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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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4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 21세기북스

 

 

카라바조. 이 땅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 매우 치열한 삶을 살다간 사람.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삶이 그러하듯, 그가 걸어간 삶의 여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200010, 이 책의 지은이 김상근 교수는 대학원생 신분으로 박사학위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 중이었다. 그 때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와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다. 그것은 지은이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39년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던 천재 화가. 후원자나 고객의 주문에 의해 작품의 내용과 구도가 결정되던 시대에 그들의 예술 감각을 조롱하는 그림을 그렸던 사람. 미켈란젤로와 경쟁하며 거장의 작품을 마음껏 뒤틀었던 인물.(미켈란젤로 사후 카라바조는 자신의 이름에 미켈란젤로를 넣었다고 알려져 있다). 밤거리의 패싸움과 살인의 추억으로 얼룩졌던 화가. 살인자의 신분으로 이탈리아 반도 끝까지 도망쳤지만, 추기경과 귀족들의 비호를 받으며 생을 마칠 때까지 충격적인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던 반항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은총의 의미를 신앙적으로 표현했던 화가. 카라바조.

 

 

 

지은이는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안에 걸려있는 카라바조의 두 편의 걸작 성 바울의 회심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를 보면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카라바조가 차지하는 미술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그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지은이는 카라바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개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는 미술평론가가 아니다. 미술사나 르네상스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저 카라바조가 살았던 16세기 말, 17세기 초의 이탈리아와 로마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한 사람이고, 카라바조의 작품을 사랑하는 평범한 애호가일 뿐이다.” 그러나 지극한 겸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지은이는 천재화가의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삶의 흔적을 되짚어보면서, 르네상스 시대와 16세기 종교개혁이 어떻게 마감되었는지를 매우 깊숙이, 치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카라바조가 르네상스의 대거장 미켈란젤로와 한판 승부를 겨룬 내용과 카라바조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대목이다. 그 당시 로마의 재무장관 체라시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새로운 로마 시대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탈리아 예술가 사이에선 신과 같은존재로 자리매김했던 미켈란젤로의 그림과 동일한 주제를 카라바조에게 의뢰한다. 그것은 사울의 개종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라는 작품이었다. 체라시 장관이 같은 제목의 그림을 카라바조에게 의뢰한 속뜻은 무엇이었을까? 체라시는 이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대희년을 맞이한 새 로마에 새로운 천재 화가가 탄생했다. 그가 바로 카라바조다!” 지은이는 카라바조의 성 바울의 회심을 이렇게 묘사한다. “사울이 바울이 되는 회심의 순간을 그리면서 카라바조는 미켈란젤로를 위시한 많은 르네상스 화가들이 즐겨 묘사했던 우주적 사건이나 천군천사의 나팔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구름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는 요란스러움을 과감히 생략한다. 바울의 회심은 지극히 내면적인 사건이었으며, 어둠을 뚫고 찾아오는 한 줄기 빛처럼 평범한 인간에게 찾아온 하나님의 신비로운 은혜임을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카라바조의 이 작품은 그의 많은 작품 중 가장 종교개혁적인신학을 담고 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카라바조의 살인사건에는 어떤 사연이? 이러저러한 사유로 카라바조는 거의 노숙자 신세가 된다. 불량배 건달 친구들과 어울려 로마의 밤거리를 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카라바조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라누치오 토마소니와 사소한 내기 게임을 하는 중에 판돈 문제로 패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카라바조와 토마소니 사이에 일대일 격투로 변했고, 카라바조는 토마소니의 하복부를 단검으로 찌르고 만다. 카라바조도 머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칼에 찔린 토마소니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곤 도피 생활이 시작된다. 도피 생활 중 유력자의 도움을 받아 은신하며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도피자로서의 그의 불안한 심리는 그 당시 그린 엠마오의 저녁식사두 번째 판에 스며들어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카라바조의 작품만큼이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카라바조연구자들의 저술과 인터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두 가지 귀중한 자료를 전해주고 있다. 카라바조가 이 땅에 머물렀던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초반의 예술계의 현황, 그리고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에 의해 주도되었던 종교개혁의 여파와 가톨릭교회의 개혁 운동이 맞물려 있던 교회의 움직임이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글의 중간 중간 들어있는 카라바조와 미켈란젤로의 작품 도판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동감이 있다. 책의 부록으로는 한태동 교수의 ‘1차원적 구조‘2차원적 구조로 본 카라바조라는 논문을 기초로 한 글과 카라바조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17세기 문헌과 기록이 함께 실려 있다. 이 또한 귀한 자료이다      

 

 

 

 

    

P.S : 책표지 그림은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이다. 다윗은 목이 잘려진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표정에 시선이 간다. 골리앗은 아니, 내가 저런 꼬마한테...” 한편 다윗은 거봐, 내가 뭐랬어. 까불지 말라고 했잖아..” 다윗의 얼굴엔 골리앗을 향한 연민의 감정도 묻어있다. (쎄인트의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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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6-04-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바조의 뒷 얘기가 이렇게 파란만장한지 몰랐네요-, 덕분에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쎄인트saint 2016-04-15 10:41   좋아요 1 | URL
예...저도 이번 기회에 카라바조 팬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안에선 카라바조가 이미 국민의 문화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고, 현재 유럽에선 카라바조 광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