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 명작에서 훔친 위대한 통찰
안상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같은 책을 읽어도 각기 읽는 사람에 따라서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무엇을 느끼는가? 문장의 기술인가?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성품인가?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 너의 모습이 어떤 융화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경영은 경영학 전공자와 경영분야의 전문가들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인생도 경영이다. 그래서 ‘인생경영’이란 말이 만들어졌다.

소설의 특징은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다. 그러나 그 갈등을 갈등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긍정의 모습, 너와 내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합일점을 찾고, 나 자신이 겉돌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지혜로운 소설 읽기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명작에서 훔친 위대한 통찰’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폭 넓은 독서와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그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조분하게 들려주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일상에 가로막힌 자기 삶의 새로운 영역을 펼쳐 보일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책을 선정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책의 내용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극복한 계기를 찾아본다. 2부에선 우리 시대에 새롭게 정립해 보아야할 일의 자세와 기술을, 3부에선 삶의 방식을 개척해 낸 사람들을 통해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마지막 4부에선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들을 말해주는 책들을 살펴본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소개하면서, 카프카가 그의 일기에 남긴 글을 인용했다.
“나의 머릿속에 있는 세계는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나를 해방시킬 것이며, 나를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그것들을 해방시킬 것인가?”
카프카 자신이 해방구로 택한 것은 글쓰기였다. 그러나 그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그것들을 해방시키길 원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밤잠 안자고 흰 새벽을 맞이하도록 글을 쓴 카프카는 사무실(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 몇 번이나 꿈을 꾸면서까지 졸았다. 급기야 이 이야기가 그의 아버지 귀에 들어가고 그의 아버진 노발대발 화를 냈지만, 카프카는 이렇게 쓴다.
‘그러나 나는 오늘밤에도 계속 쓸 작정이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글들을 읽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읽혀질 것이다.

저자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펼치면서,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세우스는 아리아드네로부터 배운 대로 그 미로에 실타래를 이용하여 들어가고 나오는데, 미궁에 빠진 우리의 삶을 돌아볼 때 꼭 필요한 것은 이 아리아드네의 실(Thread of Ariadne)같은 것이 아닐까 ? 라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자문자답하길, 그의 실타래는 독서였던 것 같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용기도 얻고 미래도 생각하게 되었고 꿈도 구체적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삶의 고비마다 책이 가야할 길의 이정표로 실타래처럼 길을 밝혀줬고, 돌아가야 할 때에는 도돌이표처럼 성찰의 표식을 남겨 주었다. 그동안 읽었던 한 권 한 권의 책들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그를 지탱해주고, 그의 길을 알려주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의 일상을 유지해주고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길을 잃지 않게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실타래, 그것을 찾아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희랍인 조르바’라고도 번역되기도 함)
그리스의 문학가이자 혁명가였던 카잔차키스의 역작인 ‘조르바’를 저자의 시각을 빌려 다시 접한다. 여담이지만, 내게도 조르바의 그 열정을 잠시라도 빌리고 싶어서 인터넷 어느 동호회 카페에서 닉네임을 ‘조르바’라고 쓴 적도 있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 일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친구이자, 스승, 동업자였던 실존인물이다. 30 여 년 전 이 책을 읽고 그 후 몇 년 지나서 다시 읽은 책이기도 하다. TV에서 주말의 명화로 2~3번 보기도 했다. 성격배우 앤소니 퀸이 조르바 역을 맡았는데 참 적격이었다고 생각했었다.  
극중 ‘조르바 댄스’가 있다. 모닥불 주위에서 처음에는 조르바 혼자, 나중엔 책속에서 ‘나’로 상징되는 카잔차키스와 춤판을 벌인다. 춤이라기보다는 율동에 가까웠지만 그 음악은 가끔 내 머릿속에서, 가슴에서 오르내리곤 했다. 처음엔 차분하게 그러나 점점 빨라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춘다. 이어지는 적막감.
‘조르바 댄스’를 듣다보면 M. Ravel의 'Bolero'가 연상된다. 그만큼 ‘애잔한 열정’이 스며있다. 나 역시 조르바를 통해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마에는 '내 맘대로'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가슴에는 '자유를 위해' 라는 깃발이 꽂혔으며, 팔과 다리에는 ‘세상을 정복 한다’ 는 이상이 근육으로 뭉쳐진 조르바.
자신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삶을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르바는 삶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향한 자유를 꿈꾸는가?”
저자는 경영학이나 자기계발서는 삶의 기술들만 풀어놓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을 비롯한 문학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저자 역시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정리한 끝부분에는 위와 같은 질문을 남긴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내가 오래전 읽은 ‘갈매기의 꿈’은 책의 절반 이상이 갈매기 사진이었다.
'Be' 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영화 주제가는 상당히 오랫동안 Radio에서 흘러나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중간 점검하기’를 배웠다고 한다.
나는 것은 갈매기의 권리다. 갈매기는 날아다닐 때 비로소 갈매기다.
날아야 자유롭다. 자유란 그 존재의 본질이라고도 표현된다.
저자는 묻는다. 인간의 본질은 뭘까?  아니 나의 본질은 뭘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그것을 할 때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뭘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우리는 우리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야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내면에 잠재된 새로운 가치를 찾고 그것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 공감을 표한다. 외부의 시선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서 정작 내가 봐야 할 것, 소중하게 챙겨야 할 것을 놓치기 쉬운 우리의 일상에서 저자처럼, 저자의 방식대로 소설을 읽고 정리하며, 질문을 해보는 것도 나의 삶에 향기를 더해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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