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적립금 드리는 이벤트는 여기. 4월이 끝날 때까지입니다.

 

 

 

 

 

브루노 슐츠 작품집

 

 




 

MD의 감상평: 브루노 슐츠의 단편들은 아름답고 목적이 없다. 누군가는 그를 카프카와 비교한다. 카렐 차페크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슐츠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감각적인 환상을 구축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이 책의 해설에 나오듯 슐츠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프로이트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또는 작품 속에서 민간 전승이나 서구 신화들의 변형형을 목격하고 그것을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불안과 엮어 문학사의 맥락 안에서 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석하기에 따라 어떤 장치로 기능할 수는 있되, 슐츠의 소설이 애당초 그것을 노렸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슐츠는 환상과 부조리의 구조에 대해 고찰하고 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삽입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는 그냥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감을 밝혀 채집한 감각의 조각들을 묘사함으로써 신비를 통역/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빛과 소리를 통해 몸을 얻는 환상들. 그는 로르카를 떠올리게 한다. 창조하기보다는 발견하는 방랑자-시인들. 만약 이 책이 슬프게 느껴진다면 그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떠난 디아스포라여서일 것이다. 이토록 태연하고 굳건한 '존재하지 않음' 속을 거니는 여정은 지구상의 그 어떤 외진 땅보다도 좀 더 쓸쓸할 테니까.

 

이런 분들께 추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작품 애호가 / 신세계를 탐험하려는 SF 또는 고딕 소설 팬 / 구판 사려다 놓치신 분

 

이런 분들은 주의: 감각 묘사의 밀도가 대단히 높으므로 고혈압 환자는 감상에 주의를 요합니다 / 만연체는 일종의 변명이지 / 그래서 걔가 어떻게 됐다는거야

 

 

 

 


 

스패로

 

 




 

MD의 감상평: 이 책은 예전에 <영혼의 빛>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었다. 많이 팔리지 않았고 빨리 절판되었으며 뒤늦게 입소문을 전해 듣고 헌책방을 수소문하는 순례자들이 발생하는, '좋은 SF가 소비되는 전형적인 방식'을 재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패로>는 외계 존재와의 조우를 다룬 '퍼스트 컨택트'류로 구분되며, 그 과정에서 신과 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종교 SF라고? 너무 무겁지 않을까? 물론 <스패로>는 대체로 어둡다. 필연적으로 좌절한다. 기적이 성립하려면 먼저 서사가 붕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좌절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답고 왜 자꾸 마음을 덥힐까. 아마도 <스패로>가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유사-수난극이어서일 것이다. 권능을 갖추지 못한 인간은 복음에 상응하는 수난을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다. "참새(스패로)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너희 아버지는 다 알고 있나니" 라는 마태복음 구절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무엇을 아는가? 모른다면 알게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즉 과거도 현재도 미래조차도 깨달음에 닿을 수 없다면 수난은 어떤 이유로 주어지는가? 거대한 질문이 외계의 별과 우주선 속에서 펼쳐진다. <스패로>는 SF의 독특한 정점, 즉 다시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장렬하고 서글픈 우주 복음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이번 판본 번역은 어떤가요? (좋아요) / 저는 카톨릭을 잘 몰라요 (괜찮습니다) / 거의 모든 SF 팬 (아래 주의사항 참조)

 

이런 분들은 주의: 위 도서는 다음 작가들과 같은 곳에서 제조되었습니다 : 어슐러 르 귄, 케이트 빌헬름, 聖 아서 클라크 (또는 SF 자체에 알러지가 있을 때)

 

 

 

 

 

 


노란 새

 

 



 


MD의 감상평: 이번 작품 선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작품. 보는 이에 따라 장점 또는 단점으로 작용할 스타일이 워낙 강렬해서다. 매우 시적이다. 사건들은 시간순을 무시한 채 배열돼 있고 그 사건들이 지니고 있는 의미도 순차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병사의 기억들은 그의 머릿속에 파편처럼 박혔다가 예기치 않게 튀어오른다. 시점도 보편적이지 못하다. 이 전쟁 소설에서 아드레날린을 동반하는 전투 묘사는 없다시피 하다. 전쟁 기간의 대부분은 교전이 아니라 경계와 긴장과 권태가 뒤섞인 항구적인 심리적 압력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료들은 총알이나 폭발이나 사고로 죽어가고, 시인의 영혼을 가진 주인공(이 소설은 자전 소설이다)은 그 와중에도 도처에서 자라나는 풀과 새들을 목격하고는 그 집요한 생명들을 자신의 전쟁 기억 속에 집어 넣는다. 정서적 괴멸 상태로 내몰린 군인-청년-시인은 이 집요한 삶과 허무한 죽음 사이를 줄타기하며 독백과도 같은 증언들을 중얼거린다. 이것은 '여러분에게 전쟁을 고발하기에' 적합한 방식이었나?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인은 시인이 본 것을 써야 한다고. 그것이 더 옳은 증언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나는 <노란 새>를 다른 무엇이 아닌 전쟁 소설로써 추천하기로 했다.

 

이런 분들께 추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최근 영화들을 인상깊게 보았음

 

이런 분들은 주의: 한국이고 미국이고 요즘 소설 쓰는 젊은 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MD의 감상평: 세계문학으로는 물론이요 온갖 버전의 괴기 단편집에도 단골 출연하는 언더그라운드 인기스타 에드거 앨런 포. 지나칠 정도로 유명한 이 작품집을 고른 이유는 역시 지나치게 유명하기 때문이다. 무슨 어마무시한 퍼펙트 전집이 나오지 않는 이상 포의 작품집이 다시 조명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포는 위대한 작가이므로 그의 새 번역본은 그에 합당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 이번 단편집은 특히 그럴 만하다. 역자가 직접 원 텍스트의 정확성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판본(포 작품들의 일부가 그의 사후에 편집자에 의해 무단으로 수정당했고 아직도 그걸 바로잡는 중이라고 한다)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다른 몇몇 번역본들과 비교해 본 결과 단순히 번역자의 차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번역 자체도 준수하다. 만연체와 영탄법을 저글링처럼 구사하는 포의 특성과 '한글 독자'들을 위한 가독성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준수한 번역을 선보이는 번역본 중에서는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여러모로 균형이 잘 잡힌 레퍼런스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이게 사건이 아니면 뭔가. 에드거 앨런 포의 (현재까지의) 단편 레퍼런스가 등장했다는데.

 

이런 분들께 추천: 보르헤스와 보들레르가 연대보증 섰음 (누군가에게는 장점) / 중편집도 나올 거래요!

 

이런 분들은 주의: 보르헤스와 보들레르가 연대보증 섰음 (누군가에게는 단점)

 

 

 

 

 

5월에도 뵐 수 있도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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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04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샤르르 2013-04-0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번 달엔 굉장히 빨리 나왔네요 ㅎㅎ
계피색이랑 모래시계는 있구 노란 새도 저번 달에 이미 샀구.. 포 전집도 있고.. (근데 소개글보니까 이번 것도 사야할 듯한...)
스패로는 사려고 골라놨던 거고 .
뭔가... 뿌듯하네요 ㅎ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3-04-08 16:25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는 미리 써 놓을까 해서 좀 빨리 시작..햇는데 결과는 큰 차이는 없네요;; 그래도 일찍 올라왔다는 얘기 들으니 좋습니다;

그런데 이미 다 골라 놓으신 책들이라면 제가 뭔가 실패한 건 아닌가요? 예측하지 못했던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ㅎㅎ

아기새 2013-04-0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랄까 점점 진심과 열정이 뿌듯하게 담겨가니 마음이 훈훈(응?).. 이번 달에도 여기 덧글을 달 수 있어서 기분 좋습니다.

저는 SF알러지 인간 이었지만 MD님 덕분에 현실증강제 덕후가 되어 비죽이던 입술이 '오오' 연발 입술로 변모되었습니다(응?)

스패로는 SF는 죽어도 못읽겠네가 아니면 사라는 말씀이시고 포 단편집은 집에 사전처럼 꽂혀있을지언정 사라는 말씀이시네여??..

'아 그래서 어쨌다는거야' 종자인 저는 감히 감각적 묘사가 줄을 잇고 그 자체로 소설이 되는 단편집은 살 용기가 안 납니다..

근데 그거 아세여?? 알라딘에서 제게 예치금을 늦게 넣어주어 책을 못사고 3월 이벤트가 끝났다는 사실.......으앙

외국소설/예술MD 2013-04-08 16:27   좋아요 0 | URL
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저는 뭐랄까 늘 '다행이다'라는 반응 이상이 잘 안 나와요. 자신감이 부족하달까 그렇습니다 음음. 그래도 SF를 좋아하게 되셨다니 이건 정말 기쁜 일이네요. 정말 뿌듯하고 네.

예치금 껀은 고객팀에 문의해 보시면 뭔가 보상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우선 먼저 사과 드립니다.

그래도 늘 좋은 책은 많으니깐요. 모쪼록 잘 골라 가시기 바랍니다. 매달 좋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아기새 2013-04-09 16:33   좋아요 0 | URL
사과 하실 필요 없어용 ><
노동자들끼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라더군요(...)
히히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의 손에서 전해졌던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서라 그렇겠지 라는 핑계로) 손도 못대고 멍하니 바라만 보던 저에게 MD님이야 말로 단비같은 메신저십니닼ㅋㅋ
앞으로 뭔가를 읽을 시간이 좀 더 생겼으니 매진하겠어용 :-)

외국소설/예술MD 2013-04-15 09:22   좋아요 0 | URL
제가 메신저라니 뿌듯하고..좋네요. 감격적이고 네.. 이러려고 이 일을 시작했었죠..

딱히 가시적인 판매량 증가가 보이지는 않는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는 건 다 격려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에요. 가장 많이 격려해 주신 아기새 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부끄럽네요...

아기새 2013-04-15 11: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닷><
이렇게 된 인연인 이상 차 한잔을 마시며 (저의) 인생상담이라도..ㅎ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3-04-17 16:35   좋아요 0 | URL
하하 네 재밌겠네요. 그나저나 제가 더 감사합니다 네..

아기새 2013-05-16 15:31   좋아요 0 | URL
우오오오 6월호를 위해 적립금을 많이 모았습니다! :D

이것도 5월호로 수정.. T_T

ssik72 2013-04-1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스타일 살아있네!!

외국소설/예술MD 2013-04-17 16:35   좋아요 0 | URL
아이구 참.. 별말씀을..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