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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화폐 전쟁에서는 금(金)이 은(銀)을 눌렀다. 은은 금보다 매장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지만 수요량은 금이 많다. 금값이 더 나간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은값 상승률은 600%를 넘었고 조짐이 수상하다. 은은 금에 비해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뛰는 금 위에 나는 은' '금도끼 팔고 은도끼 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은에 대한 재평가다.

이 책(원제 'Secret of Silver')은 그 은을 렌즈 삼아 역사를 들여다본다. 제목 그대로 비사(秘史)에 가깝다. 중국 경제경영 전문가인 저자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이야기 궤짝을 연다. 은의 제국이었던 중국은 왜 산업혁명의 특급열차에 올라타지 못했을까? 세계 최초로 지폐를 사용할 만큼 선진적이었던 중국 금융제도는 왜 쇠퇴했을까? 이른바 '은의 저주'는 실제 존재했을까?

명나 라는 1375년 대명통행보초(大明通行寶鈔)라는 지폐를 발행하고 금과 은을 화폐로 쓰지 말도록 하는 금은령(禁銀令)을 내렸다. 지폐 발행은 고도로 발달한 상품 경제와 부족한 귀금속 자원, 두 뿌리에서 나왔다. 화폐 공급량이 왕성한 경제를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백성은 상태에 따라 가치가 출렁거리는 지폐를 인정하지 않았고 은을 계속 거래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탈리아 반도에 모인 금과 은이 배를 타고 동양으로 가 향료, 비단과 교환됐다. "금과 은에 대한 유럽의 갈망이 대항해 시대와 신대륙 발견을 낳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명나라는 은 기근을 해소하려는 국제무역이 잇달아 실패하고 자금성이 불타자 서양 원정을 중단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쇄국을 선택했다.

유 럽은 신대륙을 정복하면서 금과 은을 약탈했다. 특히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달의 눈물'이라 불렀던 은을 300년간 1억㎏이나 캐 실어날랐다. 이로써 유럽의 은 기근은 사라지고 글로벌 무역 시대가 열렸다. 중국은 찻잎, 비단, 도자기를 수출하며 은만 요구했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 은의 종착지는 사실상 중국이었다.

그런데 중국에 들어온 은은 나갈 줄을 몰랐다. 비상시를 대비해 은을 땅속에 묻어두는 풍속 때문이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대로 순도가 떨어지는 은화나 동전만 유통됐다. 한편 스페인 경제는 식민지에서 약탈한 은 때문에 물가가 폭등하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스페인과 중국은 막대한 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산업혁명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은의 저주'다.

은을 쌓아놓기만 한 청나라의 행동은 아편전쟁의 빌미가 됐다. 식민 패권주의를 지키려 했던 영국을 필두로 서방에는 금본위제가 시행된다. 19세기 들어 골드러시가 일어나고 낮은 등급의 금광석에서 금을 추출하는 방법이 발명되자 은은 화폐 역사에서 퇴장할 운명을 맞는다.

이 책에는 명나라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은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다. 1900년 프랭크 바움이 발표한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두고 "은의 화폐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당시 미국 서민들의 소망을 담았다"고 해석한 대목이 흥미롭다. 도로시는 은 구두를 선물로 받았고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를 암시하며 오즈(Oz)는 금은의 중량 단위인 온스의 약칭이라는 것이다.

미 국의 양적 완화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요가 늘면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르면 싸우게 된다'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 세계를 한 핏줄로 이어줬던 은은 다시 화폐의 역할을 맡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흐름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편집이 아쉽지만 쉽고 명쾌한 책이다. 역사라는 무대에서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했던 은의 드라마틱한 고백으로도 읽힌다.



모로코 항구 도시 탕헤르에서 관광객에게 방심은 금물이다. 이슬람 상술의 대명사인 이곳 상인들은 '흥정의 귀재'. 마지드는 이곳에서도 전설로 불린다. 형형색색의 담요와 양탄자, 실크 셔츠와 드레스가 잔뜩 쌓인 그의 가게 방명록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서명이 있다. 록스타와 호텔 경영자들도 그에게서 물건을 사갔다. 비결이 뭘까. "장사꾼은 모든 사람을 유심히 봅니다. 손님이 어떤 물건을 보는지 관찰하지만 절대 귀찮게 하지 않지요." 손님을 읽어내 '동기'를 간파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

저 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더니 장사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세일즈 과목이 없어 어리둥절했다". 세일즈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인데도 말이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위대한 장사꾼들을 찾아 세일즈 기법을 들었다. 스토리텔링으로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홈쇼핑, 일본 보험 판매왕의 인맥 관리술,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고객을 안달나게 하는 미술상의 노하우…. 고객을 끌어당기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각종 장사 기법이 페이지마다 생생하다.

애 플은 고객의 충성심을 넘어 '신앙심'을 자극하는 종교적 마케팅을 펼친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마치 종교지도자 같은 카리스마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 앞에서 선보였다. 달라이 라마도 세일즈에 능하다. 때로는 빙그레 웃으면서 행복 철학을 설파하고, 때로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폭정을 방관하는 세상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낸다. "청중에 맞게 메시지를 전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종의 청중 맞춤형 판매 방식"이다.

발품 끝에 내린 저자의 결론. "위대한 세일즈맨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공통점은? 손님에게 거절당해도 굴하지 않는 회복 탄력성과 낙관주의, 자신의 세일즈 능력에 발동을 거는 간절한 욕구였다." 무엇을 왜 팔아야 하는지 내용과 목적은 달라도, 모두 스스로 팔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추동력으로 세일즈의 달인이 됐다는 얘기다.

물건이든 믿음이든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사고판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요리를 팔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 행위를, 기자는 데스크에게 새로운 기사의 아이디어를 판다. 세일즈 능력이란 결국 상대를 움직이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삶의 기술. 그러니 저자의 결론을 곧바로 각자의 인생에 대입해도 좋겠다.



아무리 잘되는 사업이라도 정체기가 온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영자들은 '이 위기만 넘기면'이라는 소망을 붙들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미국 컴퓨터 기업 올멕의 경영자 마이크 미칼로위츠도 그랬다. 설립 4년 만에 거의 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용은 많이 들고 현금은 전혀 돌지 않았다. 그때 그의 멘토인 사업가 프랭크가 말했다. 사업을 키우고 싶으면 "고객을 해고하라"고.

미 칼로위츠가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우는 방법을 담은 책 '펌프킨 플랜'을 펴냈다. 현재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불량 고객을 줄이고 우수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모든 고객에게 집중하다 보면 우수 고객을 챙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나쁜 고객은 없는 게 낫다는 것이다. 우수 고객, 최고 고객은 사업 원칙을 공유하며 성장할 수 있지만 수만 늘리려는 나쁜 고객은 영양분만 빨아 갈 뿐이라고 주장한다.

책 제목은 거대 호박을 키워낸 농부의 농사 비법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는 한 지역신문에서 본 500㎏짜리 초대형 호박을 키운 농부 이야기를 보고 불량 고객을 제거하는 법을 대형 호박을 키우는 법에 비유한 '펌프킨 플랜(pumpkin plan)'을 구상했다. 농부는 더 튼튼하고 빨리 크는 호박을 파악하고 그보다 덜 유망한 호박은 모두 제거해 대형 호박 단 하나만을 키웠다. 평범한 호박은 언제나 잊히지만 거대한 호박은 지역신문에도 실리는 '전설'이 된다는 점이 그가 펌프킨 플랜을 사업에 도입하게 된 이유다.

따라서 책은 '사업을 시작하는 법'이 아니라 '시작한 사업을 키우는 법'에 초점을 맞춘다. 금융업, 항공업, IT기업 등 그가 상담한 다양한 사례를 동원해 케이스에 따라 펌프킨 플랜을 적용한 방법을 소개한다.

저 자는 사업가들이 '그렇게만 된다면' 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 건만 따내면' '큰 고객 한 명만 잡으면' 하는 식으로 사업을 일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 전략을 유지한 채 '그렇게만 된다면'이라고 생각하는 건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업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 되는 일은 종양처럼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 자는 어떻게 고객을 제거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고객을 해고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책에는 고객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적힌 고객평가표가 수록돼 있는데 그는 이 표를 이용해 우수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파악하라고 말한다. 그 후 불량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거하고 우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스타들을 우선시하며, 전체적으로 가격을 올려버리라고 조언한다.

우 수 고객을 편애하는 과정에서 그 고객에게 질문을 던져 그들 희망사항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대형 항공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 작은 항공사로서는 '한시적 할인을 할 때만 당신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불량 고객이고 '급한 회의가 생겼는데 다른 항공사들이 모두 만석일 때만 당신 항공사를 이용하는 막바지 고객'이 우수 고객이라고 그는 조언한다. 그는 우수 고객에게 비행기 탑승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와이파이 공유기 등을 설치하는 서비스로 우수 고객을 키워 내라고 말한다. 고객이 '열혈 추종자'가 되면 거대 호박을 키워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기자는 얼굴에 철판 한 장쯤은 깔아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경제팀에 배치됐을 때, 딱 이런 생각이었다. 실제론 아무 것도 모르지만, 뭔가를 좀 아는 척 하며 취재원을 만났고 기사를 썼다. 그러나 얼굴에 깔아놓은 철판이 양심의 가책까지 잠재우지는 못했다. '내가 실제론 경제에 무지하다는 걸 언제까지 숨기고 살 거냐?'

"저, 알고 보면 경제에 대해 백지랍니다"라고 양심 선언할 용기는 없었다. '무식이 들통 나기 전에 빨리 지식을 채워넣자' 싶었다. 결국 틈틈이 경제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얄팍한 계산은 여전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일종의 요점 정리 핸드북을 찾아다녔다. '한권으로 읽는~', '쉽게 쓴~' 유의 제목을 단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는데, 영 요령부득이었다.

처음엔 내가 무식해서, 이해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그래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책 자체가 부실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복잡한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이를 위한 기초 지식을 잘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모자라는 상황. 그러니 너도 나도 책을 낸다.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경제를 보는 눈이 훤히 뚫려!'

'이 약 한번만 잡숴봐, 만병통치약이야. 무슨 병이든 싹 나아버려'라고 외치는 떠돌이 약장수와 닮았다. 그러나 이런 만병통치약 잘못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긴다. 마찬가지다. 어설프게 찍어낸 책으로 공부하면 명료했던 지식도 흐릿해진다. 특히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이런 책이 대거 쏟아졌다. 조악한 음모론을 얼기설기 엮어서 '경제 문맹의 눈을 뜨게 해준다'며 광고한다.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 이런 음모론 서적 외에도 위험한 경제 입문서는 많다. 저자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그냥 '긁어다 붙이는(Copy & Paste)' 식으로 낸 책이 서점엔 흔하다. 사실 관계가 틀렸거나,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식이 얕은 저자가 시장 경험에만 의존해서 무리한 논지를 펴는 경제 전망서도 넘쳐난다. 또 어려운 경제 이론을 쉽게 풀어쓴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이야기는 그냥 건너 뛴 것에 불과한 책도 많다. 어려운 걸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과 쉬운 이야기만 하는 건 전혀 다르다.

스 스로 경제 문외한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종류의 책은 안 읽는 게 좋다. 머릿속에 엉뚱한 개념이 들어서서 혼란만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자가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경제학과 신입생이 읽는 전공 교재였다. 조금 딱딱하지만, 기초 교재부터 차분히 읽어나가는 게 오히려 빠른 방법이다. 물론 주류 경제학 교재가 지닌 이데올로기적 편향도 있다. 그러나 이걸 경계하느라 기초 지식을 등한시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고대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기하학을 배우는데 왕도(王道)는 없다"고 했다. 다른 모든 지식 역시 마찬가지다. 지름길은 없다. 어려운 내용은 어렵게 공부하는 게 옳다.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벌려 하면 안 되듯, 어려운 걸 쉽게 배우려고 하면 안 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떠오르는 기억이 많았다. 예컨대 자연과학 분야에도 '어려운 걸 쉽게 알려준다'며 꼬드기는 책이 흔하다. 그런데 이런 책을 잘못 골라서 읽은 사람들 중에는 황당한 오해를 안고 지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철학의 '상대주의'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비슷한 개념이라고 착각하는 식이다. 저명한 학자의 글에서 이런 오해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경제 분야에 대해 같은 방식의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겠구나'라는 반성을 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어려운 물리이론을 초보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설명하는 능력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건 그가 진정한 천재, 진짜 고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이런 천재, 고수는 흔치 않다. 당신이 읽는 책의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 수준의 천재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말이다. 어려운 내용이라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골똘히 생각하며 익혀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한 뒤로, 출판사에서 급히 기획해서 찍어낸 경제 교양서는 잘 읽지 않게 됐다. 물론 주변에 권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예외가 생겼다. 최근 출간된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마이클 굿윈 지음, 댄 버 그림, 김남수 옮김, 다른 펴냄)이다. 제목만 보면 이 책이야말로 전형적인 떠돌이 약장수의 '만병통치약' 느낌이다.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을 어떻게 한 권짜리 만화로 담아낸다는 말인가. 이쯤 되면 거의 사기라는 의심도 든다. 그래서 처음엔 서평 청탁을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마음이 돌아선 건 내가 만화를 워낙 좋아한 탓이다. 만화라면 일단 덮어놓고 탐내는 버릇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는 또 한 번 생각이 바뀌었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한다는 책이 꼭 나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다.

거창한 제목과 달리, 불필요한 욕심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가격이론이나 IS-LM 곡선처럼 경제학 입문서라면 반드시 담아야 할 내용이 이 책에는 없다. 이런 내용을 만화책 한 권으로 공부하긴 무리다. 대신 이 책은 대학의 경제학 교재를 파고들다보면 오히려 놓치기 쉬운, 그러나 꼭 알아야 할 내용에 집중한다. "자본주의 탄생에서 세계 금융 위기까지 경제는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라는 부제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일종의 역사책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약장수 경제학' 책과 달리, 논지가 일관돼 있고 내용도 알차다.

취재를 하면서 경제이론과 실물경제에 두루 정통한 전문가라고 소개받아 만났는데, 의외로 과거 역사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금융 공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또 다른 공황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높을 때였다. 그런데 과거 공황의 역사에 대해 관심 없는 경제 전문가라니, 기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웠다. 수리모델에 치중하느라 경제의 역사, 경제사상의 역사에 대해선 소홀한 경제학 교육의 폐해다.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면, 경제가 마치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때라면, 경제사나 경제 사상에 대한 지식은 그저 장식품일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경제가 기계장치처럼 움직인 적은 없다. 늘 위기였거나, 아니면 위기를 잉태한 상황이었다. 경제학 커리큘럼이 기계공학 커리큘럼과 달라야 하는 이유다.

경제학 입문자에게 경제사, 경제 사상 공부를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사에 대한 입문서로서 이 책이 지닌 미덕은 '균형 감각'이다. 예컨대 저자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애덤 스미스에 대해 소개하는 대목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 국부론>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잊은 교훈이 이것이다. '자본가를 경계하라'. 이 내용은 애덤 스미스의 말 그대로 읽어보는 게 좋겠다. '자본가가 내놓은 새로운 법률이나 상업 규제안을 항상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심사숙고하고 실험한 후에 자본가의 법률이나 상업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본가들에게 농락당하고 지배될 것이다.'"

시장만능주의를 옹호하는 경제 전문가가 애덤 스미스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그들은 도덕철학 교수였던 애덤 스미스가 "상인과 제조업자의 비열한 약탈과 독점정신"에 대해 얼마나 분개했는지에 대해선 침묵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전문가가 종종 저지르는 이런 왜곡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차분히 일깨워준다.

세 상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저자가 이 책의 결론에서 "핵심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는 결국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이며, 따라서 소수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기엔 너무 중요한 문제라는 것. 저자는 "경제는 잘 작동되고 있을 때에도 심각한 결함이 나타났다" 라고 말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보는 환경 파괴, 무리한 노동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저자는 "이 결함을 고치려면 경제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어떤 일자리를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라고 이야기 한다. 저자가 준비한 답변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라는 것. 경제정책 당국자나 금융 실무자가 아닌 보통 시민이 자본주의 경제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경제학 비전공자인 저자가 경제사 입문서를 쓴 이유 역시 그래서다.

앞서 소개한 애덤 스미스의 경우처럼, 경제 전문가가 자신의 이해관계 또는 편견 때문에 종종 왜곡해서 전하는 경제 상식은 지금처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전염병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하다. 이에 대한 항체가 없는 경제학 입문자라면, 이 책은 효과 좋은 '백신' 주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마케팅 차원에서 주목하는 기법 중 하나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다. 이 기법은 비디오 게임의 특성을 활용해 이용자의 체험을 유도하고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SNS인 포스퀘어는 관광지나 레스토랑 등 특정 장소를 먼저 이용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훈장같은 배지를 부여하고 점수를 쌓을 수 있게 한다. 이용자에게 미션을 부여해 성취를 통한 심리적 즐거움을 주고 단계별로 적절한 보상을 줌으로써 적극적인 구매와 참여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모바일 마케팅 사례다.

《마케팅 키워드 101》은 게이미피케이션과 같은 최신 트렌드부터 일반 경영이론에 이르기까지 마케팅 전반을 101개 키워드로 정리한 경영지침서다. 고려대 경영대 마케팅 전공 교수인 저자는 마케팅 이론과 개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각 키워드를 최근 이슈화됐거나 관심을 모은 사례를 들어가며 간략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 마케팅 부서 담당자나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침까지 제시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마케팅에 도입할 경우 전통적인 광고에서 즐겨 사용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흥미로운 얘깃거리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게임 형식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노베이터와 얼리어댑터를 구별해 설명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노베이터는 신제품 출시 시점부터 구매하는 시기로 따졌을 때 2.5% 안에 드는 소비자, 얼리어댑터는 2.5% 이후 16% 이내에 드는 소비자다. 이노베이터는 열광적으로 빨리 구매하지만 입소문에는 인색하고 얼리어댑터는 일반 소비자보다 일찍 구매하면서 이용 경험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노베이터보다 얼리어댑터가 더 가치가 높은 고객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3분 라디오 MBA’란 제목으로 진행한 130여편의 방송 콘텐츠를 재구성한 것이다. 힐링, 꽃중년, 체리 피커(혜택만 빼먹는 얌체 고객)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용어부터 시장 분석과 기업경영 전략, 브랜드 관리, 소비자 심리와 고객 관리, 시장조사와 타깃 설정, 가격 결정, 광고와 프로모션, 유통·서비스업에 이르는 방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총 8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마케팅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룬 이론서는 아니지만 장별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짜임새있게 구성돼 있어 해당 부문이나 산업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6 장에서는 준거가격과 세트메뉴 가격, 가격 할인, 미끼 상품, 무한 리필, 쿠폰, 리베이트 등의 키워드를 엮어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과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유기적으로 설명한다. 유통·서비스업과 관련된 키워드를 묶은 마지막 장에서는 PB(유통업체 자체 상표)와 카테고리 킬러, 회원제 창고형 클럽, 드러그스토어 등을 통해 국내 유통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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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7 0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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