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해답 없는 질문을 놓고 제자리에 멈춰 서거나 헛바퀴를 빙빙 돌 때가 있습니다. 일테면 불안은 과연 영혼을 잠식하는가 라든지, '인간들은 안 변해.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몸무게가 변하고, 얼굴이 변하고, 뭐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진짜로는 안 변해.'라는 말이 정말 맞는지,...와 같은 어쩌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들. 하지만 막상 빠져 들게 되면 늪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데다 나름의 답을 찾아낸다 해도 결국 먹고 사는데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무서운 현실,을 깨닫을 때쯤엔 이미 영혼이 잠식당한 것 같죠.

이럴 땐 '길'에서 답을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넌 어떻게 생각해?'하고 물어 보면, '사실은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그건 말이지...'라고 길이 답해 줄리야 없겠지만; 걷다 보면 스르르 풀어질 때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여행에 큰 목적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일 자체를 싫어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가끔은 괜찮겠죠.)    

어쭙잖은 글은 접어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환율 상승의 여파로 해외 여행 수가 줄고 반대로 그 발길들이 국내 여행쪽으로 모아지고 있단 소식이 연일 들려 옵니다. 2009년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고 그렇다고 여행을 못하는 것도 조금 억울한 일이죠. 그래서 찾아낸 것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월의 가볼만한 곳'입니다. '소원성취명소'를 골랐다고 하니 구정이 오기 전에 한 번 방문해 보면 어떨까요? 추천지는 아래 4곳입니다. ^^

1. 강원 삼척: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소원 빌러 삼척(三陟)으로 간다 

2. 경북 울진: 솔숲 지나 정자 올라 달님 보며 소원 비세 

3. 경기 안양: 병목골 깊은 계곡에서 만난 순교자-수리산성지 

4. 전남 고흥: 소원 한 점, 자애로운 남쪽 바다에 띄워 보내고 

지역을 소개하는 글이 시구같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생각만으로도 벌써 소원이 이뤄진 것마냥 풍요로운 기분이 듭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작년 한 해 동안에도 '대한민국 구석구석’이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신문에 대한민국 곳곳을 소개했고 책으로도 엮어낸 바 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아래 좌측에 자리하고 있는 두 종의 여행서입니다.   

 

 

 

 

 

 

 

작년 여름에 나온 책이 <놀라운 우리나라 여기가 어디지?>로, 지은이며 사진가인 유정열 씨가 찍은 사진이 우리나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합니다. 차례 역시 계절로 나누었습니다. 반면 후속작인 <구석구석 놀라운 우리나라!>는 조류학자 윤무부, 여행가 김남희 등 27인의 명사 참여로 이뤄졌습니다. 명사들이 소개하는 여행지를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특색이 엿보여 관심가는 이들과 몇 곳의 장소를 엮어 테마 여행을 계획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지를 훑어 보며 '1월의 가볼만한 곳'도 찾아 보았는데 모두 들어가 있지는 않네요. 그래서 보충해서 볼만한 책도 소개해 드립니다.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1,2권으로 한겨레, 세계일보, 동아일보 등 신문사 여행기자들이 꼽은 여행지가 엄선돼 실려 있습니다. 1권은 친구, 연인, 자녀, 부모님과 함께 가고픈 여행지로 꾸며져 있고 2권은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사진과 일러스트가 매력적이라 발췌해서 달력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놀라운 우리나라> 시리즈에 비해 <여행기자들이...>의 첫 출간 시기가 빨랐는데, 2권이 나온 시기는 이번 겨울로 겹치게 됐네요. 그런데도 책의 개성이 달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특히 두 책에서 모두 추천하는 '봄의 진도'는 너무나 매력적이라 꼭 가봐야 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4월 진도의 본도에서는 신비의 바닷길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올 봄에는 바닷길 구경하러 진도로 가볼 일입니다.   

그럼 이제, 여행지도 정했겠다 떠날 일만 남았습니다. 여행은 떠나기 전이 더 설레고 즐겁다고 하죠?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대로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간절한 목표인데, 써놓고 보니 왠지 처절하네요. 그 전에는 언제나처럼 여행서를 뒤적이겠지만... 가끔 읽다 보면 여행 길에 들어선 것 같아서 정말 책 속에는 길이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아무튼 올 한해는 모두 소원 성취 하시고 모쪼록 여행 많이 하는 해가 되세요! 

 

*국내여행만으로 약간 섭섭하다면, 재미있는 여행 에세이로 맛보는 해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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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tbook 2009-01-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우리나라 여기가 어디지?' 는 제가 한국관광공사의 TV광고를 보고 기획해서 나온 책입니다.
물론 한국관광공사 담당 공무원도 만났었구요. ㅎㅎ
저희 책 레츠룩 서비스 올려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제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알라딘가정/여행/좋은부모MD조현정 2009-02-09 15:47   좋아요 0 | URL
기획하신 분이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책 재밌게 봤어요. <러브 앤 프리>도 원체 좋은 책이었죠. 앞으로도 좋은 책 부탁드려요~블로그, 저도 리뷰 좀 올리고 해야겠단 생각이 번쩍 드네요. 종종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천국보다낯선 2009-02-0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은 씨의 <삶은 여행>이란 책이 있습니다..
제목 참 좋지요..
여행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이미 미쳐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습니다..
추억, 기억, 망각, 감동, 창작, 기쁨, 상상, 변화, 계발, 반성, 사진..
'여행'은 누구에게나 4단계가 있습니다..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변화..
누구나 여행 전은 '설레임'이 찾아오고, 여행 중에는 '감동'이 밀려오고, 여행 후에는 '애잔함'(아쉬움)이 남고, 이후로 살다보면 여러 여행을 통해 얻었던 것들로 인하여 '변화'(카타르시스;정화)가 있기 마련이지요..
만약 이와 같은 단계를 겪지 못했다면 여행의 기술이 부족한 탓이지요..
위 추천 여행지 중에서 제가 가본 곳은 '고흥'입니다..
고흥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가락으로 꼽는 청정해역이지요..
서울에서 고흥을 가려면 만만치 않은 시간과 거리를 감수해야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번 가봄직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주변 여행지까지 두루두루 엿볼 수 있답니다..
나로도, 소록도, 보성 차밭, 순천만 갈대밭(소설 '무진기행'), 송광사(삼보사찰 중 승보사찰), 선암사 등 좋은 여행지를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음식으로는 말할 것도 없이 '남도음식'이지요..
벌교 참고막(얼마전 TV '1박2일'에 나오던데), 남도 한정식, 쭈꾸미, 세발낙지, 간장게장 등 나열하다보니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ㅎㅎ

알라딘가정/여행/좋은부모MD조현정 2009-02-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외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가보지 못한 곳이 참 많죠.
전라도는 특히 음식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인데, 고흥 역시 볼거리가 많다 하시니 여행할 목록에 추가하겠습니다.

별개로 요즘 다시 집어든 책은 <꿈꾸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는 여행기인데 여행서도 볼 때마다 감상이 다르듯, 여행지도 방문 때마다 다른 감회를 안겨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여행은 다다익선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