있을 수 없는 궤적이었다 - 그의 두뇌는 계산하고 측정하고 도구를 조율했다. 그의 발이 움직이고 무게중심이 정확히 이동했다. 다리와 등, 어깨 근육이 준비 상태가 되었고 손가락은 재빨리 새총의 텐션을 확인했다. 그는 발사대를 잡아당겼다.

돌을 장전하는 순간 - 아니, 그 한순간 전, 그만두기엔 너무 늦은 때 - 그는 완벽한 때가 왔음을 알았다. 소년, 새총, 돌. 뇌, 눈, 몸. 그는 확신했고, 탄환이 쏘아져 나갔다.

예정된 경로를 타는 돌의 비행은 꽤 오래 걸렸다. 혹은 그래 보였다. 윌리엄에겐 새가 가지 위에서 날아가 버려 살아나기를 바랄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 그렇게 되면 돌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땅에 떨어질 것이다. 까마귀는 하늘 높이 화강암질의 비웃음을 흘리겠지.

검은 새는 움직이지 않았다.

돌은 포물선의 정점에 이르렀고 이제 하강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침묵에 휩싸였다. 윌리엄은 침묵했다. 온 우주가 정지했다. 오직 돌만이 움직였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윌리엄은 생각했다. 큰 소리를 내서 저 새를 깜짝 놀래켜 날아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혀는 입 속에서 굳어버렸고, 그 순간은 시간을 벗어나 길게, 천천히, 마비된 채 늘어났다.

돌이 여정을 마쳤다.

검은 새는 추락했다.


아이들은 혼란에 빠져 빈 가지를 바라보았다. 이게 진짜 벌어진 일인가? 말도 안 돼! 하지만 분명 봤어...... 세 머리가 마치 한몸처럼 윌을 향했다. 윌은 새가 있었던 가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그는 아직도 새가 추락하는 장면을 보고 있었고,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프레드가 우렁찬 고함으로 침묵을 깼다. 세 소년은 목표지점을 나무로 튀어 나갔다. 루크는 나무뿌리와 고랑에 걸려 넘어지느라 언제나 꼴찌였다. 윌리엄도 뒤늦게 달렸다. 그는 나무 아래에서 친구들을 따라잡았다. 아이들은 윌이 다가가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거기에, 풀 위에 새가 있었다. 떼까마귀였다. 아직 어리고 부리가 검었다.

그렇다면, 윌은 정말로 해낸 것이다.

윌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움지기는 감각을 느꼈다. 한 장기가 제거되고 대신 낯선 것이 자리잡는 듯했다. 한 번도 생각지 못한 감상이 그 안에서 왈칵 피어났다. 그것은 윌의 가슴으로부터 사지까지 핏줄을 타고 돌았다. 머릿속에서 부풀어올라 귀를 감싸고 목소리를 껐으며 손발 끝까지 고였다.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그것에 윌은 숙연해지고, 이제 그것이 영원히 자기 안에 뿌리 내렸음을 깨달았다.

˝묻어주자.˝ 찰스가 말을 꺼냈다. ˝정식으로.˝

이 특별한 경험에 대한 의례로 장례식을 하자는 발상은 아이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미처 다 동의하기 전에, 웃음으로 머뭇거리며 루크가 새의 날개 끄트머리를 잡고는 부드럽게 펼쳐 보였다. 잎새를 통과한 빛이 죽은 짐승에게로 떨어졌고, 갑자기 검은 색은 더 이상 검지 않게 되었다. 잉크 얼룩 같은 파랑, 보라, 초록 음영이 나타난 것이다. 색 같지 않은 색이었다. 일렁이고 반짝이며, 살아 있는 듯한 생생함이 눈과 정신에 마술을 걸었다. 아이들이 그 새가 정말 죽었는지 의아해할 정도였다. - 그러나 새는 죽었다. 확실하게.

아이들은 뭐라 중얼거리며 다시금 윌을 쳐다보았다. 이 아름다운 것은 윌의 소유다.

루크가 과감하게도 새를 들어올렸다.

˝까아악!˝

루크는 사체를 프레드 쪽으로 달려들게 했다. 윌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다른 두 아이는 뒤로 펄쩍 뛰며 불평을 토하곤 안도의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프레드가 죽은 짐승의 날개를 지분거리며 나는 시늉을하곤 깍깍 열정적으로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윌은 연약하게 웃었다. 어떤 격변의 뒤끝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허파는 지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레드는 작은 시체로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점을 발견했다. 새의 머리는 힘없이 흐믈거렸고 벌어진 깃털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프레드는 역겨워하며 사체를 발로 차버렸다.

이윽고 새를 묻어주자는 생각은 잊혔다. 아이들의 관심사는 새로부터 그것을 죽인 돌에로 옮겨갔다. 돌에는 이제 가치가 생겼다. 그들은 주변의 온갖 돌멩이를 들여다보고 고르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이건 너무 커.˝ 아이들은 동의했다.
˝색이 달라.˝
˝아까 그건 그런 무늬 없었어.˝
아이들은 탄환을 찾지 못했다. 기적을 한 번 이룬 돌은 갑자기 평범해져서 다른 돌들과 섞여 분간해내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어쨌든 찰스가 먼저 말하고 아이들이 이번에는 전부 동의한바, 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돌이 아니라 윌이 해낸 것이다.

아이들은 윌의 위업을 끝없이 조잘대며 서로 재현해 보였다. 상상 속의 새총으로 상상 속의 까마귀 종족 모두를 죽였다.

해가 가라앉고 하늘이 식었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다. 집에 갈 시간이었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가장 가까이 사는 윌은 몇 분 안에 어머니의 부엌에 앉아 있게 될 터였다.

제방 꼭대기에서 무언가가 윌에게 돌아보라고 강요했다. 윌은 뒤돌아 새가 추락한 데를 보았다. 얼마 안 가 소년들이 모두 그 자리를 떠났고, 까마귀들이 왔다. 열댓에서 스물 정도 되는 까마귀떼가 오크나무 주위를 맴돌았다. 사방에서 더 많은 동족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은 하늘을 가로질러 검은 잔상을 끌며 나타나, 한 마리씩 나뭇가지로 곧장 내려앉았다. 보통 그런 모임은 장례식장에 모인 듯 왁자하게 자갈 구르는 소음을 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모임은 달랐다.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갖춘 침묵만이 있었다.

각자 가지에 자리잡은 새들이 한곳을 응시했다.

윌은 펄쩍 뛰어올라 제방을 내달렸다. 일찍이 그렇게 빨리 달린 적이 없었다. 제집 문고리를 잡았을 때에야 그는 감히 뒤돌아볼 용기가 났다.

하늘은 텅 비어 있었다. 윌은 나뭇가지를 노려보았지만 먼 거리와 햇빛 때문에 자기가 보는 게 까마귀떼인지 나뭇가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저 그는 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주시하는 모습을 상상한 것인지도 몰랐다.

순간 윌은 친구 중 하나가 오크나무로 되돌아왔나 생각했다. 웬 소년이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찰스라기엔 키가 작고 프레드라기엔 날씬했으며, 루크처럼 빨간 머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음영 탓인지 그 아이가 차려입은 옷은 온통 검었다.

눈 한 번 깜박이자 검은 소년은 사라졌다. 숲을 지나 집으로 갔을 것이다, 아마도.

윌은 문고리를 돌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니?˝

어머니가 궁금해했다.


윌리엄은 저녁 내내 말이 없었다. 어머니에게 그는 창백해 보였다. 어머니의 질문들은 약간의 대답을 끌어냈을 뿐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이제 비밀을 가질 만큼 다 컸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냥 생각요. 일주일 뒤에는 찰스랑 학교에 가잖아요.˝

윌은 어머니가 그의 그릇에 수프를 붓고 한팔로 안아줄 때, 자신이 열 살밖에 안 되었음을 상기시키는 대신 은밀한 몸짓으로 그녀에게 기댔다. 이 용감한 아들이 엄마를 떠나 옥스포드로 가는 일 때문에 불안해하는 걸까? 그날 밤은 그다지 춥지 않았으나, 어머니는 아이의 침상을 덥히고 촛불을 켜두었다. 한시간 후 아들에게 잘 자라는 입맞춤을 하러 온 그녀는 아이의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어찌나 새파란 안색인가. 이 애가 내 아들이 맞나? 아이들은 너무 빨리 변한다.

겨우 열 살인데 난 이 애를 잃어가고 있어. 아니, 가슴 아프지만, 이미 잃었는지도 몰라.

다음날 윌리엄은 몸살을 앓았다. 그는 일주일의 반을 침상 속에서 어머니의 간호를 받으며 보냈다. 그동안 그의 피는 점점 뜨거워졌다. 고통으로 울부짖고 땀을 쏟으며, 윌리엄은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열 살 분의 재기와 힘을 쏟아부었다. 잊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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