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이 `귀족 집단'으로 운영돼온 상원을 개혁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하원은 상원의원을 전원 선거를 통해 뽑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원개편안을 표결에 붙여 7일 통과시켰으며 앞으로 입법화 과정을 거쳐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상원을 모두 선거로 뽑게 된다면 영국 의정 600년 역사에 획기적인 변화가 오게 되는 셈이다.
상원개편안은 이날 하원에서 찬성 337표 대 반대 224표로 통과됐다. 이 개편안은 하원의 개혁 요구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 안이 통과됐다 해서 법제화 절차에 자동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정부의 입법안 작성과 제출, 상하원 표결 등의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영국 정부는 올 연말 상원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일괄 처리할 방침이다.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14세기 영국 양원제 틀이 굳어진 이래 최대의 변화를 몰고올 개혁안에 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잭 스트로 하원의장은 "수십년간 논의만 벌여왔던 일을 진전시킨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상원은 종신직 귀족 의원 500명 가량과 세습의원 92명, 국교인 성공회 성직자 의원 26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상원의원 절반을 선출직으로 바꾼다는 좀더 온건한 개혁안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하원은 `100% 선출직으로 구성한다'는 훨씬 급진적인 방안을 택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터져나왔던 블레어 총리측 `의원직 매매' 스캔들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2005년3월 총선을 앞두고 기업가들과 자산가들에게 선거자금을 빌리는 대가로 기사 작위를 수여, 종신의원으로 만들어준 사실이 들통나 곤욕을 치렀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직 총리로서는 사상 최초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