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사상사 [칼 마르크스- 그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안규남 역, 미다스북스, 2012

 

마르크스를 다시 깨웠다. 일부 진보학자들조차 마르크스의 유령이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마르크스 평전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최소한 마르크스 관한 책을, ‘자본주의적’ 논리로 이야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 역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필부匹夫이기에, 경제적 논리로 생각해봤다. 인문학 서적이 안 팔리는 현 상황에서, 출판사는 이 책이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출판했을 것이다. 누가 이 책을 읽을까?

이 책은 19세기 서구 정치경제 사상사다. 일대기를 중심으로 쓴 평전이 아니다. 그러기에 기초적인 공부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인간 마르크스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은 프랜시스 윈의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진지하게 이 시대를 고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의 역자는, 지금 현실의 문제는 “[자본론]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자본론]은 이미 [일리아드]나 [오딧세이]처럼 고전이 되었다.”고 말하며, 이 책의 가치를 규정하고 있다. [자본론]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지만, 이 책 또한 고전의 끝자락에 올라서고 있다. 이사야 벌린이 1939년 초판 서문을 쓴 이래로, 몇 번의 개정판이 나왔고 지금 우리가 읽고 있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나오기 이전, 1980년대 이사야 벌린의 이 책의 원서를 먼저 번역한 신복룡 교수는 “세 자녀가 자신의 눈앞에서 굶어 죽는 모습 보면서 마르크스가 그토록 심취했던 사상의 본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라고 역자후기에 썼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그의 “이론의 구조와 기본 개념은 헤겔과 청년 헤겔주의자들에게서, 동적 원리들은 생시몽에게서, 물질의 우위에 대한 믿음은 포이어바흐에게서, 프롤레타리아에 관한 견해는 프랑스의 공산주의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이론은 완전히 독창적이다.”(227쪽) 이렇게 복잡다단하고 본질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마르크스의 이론 위에 이사야 벌린은 자신의 사상사적 논리를 펼치고 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어떤 것이 마르크스의 말인지, 벌린의 평가인지 알 수가 없다. 이보다 더 골치 아픈 것은 마르크스에게 가장 심오한 영향을 끼친 헤겔과 그의 논리를 반박하며 수용하기도 한 마르크스의 사상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쉬운 책은 없다. 방대한 마르크스의 저작을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는 이 책이 쉽고, 마르크스를 이해하기 위해서 헤겔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끝이 없는 철학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철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지어는 미학과 문학에서도 연구되었다. 이렇게 세분된 학문을 모두 공부한다는 것은, 마르크스가 직접 가르쳐주어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 책보다 더 쉬운 책은 없다.

책을 읽으며 벌린의 평가를 걸러내고 헤겔철학을 따로 분리하며, 마르크스의 생각과 말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이 책을 계속 읽는 이유다. 앞서 읽어본 독자로, 처음 읽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하면 신복룡 선생이 번역한 평민사 발행본 뿐인 것 같다. 2012.04.25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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