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정
말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전쟁에 길들여진 말들은 소리를 내야 할 때와 내지 않아야 할 때를구분한다. 풀이 무성한 초원에서 자라난 말들은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렸고, 달릴 수 없을 때에도 달렸다. 말들은 달리다가 엎어지거나 창에찔려 무릎이 꺾였다. 피보다 먼저 거품이 솟아나왔다. 맹렬하게 뛰던심장이 관성을 놓지 못한 채 여전히 가쁘게 뛰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혹은 끊어진 뒤에도, 말의 몸에서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피어올랐다.
군병들은 규율에 길들여져 있다. 저들의 대부분은 전쟁 중에 태어나 전쟁 중에 자라났으며, 곧 전쟁터에서 죽게 될 터였다.
죽음은 옆리에 끼고 달리는 보따리 같았다.
노획으로 채워지거나 찌기외지거나, 찢겨 흩어지거나, 죽음이 무상했으므로 살아 있다는 것도 별것 아니어출정의 아침, 모래바람이 무지막지해 눈을 뜰 수가 없을 지경이다.
벌판에서는 바람이 늘 이렇게 분다. 거칠 데가 없어서 가속을 놓지 모한 바람이 가슴을 밀어 휘청하고 가벼운 몸이 뒤로 꺾인다. 수십만 구병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출정은 아침에 일어나문밖의 날씨를 살피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어서 이것은 또 하나의전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