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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 동아시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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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여러 갈래로 서로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일례로 들면 기후 문제는 전염병과 연관 됩니다. 경제하고도 관계가 있습니다. 결국은 인간의 생사문제로 귀결됩니다. 지난 50년간 과학은 인간의 삶에 많은 기여를 한 만큼,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발달된 과학의 힘이 프랑켄슈타인이 되어 나의 목을 죌 날이 언젠가 올것입니다. 과학이 우리의 삶을 좀 더 편하게 만든다는 객관적인 평가가 따르지만, 삶의 질까지도 근본적으로 개선 시켜 준다는 것은 그 누구도 강력하게 주장을 못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진도가 빠른 것이 '과학'입니다. 밀실에서 무언가 못 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그룹들도 있지만 과학은 그 빠름으로 정치, 경제, 예술, 지성의 지표를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과학은 그 동안 인간들이 궁금해 하던 것들을 하나하나 규명해주고 있지요.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들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실히 그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생각이 모아져야하고, 대화가 필요합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유대인 사상가 중 하나로 알려진 마르틴 부버는 그의 책 『나와 너』를 통해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부버에 의하면 관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나와 그것’ 이라는 독백(monologue)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너’라고 하는 대화(dialogue)의 관계라는 것이지요. ‘나와 그것’의 관계는 우리가 대하는 사람들이나 사물들을 그 이용 가치로 따져보는 관계입니다.  반면 ‘나와 너’라고 하는 대화(dialogue) 관계는  서로가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이해관계를 고려함이 없이, 순수한 두 존재가 그대로 만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생긴 유대관계에서는 서로 북돋아주고 서로 자라게 해주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이 책을 보면 이미 오래 전 이 땅을 떠난 마르틴 부버가 흐뭇해할 것 같습니다. 책에 소개되는 2인 1조의 대화를 보면, 한 테이블에서 서로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각기 입맛에 맞는 음식에 젓가락을 자주 움직이면서 정겹게 식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과학과 문화'입니다. 과학이니 인문학이니 구분을 둔 것은 완전히 인간의 편의상 구분이지요. 과학 속에 인문학이 있고 인문학 속에 과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사람들이 과학 그룹에 속하면 과학적으로, 인문학 그룹에 들어가면 인문학적인 사고로 생활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사는 것이지요. 안 그러면 왕따가 될지 모르니까요.



22개의 테이블에서 44명의 사람들이 대화를 나눕니다. 생물학자와 철학자가 만나고, 심리학자와 소설가가, 저술가와 안무가, 예술가와 생물학자, 환경운동가와 기후학자, 영화감독과 심리학자, 수학자와 큐레이터, 진화 심리학자와 다큐멘타리 영화 제작가 등등. 어찌 생각하면 서로 대화의 공통점이 모아지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각기 화기애애한 테이블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공통점은 그들이 각기 그들의 분야에서 한 가닥씩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남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귀는 없고 입만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리고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겸손'입니다. 


그 중 한 테이블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생물학자와 대니얼 데넷이라는 철학자가 만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책도 많이 쓰고,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 테마는 [진화철학]입니다.  버트런드 러셀이 한 말을 먼저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과학은 우리가 아는 것이고 철학은 우리가 모르는 것"  철학자는 우리가 철학을 제대로 하려면 '철학사'를 공부하라고 권유합니다. 왜냐하면 철학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같은 소리를 또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 점에 대해 생물학자도 공감합니다. 과학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이 서로 융합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표현하는군요. 마치 두 척의 배가 나란히 서서 밧줄로 서로를 묶으려 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서로 상대편 배에 밧줄을 던지기는 했지만 배는 아직도 서로 삐걱거리며 부딪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밧줄을 너무 심하게 잡아당기기도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합니다. 두 분야가 워낙 오랫동안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해온 터라 상호간에 불안감이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일단 서로 단단히 묶이기만 하면 괜찮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동안 두 척의 배는 심하게 흔들리면서 서로 부딪힐 것이고, 지금 우리가 이 과정을 지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햄릿에 나오는 대사 하나를 옮기면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이 세상에서는 자네가 배운 학문으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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