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티피 드그레 지음, 백선희 옮김, 실비 드그레, 알랭 드그레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드넓은 아프리카의 초원 속에 야생동물들과 함께 있는 백인소녀의 모습...처음 이 책을 발견하고 마음 속에는 그 의외성이 주는 놀라움과 생각지도 못했던 사진 속의 광경들에 대한 부러움이 일었던 것 같다. 어느 누구의 눈길도 붙잡아 둘 듯한 흡인력 강한 사진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의 매력은 대단하다. 한 장 한 장 들여다 보며 감탄하게 되고 놀라고 동경하게 된다. 그 속에는 아프리카가 살아있고, 야생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자연의 모습 그대로 숨쉬고 있다. 그러나, 책을 펼쳐들고 순식간에 사진들을 음미하며 넘겨 본 다음, 다시 처음부터 읽어나가며 생각해본 이 사진들의 매력은 아프리카라는 원시의 대륙과 그 곳의 야생동물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진들 속에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금발의 백인 여자아이가 빠져있다면 이 사진들이 그만큼 매력적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을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은 아프리카와 야생동물을 담은 사집집이 아니다. 문명과는 반대편에 서 있을 것 같은 아프리카의 모습속에 문명과 가장 가까이 있을 듯한 백인의 여자아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울려있는 의외성과 놀라움을 담아낸 사진집이다. 물론, 사진이 담아낸 이 놀라움은 아주 성공적이다. 이 사진집을 보고 거기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으니까.
이 책을 사보는 사람들 모두가 아스팔트를 걷고, 텔레비젼을 보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이나, 동물원의 창살에 갖혀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전부인 문명속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책이 펼쳐 보이는 모습을 보며 꿈을 꿀 수 있고, 상상하고 동경할 수 있는 것일거다. 내가 직접하지 못하는 것, 미처 상상해 보지 못한 일들을 아프리카에 사는 원주민 아이가 아닌, 나와 같은 문명인인 백인의 여자아이가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이 책이 그만큼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나를 대신하여 아프리카 속에 녹아있는 듯한 아이. 그 아이가 그 속에 있다면 나도 역시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고 있으니까...
태어나면서부터 아프리카에서, 야생의 동물들이 마치 형제자매인 것 처럼 자라난 티피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길들이고 개발해야할 대상으로서만의 자연이 아니라, 티피처럼 우리도 그 속에 스며들고 뛰어들 수 있다면, 있는 모습 그대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와 어울릴 수 있는 자연이 되리라는 기대감... 나에게 티피와 동물친구들을 담아낸 이 사진들은 참으로 희망적이다. 자연을 길들이고 파괴하는 대명사로 여겨지는 인간이 그 속에 들어가 그 일부가 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가득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책 속에서 많은 동물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이야기 해주고 있는 티피는 참 사랑스럽다. 때로는 그 생각들이 이 아이가 어린아이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크고 깊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티피는 태어나면서 부터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동물들을 사람과 다르게 보지않고 그 속에서 자라온 아이가 아닌가. 티피의 생각이 어른스럽다면 그 때문일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스런 티피가 그대로 사랑스럽게,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며, 우리에게 전해주는 희망을 가득 실은 채로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