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을 참말로 좋아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히어로의 모습은 SF쪽 보다는 고전쪽이다. 하긴 그래서 여타의 히어로들을 제치고 원더우먼을 가장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에 기반을 둔 스토리와 영상이었으니까.

 

킹스맨도 제대로 안 본 터라 주연배우는 뉘신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12세이상 관람가'라는 파격적인(?) 관람가능연령에 아들의 마음을 달래줄 겸 상봉까지 가서 4DX로 관람을 했다. 영화는 혼자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들이라면 괜찮은 동무가 될 것 같아 4DX까지 선택하며 봤지만 2D기반의 4DX는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아들은 말 탈 때 좋았다고 한다. 초반에 마구 나오는 키스씬+에 살짝 당황했으나 이내 징집되어 떠나는 격투씬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것이 과연 '12세 이상 관람가'가 맞구나 싶어 이후엔 편하게 봤다. 초등학생에겐 아직 좀 잔인한 장면들이 있어 몇 번 눈을 가려준 기억이 있지만 말이다. 

 

아들은 십자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용을 이해하는데에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만 로빈 후드를 몰랐다. 영국의 홍길동이라고 말해줬더니 공감을 했다. 그러면서 로빈 후드도 홍길동처럼 진짜 있었던 인물이냐고 묻는데 당황했다. 애들은 홍길동을 위인으로 아는구나......아무튼 십자군 원정의 이면에 있는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에 대항하는 로빈 후드의 활약상은 이미 수많은 히어로물을 본 어른들에게는 섭섭한 정도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아이가 보기엔 정말 괜찮은 작품이었다. 인류를 구한다는 원대한 목표보다도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구한다는 그 소박한(?) 정의가 더 좋았고, 많은 사람들을 희생하여 살아남는 후드가 아니라, 대의를 추구하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 여럿의 목숨과 바꿀 수 없다는 평등함이 신선하고 공감이 갔다. 

 

앞으로 후속작이 나올 것인데 챙겨보고 싶은 영화였다. 특히 청소년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흥미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진실들, 그 마음들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즐겨보는 중드들이 가지는 의미하고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리뷰를 쓰는 건 이 때문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화도 좋지만(물론 이 영화도 그러하지만) 이 영화가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 좋아서 며칠 전 본 곽건화의 <28세 미성년>을 알리는 대신 이 영화를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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