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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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치카와 후사에, 오쿠 무메오, 하니 모토코, 히라즈카 라이초우 등 진보파 여성들이 전쟁이 시작되자 스스로 전쟁을 예찬하는 언동을 서슴없이 전개해 가는 모습을, "전쟁은 변화를 찾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보수적이고 완고한 여성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활발한 근대적 감각을 지닌 여성일수록 전쟁에 매혹당하기 쉽다"고 해설한다. 또한 이들 여성들이 "전쟁 중에 보여 주었던 열정과 똑같은 강도로 전후에는 부흥정신을 설파하고, 특히나 과거 청산에 매진하기보다 여성해방 평화운동의 리더로 복귀한 그 변신의 신출귀몰함"에 대해, "말했잖아요. '진보적' 여성은 늘 '신체제'에 매료되어 자신들의 힘을 발산한다고"라며 무거운 주제를 참으로 산뜻하게 정리해 버린다. (29)

악은 '건실함'의 연장 선상에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44)

[탈레반의] 석불 파괴에는 대소동을 벌인 세계이지만, 석불 파괴보다 훨씬 이전부터 아프가니스탄 전 국토를 휩쓸어 온 이 비참한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 석불은 "그처럼 위엄을 갖추었으면서도 이 끝없는 비극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느끼고 수치스러워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부처의 청빈과 안녕 철학은 밥을 찾는 국민 앞에 너무나 부끄러워 용기를 내어 부서져 버렸다. ... 아무도 무너져 내린 불상이 가리키고 있는, 죽을 지경에 이른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보지 않았다."
참고로, 오랫동안 현지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나카무라 데츠 씨는 석불 파괴는 기우제의 일환이었다고 진술했다. (84)

"나의 고통스런 경험을 글로 옮겨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나의 <지옥편>을 써야 한다" (154)

"언어학은 언어와 그 부분과의 관계, 언어와 언어와의 관계, 언어와 언어 외 현실과의 관계 등 세 가지로 나뉘며, 이 부분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세 가지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언어와 그 부분과의 관계, 언어와 언어와의 관계, 이 두 가지는 순수하게 언어학적 연구가 가능하나, 제3의 언어와 언어 외 현실과의 관계 연구에서 언어학은 보조과학을 필요로 하며 보조과학을 제거하려고 한 순수한 언어학이란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179)

먹는 속도, 걷는 속도, 책을 읽는 속도는 꽤 빠른 편이다. 먹기와 걷기의 경우, 자주 빈축을 사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걷거나 먹을 때에는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어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즐거움을 말끽하라"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런 반면 독서의 경우에는 아무리 빨리 읽어도 옆에서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 입시 때의 암기 지옥에서 해방되었을 때부터 책을 읽는 속도는 재미가 붙을 정도로 빨라져, 그 후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 권을 읽고 있다.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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