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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의 안토니아 열린책들 세계문학 195
윌라 캐더 지음, 전경자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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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토니아 (My Antonia)> - 윌라 캐더 (Willa Cather)

<나의 안토니아> 라는 소설은 열린책들 세계문학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전혀 모르던 작가의 전혀 모르는 작품이었습니다. 미국의 지방주의 작가라고 하는데, ‘지방주의’는 또 무엇인지 싶었습니다. 앞의 소개글을 보니 미국 네브래스카 주의 대평원을 배경으로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출간 연도는 1918년. 비슷한 무렵이라 생각되는 <순수의 시대>는 찾아보니 1920년,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입니다. <순수의 시대>나 <위대한 개츠비>는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방주의’라는게 대략 무엇인지 감이 잡히기도 합니다.

 

역시 원어로 읽을 수 있으면 원어로 읽는게 좋습니다.

이 책을 우리말 버젼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출간 연도를 보니, 아마존 킨들로 원서 무료버전이 있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있더군요. Audible의 오디오 북도 $2.99밖에 안해서 바로 구매해서 원서를 들으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듣기만 해서는 못 따라가겠더군요. 대평원을 배경으로 한 농촌의 삶이다 보니 모르는 단어들이 많아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윌라 캐더가 문장을 길게 끌고 가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그나마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폴 오스터 같이 호흡이 긴 문장을 많이 쓰는 작가의 책들은 쉽지 않더군요.

우리말 버젼을 읽을 때는 그냥 무심코 지나갔던 문장이 영어로 읽으니 새롭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래는 앞의 인트로 부분에 나옵니다.


밀과 옥수수에 파묻힌 작은 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날씨라고는 온 세상이 눈부신 하늘 아래 녹색으로 파도치고 억센 잡초와 추수를 기다리는 농작물의 색깔과 냄새로 숨이 막힐 것 같은 불타는 여름, 주위가 온통 회색 철판처럼 벌거벗은 데다 눈은 거의 내리지 않고 바람만 매섭게 휘몰아치는 겨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We were talking about what it is like to spend one’s childhood in little towns like these, buried in wheat and corn, under stimulating extremes of climate:
burning summers when the world lies green and billowy beneath a brilliant sky, when one is fairly stifled in vegetation, in the color and smell of strong weeds and heavy harvests;
blustery winters with little snow, when the whole country is stripped bare and gray as sheet-iron.


영문장은 위와 같이 ‘b’라는 글자로 시작되는 주요 구절들이 댓구를 이루는 느낌입니다. burning summers와 blustery winters가 댓구를 이루며 대조가 되고, 그 뒤의 묘사들도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우리말 번역이 정확하게 같은 뜻인데도, 댓구와 대조의 느낌이 잘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애시당초 번역이 어려운 문장입니다. 일단 영어 버젼을 더 우선적으로 읽어나갔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매우 분명합니다. 그런데 특별히 악하거나 미워할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암브로쉬나 쉬메르다 부인 같은 경우 좀 얄밉기도 합니다. 그런데, 악인이라할 정도는 아닙니다. 인색할 뿐입니다. 암브로쉬는 자기 누이 안토니아에게 큰 선물을 하기도 하지요. 악인이 등장하지도 않고 특별히 사건도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모르게 읽힙니다. 미국 서부개척의 최전선에서 힘겹게 수십년을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서로 이웃을 돕고 베풀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담겨 있습니다. 조금 이상화 되어 있는게 아닌지 의심이 순간 떠오를때면, 그 의심이 합리적인 건지, 아니면 내가 사는 이 나라의 일상의 모습들과는 사뭇 달라서 그런 건 아닌지 싶더군요.

 

서로 어울려 이루어 내는 일상의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모여 각자의 삶으로 축적되어 갑니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짐 버든, 안토니아 쉬메르다, 레나 린가르드 등은, 그 이전에 없던, 듣도보다 못한, 독특하며 새로운 일들을 겪는 것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삶이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고난 가운데 겪을 수 있는 일들, 우리 주변에서도 유사한 일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일들을 겪고 헤쳐나아갑니다.

힘겹고 어렵지만,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 순간순간의 모습이 현대의 한국에 사는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래서 더 무겁고 아프게 다가오는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다가 주변을 보기가 민망해질 정도로 확 울컥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가는 그저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모여 각자의 인생으로 축적되는 모습을 이 소설은 담담하지만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늘 변함없이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모습을 이루는 대평원을 배경으로 주요 등장인물의 삶을 묵직하게 완성해 나갑니다.

 

결국 안토니아였습니다.

소설 속 화자이자 주인공인 짐 버든은 대도시에서 대기업의 법률 고문 변호사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이루게 됩니다. Black Hawk에서 같이 청년기를 보냈던 레나 린가르드와 티나 소더볼은 역시 대도시에서 자기만의 성공을 이룹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의 그들의 성공에 대해서 작가는 살짝 의문스러운 방점을 찍어 놓습니다. 하지만 네브래스카의 고향에 머물렀던 안토니아의 삶에는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결말은 ‘돌아옴’과 ‘공유하는 추억’ 이었습니다.

결말에서의 짐 버든의 상태를 굳이 정의하라면, 약간은 회한이 남은 듯하긴 하지만, 행복해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기쁨, 슬픔 등이 어우러진 풍성한 과거의 추억 그자체와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그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보입니다. 짐 버든에게는 그 사람이 안토니아였죠. 이 작품에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레나와 티니에게도 안토니아는 그런 사람이었으리라 싶습니다.

 

배경으로서의 대평원은 그냥 배경이 아니었습니다.

안토니아의 삶이 풍성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의 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이 작품은 은연 중에 그녀가 대평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부모를 잃고 멀리 왔던 짐 버든의 아픈 마음은 초반에 아래와 같이 묘사됩니다.


우리는 이제 세상을 등지고 세상 끄트머리를 지나 인간의 관할 지역 밖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낯익은 산등성이가 눈에 띄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기는 그때가 난생처음이었다. 그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오직 둥그런 하늘뿐이었다. 죽은 엄마 아빠가 그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엄마 아빠는 지금도 시냇가 아래쪽에 있는 양 우리나 산등성이 목초지로 이어지는 하얀 길가에서 나를 찾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엄마 아빠의 영혼까지도 뒤에 남겨 놓고 떠나왔던 것이다. 마차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목적지를 향하여 덜커덩거리면서 달려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 고향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 어느 곳에도 도착하지 않고 끝없이 계속 달려가기만 했더라도 나로서는 안타까울 것이 없었으리라. 눈앞에 보이는 땅덩이와 하늘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는 지워지고 사라져 버리는 느낌뿐이었다. 그날 밤 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모든 일이 나와는 무관하게 일어나리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I had the feeling that the world was left behind, that we had got over the edge of it, and were outside man’s jurisdiction. I had never before looked up at the sky when there was not a familiar mountain ridge against it. But this was the complete dome of heaven, all there was of it. I did not believe that my dead father and mother were watching me from up there; they would still be looking for me at the sheep-fold down by the creek, or along the white road that led to the mountain pastures. I had left even their spirits behind me. The wagon jolted on, carrying me I knew not whither. I don’t think I was homesick. If we never arrived anywhere, it did not matter. Between that earth and that sky I felt erased, blotted out. I did not say my prayers that night: here, I felt, what would be would be.


부모를 잃고 동부에서 서부의 낯선 동네로 멀리 와야 했던 어린 짐 버든의 마음이 아프게 느껴지는 구절입니다. 그런 짐의 마음이 처음으로 치유되기 시작한 것은 대평원에서 였습니다.


나는 꼼짝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마치 호박처럼 나는 태양 아래 누워서 햇볕을 즐기는 존재였을 뿐이며 그 이상의 것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지극히 행복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우리가 죽어서 태양이나 공기, 선이나 지식 같은 완전한 존재의 일부가 되었을 때의 기분이 그러하리라. 어쨌거나 내가 느낀 것은 행복이었다. 완전하고도 위대한 것 속으로 융해되었을 때의 기분이었다. 그러한 행복이 우리를 찾아올 때는 마치 수면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I kept as still as I could. Nothing happened. I did not expect anything to happen. I was something that lay under the sun and felt it, like the pumpkins, and I did not want to be anything more. I was entirely happy. Perhaps we feel like that when we die and become a part of something entire, whether it is sun and air, or goodness and knowledge. At any rate, that is happiness; to be dissolved into something complete and great. When it comes to one, it comes as naturally as sleep.


인간의 존재를 왜소하게 만드는 거대한 대평원의 아름다움이 어린 짐 버든의 마음을 채운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설 같은 그 이야기는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서 해바라기가 일렬로 늘어선 길은 언제나 나에게는 자유로 향하는 길로 여겨진다.

Nevertheless, that legend has stuck in my mind, and sunflower-bordered roads always seem to me the roads to freedom.


몰몬교의 박해의 역사를 얘기하면서 나온 글입니다. 자유를 찾아 먼 길을 떠나야 했던 그들의 발자취가 ‘자유로 향하는 길’로 남아 있는 대평원을 바라보는 어린 짐 버든의 마음이 느껴져 옵니다. 대평원이 주는 해방감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의 아픔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좀 지나서 이런 장면도 나오지요. 대평원에서의 인상적인 기억의 한 조각입니다.


안토니아의 머리카락 속에서 거처를 정한 나약한 음유 시인이 갈라진 음성으로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 우리 세 사람은 다정한 침묵 속에 서 있었다. 귀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쉬메르다 씨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슬픔과 만물에 대한 동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순간 그의 미소를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해가 지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흙냄새와 마른 풀 냄새가 강하게 밀려왔다. 안토니아는 자기 아버지 손을 잡고 걸어갔고 나는 윗옷 단추를 채우고 그림자와 함께 집으로 달음질쳤다.

We stood there in friendly silence, while the feeble minstrel sheltered in Antonia’s hair went on with its scratchy chirp. The old man’s smile, as he listened, was so full of sadness, of pity for things, that I never afterward forgot it. As the sun sank there came a sudden coolness and the strong smell of earth and drying grass. Antonia and her father went off hand in hand, and I buttoned up my jacket and raced my shadow home.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나서 이 문단을 다시 읽으니,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파옵니다. 이런 모든 아름다움과 슬픔과 아픔에 직면하면서 헤쳐 나온 삶의 변함없는 배경이었던 대평원은 20대 후반의 짐 버든의 마음에도 묵직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가 대도시에서 살고 있을 지언정.


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올 즈음엔 태양이 서쪽 끄트머리에 거대한 황금 공처럼 걸려 있었다. 태양이 그렇게 걸려 있는데 동쪽에서는 수레바퀴만큼이나 커다란 달이 파리한 은빛에 장밋빛 줄이 쳐 있는 비누 거품처럼 여린 모습으로 떠올랐다. 한 5분 동안, 아니, 한 10분 동안 두 개의 거대한 빛 덩어리들이 반듯한 대지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양쪽 끄트머리에 기댄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 특이한 빛 아래에서 작은 나무 한 그루, 밀알 한 톨, 해바라기 한 줄기, 산 위에 쌓인 눈 덩어리 하나하나가 모두 선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밭이랑과 흙덩이들까지도 선명하게 윤곽을 내보이는 듯싶었다. 나는 대지의 힘을, 저녁이면 저 들판에서 우러나오는 엄숙한 마력을 느꼈다. 다시 한 번 어린 소년이 될 수 있으면, 그리고 나의 삶이 바로 저기서 끝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As we walked homeward across the fields, the sun dropped and lay like a great golden globe in the low west. While it hung there, the moon rose in the east, as big as a cart-wheel, pale silver and streaked with rose colour, thin as a bubble or a ghost-moon. For five, perhaps ten minutes, the two luminaries confronted each other across the level land, resting on opposite edges of the world. In that singular light every little tree and shock of wheat, every sunflower stalk and clump of snow-on-the-mountain, drew itself up high and pointed; the very clods and furrows in the fields seemed to stand up sharply. I felt the old pull of the earth, the solemn magic that comes out of those fields at nightfall. I wished I could be a little boy again, and that my way could end there.


우리말 번역에서는 ‘대지의 힘’이라고 되어 있지만, 영문장에는 ‘old’란 말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대지의 힘이 아니라, 그가 과거에 익히 느끼고 있었던 ‘바로 그것’ 이라는 의미에서 ‘the old’란 구절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안토니아도 짐 버든에게 그렇게 얘기합니다. 도시에서는 뭔가 불안하고 뭔가 빠진 듯했지만, 다시 대평원으로 돌아오니 새롭게 힘이 솟아났다고.

그렇게 대평원은 주요 등장인물의 삶에서 주요한 배경이 되면서,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로서 각자의 삶에 풍요로운 안정감을 부여하는 존재로 격상이 됩니다.

대체 그 대평원의 아름다움, 그 힘은 무엇일까요.


네브래스카 주는 미국의 거의 정가운데에 위치한 주입니다. 정말 시골 중의 시골이라는 느낌이 확 옵니다. 가장 큰 도시인 Lincoln도 작은 소도시 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는 사람도 적은 이 동네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한 소설이 있다니. 윌라 캐더는 그 지방에서는 엄청난 인물로 여겨지겠구나 싶었습니다. 작중의 Black Hawk라는 타운은 실제로는 Red Cloud라는 곳이며, 이 마을을 통과하는 하이웨이에는 윌라 캐더의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윌라 캐더가 안토니아의 모델로 삼았다는 작가의 지인이 실제로 살았던 집이 Red Cloud 인근에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고 합니다.

문득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점?

뭐 전혀 비판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줄줄이 사탕으로 비판거리를 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실제로 윌라 캐더의 1931년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찬사도 받았지만, 상당히 가혹한 평들도 있었다 합니다. 그 평들에 윌라 캐더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고 묵직한 마스터피스라는 생각입니다. 읽으면서 <스토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안토니아>가 조금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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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이 하나 있더군요. 그냥 실수라는 생각입니다~

짐 버든하고 여길 뛰어다니면서 놀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이 위에 있으면 우리 아버지가 서 계시던 자리를 정확히 찍어 낼 수 있어요. 어떤 때는 내가 아주 오래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 가을은 하루하루를 그냥 즐기고 있는 거예요.
It seems such a little while ago when Jim Burden and I was playing all over this country. Up here I can pick out the very places where my father used to stand. Sometimes I feel like I’m not going to live very long, so I’m just enjoying every day of this fall.”

 

(제게 인상깊었던 문장을 골랐습니다. 상당히 많습니다.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은 재미 없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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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말씀이, 주님께서는 훅스가 행한 이 같은 선행을 일일이 기억하시고 훅스 자신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서 훅스를 보호하고 구해 주셨다고 했다.
Grandmother told him she was sure the Lord had remembered these things to his credit, and had helped him out of many a scrape when he didn’t realize that he was being protected by Providence.


얼마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얼굴들이었던가! 거칠고 난폭하다는 그 자체가 오히려 그들을 무방비하게 만들었다. 앞에 내걸고 상대방이 근접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예법이라는 것을 따로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세상에 맞서는 유일한 수단이라고는 자신들의 억센 주먹뿐이었다.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는 떠돌이 노동자로 이미 낙착 지어진 오토였으나 그럼에도 그는 아이들을 그 얼마나 사랑했던가!
As I remember them, what unprotected faces they were; their very roughness and violence made them defenceless. These boys had no practised manner behind which they could retreat and hold people at a distance. They had only their hard fists to batter at the world with. Otto was already one of those drifting, case-hardened labourers who never marry or have children of their own. Yet he was so fond of children!


죽은 이의 혼을 위로해 주려는 마음에서 바로 그 자리에 무덤을 파게 했던 미신이 왠지 나는 싫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못지않게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차마 측량된 경계선대로 도로를 내지 못하고 무덤을 약간 비켜 나간 그 마음씨와, 해가 진 후 덜거덕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마차들이 지나는 그 부드러운 흙길이었다. 피곤한 몸으로 그 나무 십자가 곁을 지나가는 마부라면 그 밑에서 잠들어 있는 이에게 평온한 안식을 기원하지 않은 이가 없었으리라.
I loved the dim superstition, the propitiatory intent, that had put the grave there; and still more I loved the spirit that could not carry out the sentence—the error from the surveyed lines, the clemency of the soft earth roads along which the home-coming wagons rattled after sunset. Never a tired driver passed the wooden cross, I am sure, without wishing well to the sleeper.

제이크와 오토는 마지막까지 우리 집안일을 거들어 주었다. 블랙 호크까지 이삿짐을 날라 주었고 새집에 양탄자를 깔아 주고 할머니를 위해서 부엌에 선반과 찬장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를 떠나기가 정말 싫은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무 말 없이 훌쩍 떠나 버렸다. 그 두 사람은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한결같이 우리를 보살펴 주었으며 이 세상에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을 우리에게 주고 간 사람들이었다. 나한테는 친형 같은 존재들이었다.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 자신들의 말씨까지도 조심했고 나한테 깊은 애정을 보여 주었던 고마운 어른들이었다.
Jake and Otto served us to the last. They moved us into town, put down the carpets in our new house, made shelves and cupboards for grandmother’s kitchen, and seemed loath to leave us. But at last they went, without warning. Those two fellows had been faithful to us through sun and storm, had given us things that cannot be bought in any market in the world. With me they had been like older brothers; had restrained their speech and manners out of care for me, and given me so much good comradeship.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기를 좋아했으며 부드럽고 하얀 침대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이 그 속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기를 좋아했다. 거만한 사람들을 비웃었고 불행한 사람들은 지체 없이 도와주었다. 두 사람 모두 지나치게 섬세하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활기차고 명랑하며 삶을 즐길 줄 알았다.
They liked to prepare rich, hearty food and to see people eat it; to make up soft white beds and to see youngsters asleep in them. They ridiculed conceited people and were quick to help unfortunate ones. Deep down in each of them there was a kind of hearty joviality, a relish of life, not over-delicate, but very invigorating.


황야를 일구는 일을 도우며 자란 맏딸들은 삶에서, 빈곤에서, 어머니와 할머니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안토니아처럼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 새로운 땅으로 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들어 세상을 배우게 되었다.
The older girls, who helped to break up the wild sod, learned so much from life, from poverty, from their mothers and grandmothers; they had all, like Antonia, been early awakened and made observant by coming at a tender age from an old country to a new.

집안 식구들 간의 이러한 결속으로 인해 우리 지방에 정착한 외국인 농부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튼튼한 기반을 잡게 되었다. 부친이 빚을 다 갚고 나면 딸들은 대개의 경우 같은 국적의 이웃 남자들과 결혼했다. 한때 블랙 호크에 와서 부엌일을 했던 시골 처녀들이 오늘날은 훌륭한 가정을 이루고 거대한 농장을 경영하고 있으며, 자손들은 예전에 그들이 하녀로 일하면서 모셨던 부인네들의 자녀들보다 더 잘살고 있다.

One result of this family solidarity was that the foreign farmers in our county were the first to become prosperous. After the fathers were out of debt, the daughters married the sons of neighbours—usually of like nationality—and the girls who once worked in Black Hawk kitchens are to-day managing big farms and fine families of their own; their children are better off than the children of the town women they used to serve.

「아, 난 우리 아빠가 네 연설을 들으실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만 하면서 앉아 있었어.」 안토니아가 내 외투 깃을 잡았다. 「네 연설을 들으니까 왠지 자꾸 아빠 생각이 났어!」
「토니, 난 그 연설문을 쓰면서 줄곧 너네 아빠를 생각했어. 그건 너네 아빠한테 바친 연설이었어.」
안토니아는 나를 껴안았다. 토니의 사랑스러운 얼굴은 온통 눈물에 젖어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의 흰옷이 가물가물 작아지며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만큼 나의 마음을 깊이 흔들어 놓은 성공은 그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Oh, I just sat there and wished my papa could hear you! Jim’—Antonia took hold of my coat lapels—’ there was something in your speech that made me think so about my papa!’ ‘I thought about your papa when I wrote my speech, Tony,’ I said. ‘I dedicated it to him.’ She threw her arms around me, and her dear face was all wet with tears.
I stood watching their white dresses glimmer smaller and smaller down the sidewalk as they went away. I have had no other success that pulled at my heartstrings like that one.

붉은 햇덩어리 밑부분이 지평선을 등지고 있는 높은 벌판에 내려앉는 순간 갑자기 검은색의 거대한 형체가 태양 표면에 나타났다. 우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살을 찌푸려 가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고지 농장 어느 밭에 쟁기 한 자루가 땅에 꽂힌 채로 있었고 태양이 바로 그 쟁기 뒤로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태양을 마주 보며 멀리 있던 그 쟁기는 수평으로 햇빛을 받아 확대되어 태양의 둥그런 원형 속에 정확하게 들어가 있었다. 쟁기 손잡이, 부리, 보습 날이 달아오른 쇳덩이 같은 뻘건 햇덩어리 위에 시커멓게 나타났다. 엄청난 크기로 태양 위에 그려 놓은 한 폭의 그림이 되어.
Presently we saw a curious thing: There were no clouds, the sun was going down in a limpid, gold-washed sky. Just as the lower edge of the red disk rested on the high fields against the horizon, a great black figure suddenly appeared on the face of the sun. We sprang to our feet, straining our eyes toward it. In a moment we realized what it was. On some upland farm, a plough had been left standing in the field. The sun was sinking just behind it. Magnified across the distance by the horizontal light, it stood out against the sun, was exactly contained within the circle of the disk; the handles, the tongue, the share—black against the molten red. There it was, heroic in size, a picture writing on the sun.


나는 인간과 무관한 문제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몰두할 수가 없었다. 정신적인 기쁨을 경험할 때는 즉시 그 옛날 살던 벌거벗은 땅과 그곳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에게로 되돌아가 있었다. 클레릭 교수가 내 눈앞에 가져다 보여 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느끼고 있는 그 순간에도 나의 마음은 나에게서 벗어나 어느덧 나의 무한히 작은 과거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과 장소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태양에 비쳤던 쟁기처럼 보다 더 힘차고 단순해진 모습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새로운 매력에 대한 응답으로 내가 지니고 있던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I could never lose myself for long among impersonal things. Mental excitement was apt to send me with a rush back to my own naked land and the figures scattered upon it. While I was in the very act of yearning toward the new forms that Cleric brought up before me, my mind plunged away from me, and I suddenly found myself thinking of the places and people of my own infinitesimal past. They stood out strengthened and simplified now, like the image of the plough against the sun. They were all I had for an answer to the new appeal.


베르길리우스가 브린디 시에서 죽어 가고 있을 때 그는 분명히 그 구절을 기억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는 것이 클레릭 교수의 말이었다. 「아이네이스」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비감한 사실을 직면하고, 신들과 인간들의 형상으로 가득 찬 그 위대한 캔버스를 미완성으로 세상에 남아 있게 하느니 차라리 불살라 없애 버리라고 명령한 후, 그의 마음은 쟁기와 이랑이 짝을 이루듯 자신의 펜과 물체가 한데 어우러지는 「전원의 노래」의 아름다운 구절들로 되돌아가 있었을 것이며, 한 선량한 인간이 가슴 가득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나는 나의 나라로 시의 여신을 모셔 온 최초의 사람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Cleric said he thought Virgil, when he was dying at Brindisi, must have remembered that passage. After he had faced the bitter fact that he was to leave the ‘Aeneid’ unfinished, and had decreed that the great canvas, crowded with figures of gods and men, should be burned rather than survive him unperfected, then his mind must have gone back to the perfect utterance of the ‘Georgics,’ where the pen was fitted to the matter as the plough is to the furrow; and he must have said to himself, with the thankfulness of a good man, ‘I was the first to bring the Muse into my country.’

우리 학생들은 위대한 감정의 날개에 접해 보았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조용히 교실을 나왔지만,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만큼 클레릭 교수를 친히 알고 있던 사람은 아마 나 혼자뿐이었으리라. 저녁에 책을 들여다보며 앉아 있노라면 눈앞에 펼쳐 놓은 페이지 위로 클레릭 교수의 열정에 넘친 음성이 울려 나오는 듯했다. 나에게 그토록 자주 들려주던 뉴잉글랜드의 바위 많은 그 특별한 지역이 혹시 그분의 <나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We left the classroom quietly, conscious that we had been brushed by the wing of a great feeling, though perhaps I alone knew Cleric intimately enough to guess what that feeling was. In the evening, as I sat staring at my book, the fervour of his voice stirred through the quantities on the page before me. I was wondering whether that particular rocky strip of New England coast about which he had so often told me was Cleric’s patria. B


레나가 그들 모두를 나에게 다시 데려다 주었다. 전에는 전혀 생각도 못 했으나 이 처녀들과 베르길리우스의 시와의 관계가 문득 떠올랐다. 이들 같은 처녀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라는 것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그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 새로운 사실은 나에게 지극히 소중한 것이어서 혹시라도 갑자기 사라져 버릴까 봐 가슴 깊이 간직했다.
Lena had brought them all back to me. It came over me, as it had never done before, the relation between girls like those and the poetry of Virgil. If there were no girls like them in the world, there would be no poetry. I understood that clearly, for the first time. This revelation seemed to me inestimably precious. I clung to it as if it might suddenly vanish.


한때 낡은 토담집이 있던 자리에는 목조집과 작은 과수원과 커다란 붉은색 헛간이 들어서 있었다. 모든 변화는 행복한 아이들, 만족한 여인네들, 자신의 삶에서 행운의 결실을 얻은 남자들 등을 의미했다. 바람 부는 봄철과 찌는 듯이 무더운 여름철이 오고 가면서 저 고원 지대를 기름진 땅으로 만들었으며, 저 대지 속으로 흘러 들어간 인간의 모든 노고가 이제 결실을 맺어 기름진 밭이 길게 줄지어 뻗어 있었다. 그러한 변화는 아름답고도 조화롭게 보였다. 그것은 마치 위대한 인물이나 위대한 사상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도 같았다.
There were wooden houses where the old sod dwellings used to be, and little orchards, and big red barns; all this meant happy children, contented women, and men who saw their lives coming to a fortunate issue. The windy springs and the blazing summers, one after another, had enriched and mellowed that flat tableland; all the human effort that had gone into it was coming back in long, sweeping lines of fertility. The changes seemed beautiful and harmonious to me; it was like watching the growth of a great man or of a great idea.


「안토니아, 내가 여길 떠난 후로 난 이 지방에 사는 다른 누구보다도 네 생각을 많이 했어. 내 애인이든지 아내든지, 아니면 내 어머니든지 누나든지, 어쨌든 한 남자에게 아주 소중한 여인으로 난 너를 생각하고 싶어. 너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어.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나의 온갖 취향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 네 영향을 받고 있어. 넌 정말 나의 한 부분이야.」
I told her I knew she would. ‘Do you know, Antonia, since I’ve been away, I think of you more often than of anyone else in this part of the world. I’d have liked to have you for a sweetheart, or a wife, or my mother or my sister—anything that a woman can be to a man. The idea of you is a part of my mind; you influence my likes and dislikes, all my tastes, hundreds of times when I don’t realize it. You really are a part of me.’


믿음이 가득 찬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두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넌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고, 또 난 널 그토록 실망시켰는데. 사람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짐, 그런 걸 생각하면 참 신기하지? 우리가 어렸을 때 서로 알게 된 게 정말 기뻐. 내 어린 딸이 빨리 자라서 우리가 함께 놀던 이야기들을 그 애한테 모두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어. 옛날 생각을 할 땐 항상 날 기억하겠지, 그치? 모든 사람들이 다 옛날 생각들을 할 거야. 가장 행복한 사람들까지도.」
She turned her bright, believing eyes to me, and the tears came up in them slowly, ‘How can it be like that, when you know so many people, and when I’ve disappointed you so? Ain’t it wonderful, Jim, how much people can mean to each other? I’m so glad we had each other when we were little. I can’t wait till my little girl’s old enough to tell her about all the things we used to do. You’ll always remember me when you think about old times, won’t you? And I guess everybody thinks about old times, even the happiest people.’


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올 즈음엔 태양이 서쪽 끄트머리에 거대한 황금 공처럼 걸려 있었다. 태양이 그렇게 걸려 있는데 동쪽에서는 수레바퀴만큼이나 커다란 달이 파리한 은빛에 장밋빛 줄이 쳐 있는 비누 거품처럼 여린 모습으로 떠올랐다. 한 5분 동안, 아니, 한 10분 동안 두 개의 거대한 빛 덩어리들이 반듯한 대지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양쪽 끄트머리에 기댄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 특이한 빛 아래에서 작은 나무 한 그루, 밀알 한 톨, 해바라기 한 줄기, 산 위에 쌓인 눈 덩어리 하나하나가 모두 선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밭이랑과 흙덩이들까지도 선명하게 윤곽을 내보이는 듯싶었다. 나는 대지의 힘을, 저녁이면 저 들판에서 우러나오는 엄숙한 마력을 느꼈다. 다시 한 번 어린 소년이 될 수 있으면, 그리고 나의 삶이 바로 저기서 끝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As we walked homeward across the fields, the sun dropped and lay like a great golden globe in the low west. While it hung there, the moon rose in the east, as big as a cart-wheel, pale silver and streaked with rose colour, thin as a bubble or a ghost-moon. For five, perhaps ten minutes, the two luminaries confronted each other across the level land, resting on opposite edges of the world. In that singular light every little tree and shock of wheat, every sunflower stalk and clump of snow-on-the-mountain, drew itself up high and pointed; the very clods and furrows in the fields seemed to stand up sharply. I felt the old pull of the earth, the solemn magic that comes out of those fields at nightfall. I wished I could be a little boy again, and that my way could end there.


우리 두 사람의 길이 갈라지는 밭 끄트머리에 이르러 나는 안토니아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이 한때 얼마나 억세고 다정스러웠던가를 새삼 느끼면서, 그리고 그 손이 나를 위해 해주었던 수많은 착한 일들을 떠올리면서 햇볕으로 갈색이 된 두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아주 오랫동안. 사위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서 영원히 내 곁에 간직할 그녀의 얼굴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보였다. 뭇 여인들의 얼굴들이 드리우는 그림자 아래에서 가장 친근하고 가장 생생한 얼굴로 나의 기억의 바닥에 남아 있을 그 얼굴을.
We reached the edge of the field, where our ways parted. I took her hands and held them against my breast, feeling once more how strong and warm and good they were, those brown hands, and remembering how many kind things they had done for me. I held them now a long while, over my heart. About us it was growing darker and darker, and I had to look hard to see her.


「난 돌아올 거야.」 부드럽게 스며드는 어둠 속에서 나는 진정으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가슴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넌 여기 있다고. 우리 아버지처럼. 그러니까 난 외롭지 않을 거야. 그 낯익은 길을 홀로 걸어오면서 나는 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풀 속에서 서로 속살거리고 깔깔거리며, 그 옛날 우리 둘의 그림자들이 우리를 따라왔듯이 내 곁을 따라 달려오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I’ll come back,’ I said earnestly, through the soft, intrusive darkness. ‘Perhaps you will’—I felt rather than saw her smile. ‘But even if you don’t, you’re here, like my father. So I won’t be lonesome.’ As I went back alone over that familiar road, I could almost believe that a boy and girl ran along beside me, as our shadows used to do, laughing and whispering to each other in the grass.

그녀는 우리 모두가 보편적인 진리라고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태고로부터 이어 오는 인간의 자태를 보여 주는 인물이었다.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었다. 이제는 고생으로 찌든 여인이고 이미 아름다운 젊은 여자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아직도 상상의 날개에 불을 붙여 주는 신비한 힘이 있었으며, 평범한 것들 속에서도 의미를 보여 주는 눈짓 하나 혹은 몸짓 하나로 상대방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힘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She lent herself to immemorial human attitudes which we recognize by instinct as universal and true. I had not been mistaken. She was a battered woman now, not a lovely girl; but she still had that something which fires the imagination, could still stop one’s breath for a moment by a look or gesture that somehow revealed the meaning in common things.

가슴속의 강렬한 힘과 지칠 줄 모르고 아낌없이 베푸는 관대한 마음씨가 모두 그녀의 육신에서 나왔던 것이다. 안토니아의 아이들이 모두 의젓하고 곧게 자라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마치 초창기 종족들의 창시자처럼 그녀는 생명의 풍요로운 광산이었다.
All the strong things of her heart came out in her body, that had been so tireless in serving generous emotions. It was no wonder that her sons stood tall and straight. She was a rich mine of life, like the founders of early races.


이 길은 그 옛날, 그날 밤, 안토니아와 내가 블랙 호크에서 기차를 내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궁금해하며 밀짚 위에 누워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바로 그 길이었다
This was the road over which Antonia and I came on that night when we got off the train at Black Hawk and were bedded down in the straw, wondering children, being taken we knew not whither.


나는 비로소 나 자신으로 되돌아온 기분이 들었으며, 한 인간의 경험의 범주가 그 얼마나 작은 원을 그리고 있는지 깨달은 느낌이었다. 안토니아와 나에게 이 길은 운명의 길이었으며 또한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앞날을 미리 결정해 주었던, 어린 시절의 온갖 시간들을 가져다준 길이기도 했다. 이제 나는 바로 이 길이 우리를 다시 연결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었든, 우리는 말로는 전달이 불가능한 그 소중한 과거를 함께 소유하고 있었다.
I had the sense of coming home to myself, and of having found out what a little circle man’s experience is. For Antonia and for me, this had been the road of Destiny; had taken us to those early accidents of fortune which predetermined for us all that we can ever be. Now I understood that the same road was to bring us together again. Whatever we had missed, we possessed together the precious, the incommunicable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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