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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되고 싶어 ㅣ 위픽
김화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심드렁하다]
1.
마음에 탐탁하지 아니하여서 관심이 거의 없다.
2.
병이 중하지 않고 오래 끌면서 그만저만하다.
소설이다.
그가 처음인 독자들이라면 소설이겠다.
그럼에도, 소설 너머 어떤 '무엇'으로 읽힌다면,
조금이나마 그를 아는 독자들이 그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뿍 쏟았기 때문일거다.
독립을 결심한 토끼를 향한 따숩은 응원을 곁들인 무엇일거다.
2020년 봄, 회사 일에 흥미를 잃었다.
그해 1분기 동안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법한 업무를 진행했음에도
결과도 만족할 정도로 좋았음에도 재미, 가 없는 낭패스런 허무의 나날.
사무실에서 사직원 양식을 켜고 연신 두드려 임시저장해 둔 어느 날이었다.
동갑이자 친구인 내 직속상사의 조언을 요약하면 이랬다.
'직급의 한계 즉, 권한에의 월반과 새로운 업무 영역을 향한 갈망의 시기'
돌이켜 보면, 3년을 넘어가는 시점마다 권태일지 모를 것에 시달렸다.
지금 현재, 예의 세 번째 권태에 시달리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동갑이자 친구인 이젠 같은 직급의 동료는 더는 조언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는 게 없네.
저는 교장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결국 되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모스크바에 가지 않을 거예요."
- 티아구 호드리게스 <소프루> 中 -
가은은 황제로 남는 선택 아니, 황제가 되며 남는다.
황제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결국 되고 말았다.
나는 이도저도 아닌 채 세 번째 권태를 달래는 중이다.
그럼, 심드렁한 토끼는..?
'방랑자가 되어 산 너머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밤의 끝을 향해 여행하기'
- 티아구 호드리게스 <소프루> 中-
개구리처럼 잠시 혹은 잔뜩 웅크렸다 폴짝!
'여름은 기세가 좋은 계절이니까.
여름에는 옥수수를 우적우적 수박을 수왑수왑 베어 먹어야 한다.
기세 좋게 그렇게 해야 한다.
야금야금은 안 될 일' (p55)
환경의 변화는 물리적이든 육체적이든 심적이든
때론 자신없어 보이는 허울처럼 보일지라도 기세를 가졌다.
심드렁한 토끼는 분명 우적우적하고 수왑수왑한 기세를 몰아갈 것이다.
'살아남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어느 여름날 매미가 우는 소리만큼이나 구체적이라는 것을 안다.
- 티아구 호드리게스 <소프루> 中-
심드렁을 벗은 토끼의 구체적인 행보를 응원하며.
'당신은 오늘부터 이 극장에서 일하게 될 거에요.
그렇지만 언제 그만둘지는 알 수 없어요.
내일이 될 수도 있고, 1년 후가 될 수도 있고, 4년 후가 될 수도 있어요.
당신은 이 극장의 프롬프터가 될 거에요.
다시 말해 극단의 배우들이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지요.
언제 필요한지, 당장이 될지 한참 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는 당신을 필요로 하게 될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순간이 오면
당신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해요.'
- 티아구 호드리게스 <소프루>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