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우울해...' 

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지는 날이다. 나는 오늘 우울했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번호표를 받아드니 28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내 순서가 오기까지 의자에 앉아서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보았다. 가나다 순으로 잘 정리된 이름들 속에서 '나 오늘 우울하다'라는 문자를 보낼만한 사람을 찾아 보았다. 가족과 절친한 친구, 아는 사람, 일 때문에 필요한 사람, 심지어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이름까지 빼곡하게 저장되어 있었지만 28명의 대기자들이 제 볼일을 다 볼 때까지 나는  아무한테도 문자를 보내지 못하고 일어섰다.  


한 가지 일을 해결하고 또 다시 번호표를 뽑아 들고 기다려야 했다. 나는 빈 자리에 앉아서 또다시 휴대폰을 주물럭거렸다. 이번에는 문자함을 열어 보았다. 내가 발송한 문자와 받은 문자가 따로 저장되어 있다. 남이 나에게 보낸 문자보다 내가 남한테 보낸 문자들이 더 낯설었다. 내가 언제 저런 말들을 보냈을까? 나는 스팸문자와 업무적인 문자를 깨끗이 지웠다. 문자함에는 이제 마음을 주고받던 말들만 남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지나간 시간 속 기억의 창고에서 쓸쓸해 보였다. 마치 초겨울 바스라질 듯 바짝 마른 낙엽에 따순 볕이 내리쬐는 것을 바라볼 때같은 그런 쓸쓸함이었다. 201100328ㅇ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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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9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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