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싸움, 우리도 승리할 수 있다!

⎯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 2차 성명서 ⎯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은 지난 2월 16일부터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했다. 이에 대한 학내ㆍ외 여러 단체와 개인들의 지지와 격려는 뜨겁다. 전국비정규교수노조와 본교 동아시아학과, 사학과, 철학과 대학원생들의 지지 성명은 큰 힘을 주었다. 시위 현장에 놓인 ‘등록금 인상 반대’ 서명철에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학우들의 서명과 응원글이 빼곡히 쌓여간다. 언론에서도 성균관대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률과 이에 대한 전례 없는 대학원생들의 저항을 속속 보도하고 있다. 그 밖에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우리의 운동을 중계하고 응원하는 무수한 지지자들 덕분에 우리는 지치지 않고 늦겨울의 칼바람과 기약 없는 외로움을 버텨내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동국대가 등록금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동국대는 당초 전년 대비 4.9%라는 몰상식한 인상률을 결정했으나, 이에 대한 학생들의 합심된 투쟁과 신임 총장의 대승적 결단으로 학부와 대학원 모두 2.8%의 소폭 동률 인상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제 동국대 학생들은 조정액에 해당하는 등록금 일부를 환급받게 된다. 연세대 역시 총학생회의 주도 아래 비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전면적으로 거부, 투쟁하여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 모두 동결로 이끌었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비참함을 느낀다. 성균관대 당국자들은 여전히 ‘한 번 결정된 등록금 인상안을 번복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영 신임 총장은 우리의 면담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한 채, 총장으로서의 어떠한 책임 있는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학생처장과 학생지원팀장은 ‘이번 등록금 인상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라는 공식 절차를 거쳤으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여러 보도에서 수차례 문제가 제기된 바, 학교 당국에 전적인 구성권과 의결권이 있는 현재의 등심위는 등록금 협상의 주체인 학생들을 약자로 고정시키며 오히려 독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가 어렵사리 열람한 등심위 자료는 이를 가감 없이 반증한다. 학교 당국은 학부와 대학원 총학생회에 ‘학부 3.0%/대학원 4.2%’안과 ‘학부 3.1%/대학원 4.1%’안 중 양자택일할 것을 강요했고, 두 총학은 ‘선배로서 후배에게 양보한다’는 명목으로 전자를 승인했다. 이 폭력적 선택구도를 거부하면 등심위에서 일정 기간 동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처리, 의결권은 자동으로 총장에게 넘어가 대학원 등록금 4.4% 인상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육과 양심의 문제는 도외시한 채, 학부와 대학원의 허구적 대립구도를 조성하고, 이를 허울 좋은 모교애와 형제애로 갈음하는 학교 당국의 태도는 얼마나 기만적인가. 학교 당국이 조장한 이 허위의 ‘형님-아우’ 놀음이 가져온 등록금 인상의 피해를 1만 6천 학부생과 6천 대학원생이 고스란히 덮어쓸 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학교 당국이 등심위 자료가 학생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학교는 ‘등록금 결정은 등심위라는 공식 절차에 따른 것이며, 그 자료를 가진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이를 홍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학교는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가 가진 회의록을 열람하려 하자 거기에는 ‘학교의 허가 없이 열람 내용을 유포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가 ‘학생 홍보용으로 총학생회가 이미 가진 자료의 내용이 왜 유포되어서는 안 되는가’라고 반문하자, 학교는 ‘그것은 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에 준 것이 아니라, 등심위원인 개인에게 회의 자료로 제공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게다가 이 같은 학교측의 임기응변에 내재된 명백한 모순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총학생회에 확인해본 결과, 총학생회장이 가진 “개인 자료”마저 학교의 것과 똑같다는 당국자들의 말과 달리 최종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문제는 명백하다. 학교는 대학원생들의 취약한 사회적 위상과 구조적 열위를 이용해 학교의 재정 부담을 대학원생들에게 전가했다. 이는 총학생회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구조화된 ‘등심위’라는 제도를 학교가 십분 활용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연이은 타 학교 등록금 싸움의 승리에서 보듯 성균관대도 부당한 등록금 인상을 막아낼 수 있다.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는 학생들의 의지와 성원, 그리고 연대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22일, 학교는 우리에게 졸업식 날 600주년 기념관 앞 시위를 중단해달라며 말했다. “너희들이 거기 외롭게 서 있는 모습이 대외 이미지를 해친다”라고. 그렇다. 외로움은 우리의 무기다. 우리의 외로움이 부를 동정과 격려, 그리고 ‘행동’이 학교는 두렵다. 우리는 학우들의 지지와 연대를 절박한 심정으로 기다리며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에 계속 매진할 것이다. 등록금 싸움, 우리도 승리할 수 있다!

 

1. 총장은 이번 등록금 인상안에 대한 학생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5년간 100만원’ 인상이라는 그간의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1. 2011년도 학부 ‧ 대학원 등록금은 동결되어야 한다. 학교 당국은 이번 폭력적 등록금 인상안을 즉각 철회하고, 민주적 등심위 설치를 지원하여 등록금 재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1. 총학생회는 학교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안일한 대응을 반성하고, 이번 등록금 사태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은 물론, 학생들의 권익 보호에 적극적으로 임하라.

 

2011년 2월 28일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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