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칸타빌레 - 베토벤.브람스와 함께 떠나는 음악 여행
TERRA 기획, 유강호.곽정란 글, 곽정란 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거장들이 잠든 도시 winter Vienna 중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날아가 버려, 지상적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기껏해야 반쯤만 생생하고 그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두 작곡가 베토벤과 브람스와 함께 떠나는 음악 여행이라는 부제副題가 눈에 띄어 읽게 된 책이다.

너무나 꼼꼼하게 두 작곡가의 행적을 따라하는 여행의 묘미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의 어우러짐이 좋은 책이다. 유강호가 알아낸 유적과 고증을 토대로(12P) 현실감을 가진 대중교통만을 이용한 이동으로 한 곽정란씨의 여행기는 그래서 더더욱 치밀하게 느껴진다. 정말 이렇게 국경을 넘다들며 계속 바뀌는 동선을 따라 움직였을까 싶을 만큼 두 大家인 베토벤과 브람스의 행적을 세밀하게 쫓고 있다.

베토벤은 개인사는 알려진 바가 많고-아버지와의 불화. 신분의 차를 극복하지 못한 많은 사랑 이야기. 괴팍한 성격. 조카 테오와의 이야기 등등-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비롯하여 여러 영상매체로도 나와서 알고 있었던 것들이 좀 있긴 했지만, 브람스의 경우 로베르트 슈만, 클라라 슈만과에 얽힌 사생활을 제외하곤 별로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는데, ‘그에게도 클라라가 아닌 첫사랑이 있었다.’외에 여러 가지 브람스에 관한 이야기를 이번 기회에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특히, 어느 가을날 수업 중 음악실에 들어가자마자 교수님이 틀어주셔서 듣게 되어 마음에 꽂혀버린 교향곡 4번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하여 내가 좋아하는 브람스의 4개의 교향곡에 관한 뒷이야기는 새로웠다.

다만, 베토벤과 브람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왕에 시대적으로 빠른 베토벤을 먼저 하고 베토벤 사망 후의 작곡가인 브람스의 이야기를 뒤에 두고 마지막을 현재의 편집처럼 본과 함부르크로 나뉜 두 작곡가의 탄생지와 두 작곡가의 연인의 사망지인 프랑크푸르트로 끝났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참, 팁으로 들어 있는 CD에는 평소에 많이 듣던 곡들이 즐비한데 음악의 사연과 함께 다시 들어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거장들이 잠든 도시 winter Vienna 28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여행기라 하면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고 찍은 컬러풀한 사진들이 즐비해있고, 기본적으로 지도로 가는 곳을 안내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 책....지도는 유럽을 옮겨 다닐 때마다 눈곱만하게 나라만 표지되어 있고, 사진 한 장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훌륭하다. 묘사가 어찌나 뛰어난지 사진이나 지도가 필요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단점으로는 혼자 읽다 키득키득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인데, 이를 어쩌면 좋아?? 사무실에 앉아서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뛰어난 표현들 때문에 혼자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웃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음담패설에 가까운 서양식 조크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기도 하고 적나라한 표현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문명의 발달로 일어나는 우리의 어리석음도 때로 너무 콕콕 찍어주며 말하며 아프게 하는 재주도 비상하다. 매력적인 책이다. 그의 입담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불가리아는 나라라기보다는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체험한 곳이었다. 나는 언제든지 쉐라톤 호텔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 행운이었다. 차가운 맥주와 훌륭한 음식을 먹고 마시며 내 방에서 CNN을 볼 수 있었고, 비겁하게도 매 끼니를 호텔 안에서 해결했다.‘ 소피아 373p中  

 

90년대 초반 소피아 여행기는 꽤나 우울하고, 내게는 인상적이었던 이스탄불은 시끄럽고 정신없고, 단지 유럽의 끝이라는 이유를 제외하고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게 적혀있다.
그럼에도 여행에 나서고, 또 나서고 싶다.  

70년대에 친구와 함께 했던 유럽 여행을 거의 20여 년 만에 그때의 발자취들과 비교하면서 느긋하게 돌아보고 있는 빌 브라이슨의 모습은 아주 좋아 보인다.  


'여행, 유럽 누구나 설레게 하는 두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여행을 꿈꾼다면, 시시한 여행기에 싫증이 났다면, 여행기를 읽으면서 글 읽는 재미 또한 느끼고 싶다면, 또는 전문 글쟁이들의 여행기 마니아라면 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슬쩍 건네주고 싶다.'

역자 후기에서 390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나게 번역을 해준 번역가에게도 고맙다... 
 

런던에 있을 때 유럽 여행을 한 다음 책을 쓸 거라고 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지나 보군요.”

“아니, 영어밖에 모르는데요.”
내가 모종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그것이 외국 여행의 묘미다. 나는 여행지의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이 어디 있을까. 여행자는 갑자기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신히 눈치로 알 수 있을 뿐이며,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가 없다. 존재 자체가 연이은 추측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오슬로 중 52-54   

 

이런 빌 브라이슨의 말에 힘입어 영어조차 잘 못하는 나도 용기 백배해져서 언젠가 내가 돌아본 유럽의 장소들을 빌 브라이슨처럼 비교해가며 그렇게 다시 돌아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나라 그림 같은 여행지 - 여행기자가 찾은 우리땅 느낌 있는 여행지 32선 ('2010 한국관광의 별' 단행본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박강섭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일단 여느 여행 관련 책자와는 차별화되게 계절별로 엮어져 있는 것이 좋다. 물론 그 장소들이 대개는 이름난 곳들이라 사계절이 모두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특히 자연 풍광을 중심인 장소들이라 더욱 아름다운 계절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1박2일로 일정 등을 소개해 놓은 추천 코스도 그  외의 주변 볼거리와 함께 연결해 놓은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최신 버전의 내용들이 올라와 있는 안내 책인데 사진의 모습이 아주 좋은 것과 아닌 것으로 차이가 많은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지중해식 인사
이강훈 글.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냄새가 풍기는 제목.
내가 좋아하던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가 생각나는 그리스식 삶.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사진과 함께 하고 있는 화려한 일러스트가 특별한 책이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그리스는, 책을 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낭으로 와서 증명사진을 찍고 가는 걸 다소 못마땅(??)해 하는 붉은 절벽 위의 하얀 마을, 이아도 고양이 때문에 가야할까?를 망설이게 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주키를 들으며 피타와 수블라키, 페타치즈를 얹은 그릭 샐러드를 먹으며 우조나 라키를 한 잔 여유롭게 마시고 싶어지네  그려.

지중해의 아름다운 곳들 시칠리나의 타오르미나, 크로아티아의 드보르부니크, 튀니지의 시디 부 사이드, 모로코의 탕헤르까지 그 밖에 지중해의 독특한 여행지들로 부록에 간단하게 나와 있는 것이 아쉽다. 물론 그 덕에 사람과 고양이의 이야기들로 통일감을 가지긴 했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침 여행과 사진에 미치다 - 신미식 포토에세이
신미식 지음 / 푸른솔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너무나 선명한 사진 한 장 한 장이 어쩌면 그 수많은 단어들보다 더 많은 말(言)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인물들 한 명 한 명이 느껴지는 소름 끼치도록 표정이 드러난, 때로 드러나지 않은 사진 때문에 질투가 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해 이들의 영혼까지 담긴 듯한 얼굴을 닮아올 수 있는 건지...

뭐, 인도에서는 자나는 사람들을 찍고 있는데 찍어달라고 해서 찍기도 했다고 한다. 현대에 영혼이 달아날까 두려워하지 않아야 않겠지만 표정이 담기기를 싫어하는데 나도 터키 등을 다닐 때는 낯선 이방인인 나에게도 사진을 찍어 달라 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그렇다고 그런 표정을 잡아내긴 쉽지 않다. 아니, 어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