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네 마리 입양 시키기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1
마릴린 색스 지음, 로잰 리트징어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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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꾸러기 문고의 신간이다. 내가 꾸러기 문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창비의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데, 초등 저, 중학년에게 알맞은 장정과 글자 크기 그리고 책의 두께 때문이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도 이 정도 두께와 가벼움을 지닌 책이라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학년들은 특히나 겉보기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요즘 귀차니스트 초등학생들은 어려워 보이는 책엔 접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양이..'는 쉽게 손이 갈 책이다. 내용면에서도 잘 넘어가는 문체, 특별 할 것 없는 일상적 분위기를 끌고 가는 적당한 긴장감,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무게감이 공존한다. 요즘 번역되는 일련의 미국 작가들의 책을 보면 그들의 출생 연도와 상관없이 적당히 가볍고 그 만큼 적당히 심각한 특징이 있다.

이들의 책은 인생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인생의 어두운 곳과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긍정적으로 제시한다. 그런데도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거나 가슴 절절한 감동을 받긴 힘들었다. 하지만 꼭 그것이 단점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이 아이들 수준에 맞는, 생각해볼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책에 친숙하게 다가가야 내용도 읽고 감화도 받는 것이니까.

'고양이...'도 그런 지극히 미국적인 책들 중의 한 권이다. 가난한 거리에 사는 아이, 엄마가 직장에 나가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지내야 하는 열 살 소녀 릴리. 릴리는 괴팍한 프리먼 아저씨가 베풀어 준 한 번의 친절에 감동 받는다. 그 아저씨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에 릴리가 프리먼 아저씨의 못생기고 사나운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이웃으로서의 책임을 다한다. 새로 고양이의 주인이 되는 세 명의 어른들과 집 주인, 새로 이사 오는 할머니들 모두 개성있는 인물들로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못 생긴 고양이들에게 아이다운 연민과 애정을 쏟는 릴리와 소박하게 살아가는 주변의 인물들이 거리감이 없이 친숙하게 읽힌다.

설명하는 것 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더 강한 설득력을 갖는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릴 리와 주변 인물들은 부유한 인물들이 아닌데 그런 인물들이 못나거나 불쌍하게 그려지지 않은 점이 맘에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어도 무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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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여름 - 소년한길 소년소설 1
베치 바이어스 지음, 테드 코코니스 그림, 김영진 옮김 / 한길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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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평가는 좋은 작품이라면 사소한 일상의 대화에서도 확 낚아채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인생이라던가, 감동이라던가... <열네 살의 여름>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뭔가 그 확 낚아 채지는 게 있다. 사춘기를 앓는 청소년 들이 읽는다면 자기 마음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쟈스민 결혼식에 가다> 류의 소설을 읽은 그런 향수가 밀려왔다.

사라와 완다, 챨리 남매는 6년 전 엄마를 잃고 고모 밑에서 산다. 한 번씩 주말에 오는 아빠에 대한 원망과 잔소리 쟁이 고모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사라지만 자폐증세를 보이는 찰리를 생각하는 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열네살 청춘이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는 외침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것은 남을 해코지 하기 위함도 아니고 자기를 몰락시키려고 함도 아닌데 나름대로는 죽고 싶을 만큼 절실하고 위험하다. 그런 감정들이 찰리의 실종 사건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함으로써 포기하고 체념하며 인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포기나 체념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패배의식 같은 걸 말하진 않는다. 받아 들이고 그것을 발판으로 긍정적으로 나가는 희망 같은 게 이 책에는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계단론'이 그것인데 높이가 다른 계단을 올라 가는 것, 아빠는 지쳐저 저만큼의 아래 계단에서 쉬고 있다는 것. 성숙이란 내가 크는 것 만큼 남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라는 보여주고 있다. 번역도 청소년의 수준에 맞게 감각적이고 삽화도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었다. 중학생 도서로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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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그림책은 내 친구 2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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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문학적 상상력으로 채워진 소심한 여자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소심함도 두려움도 물리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면 그건 사랑이다. 우리는 살면서 그런 터널을 통과해야 할 일들을 많이 겪는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야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그런데 형제나 남매는 가족이기에 오히려 불신이나 불협화음에도 익숙하게 그냥 적응해버리고 마는 것 같다.

그래서 <터널>은 우리가 익숙하게 적응해 왔던 불협화음에 대해 생각해 볼 빌미를 제공한다. 어른도 마찬가지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더욱 개성을 인정하는데 서툴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다름'은 곧 '왕따'의 시발점이다. 그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정하느냐에 '조화와 소통의 열쇠'가 있다. 작가는 '터널'을 어떻게 소통의 공간으로 열어 놓았을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도 같이 터널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두 아이, 나이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다. 단지 그 뿐이다. 그런데 두 아이에겐 마치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그 다름을 이렇게 표현했다. 동화책과 축구공.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精,動을 이렇게 상징적으로 잘 표현해 주는 물건이 또 있을까.그 배경으로 우아하고 고급스런 벽지와 튼튼한 붉은 벽돌담이 대비되어 있다.

그리고 첫 페이지엔 그 벽지와 벽돌담을 배경으로 같은 느낌의 서로 다른 두 아이가 나란히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액자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세계에만 갇혀 있으려는 고집스런 표정과 소녀적인 예민함, 소년의 냉소적인 웃음기가 보일 듯 말 듯 그려져 있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자신은 드러내되 상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독선이 읽히기도 한다. 또래의 독자가 읽었을 때 충분히 동일시가 가능한 표정들이다. 정적이거나 동적이거나, 자기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이라면 모두 그 표정에서 자기 모습을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것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 점에서 작가는 첫 장부터 어린 독자들에게 안정감이란 방석을 깔아 주었다. 그 방석에 앉아 편안히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 틀어박히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내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충돌이 담담하고 일상적인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보다 못한 엄마에게 내쫓긴 두 아이가 간 곳은 쓰레기장, 일상의 찌꺼기가 모여 있는 곳이다. 찌꺼기는 모이면 배설을 해야하는 법, 그 곳에 터널이 있었다.

오빠는 마치 '뻥' 하고 공을 차듯 주저함 없이 터널로 들어가 버리고, 누이는 책을 펼치듯 터널 속의 공간을 상상하고 또 오빠의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한다. 누이에겐 오빠가 등을 돌리고 미지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공포였다. 내 곁에 있는 형제가 등 돌리고 차가운 돌이 되듯 남처럼 생활한다면, 세상은 온통 어둡고 외롭고 불안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숲 속을 도망치듯 오빠를 찾아다니는 동생의 모습엔 외로움과 두려움이 잔뜩 배어있다.

늑대, 곰, 괴물로 보이는 나무들은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누이의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런 무서운 세상에서 발견한 오빠. 그 존재는 더러 차갑고 불완전하고, 나하고 많이 다르더라도 내가 먼저 껴안음으로써 내 편이 되고야 만다. 돌로 굳어버린 오빠를 끌어안는 동생의 암담하고 막막한 심정과 서서히 사람으로 돌아오는 오빠...박제된 듯한 그림에서 풍겨 오는 따듯함의 의외성은 우리가 핏줄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핵가족 시대, '둘'이라는 울타리는 티격태격할 수 있는 '좁음'을 언제나 안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툼이 일상화 되어버린 형제들이 많다. 그런 다툼을 보고 있으면 양보나 화해, 용서라는 미덕은 아예 아이들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가정에서 연습되지 않은 용서와 배려가 어찌 사회에서 발현되길 바라겠는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절로 열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우리 집 두 아이를 모두 <터널> 안으로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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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인디언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어린이들의 생활 3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22
미셸 피크말 지음, 정재곤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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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인디언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문화도감 같은 느낌이 책이다. 실제 사진과 생활 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도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도감은 설명글 위주이고 이 책은 어린이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책들은 목적이 있는 책이어서 그 이야기를 이야기 그대로 재미있게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거 같다.

먼저 우리 집 꼬마는 ....했을까, ...무엇일까, ...살았을까. 이런 류의 제목들은 척 보기만해도 재미없다고 안 본다고 한다. 기획자는 나름대로 실물 사진, 그림, 이야기 등으로 재미있게 꾸민다고 꾸몄는데도 저학년이 보기에는 글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읽어 본 결과 재미있는 책이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려 준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다양한 구성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둘째를 데리고 앉아 읽어 주기를 시도했다. 한 번에 읽어주기엔 양도 많고 입말체가 아니라 몹시 딱딱하다. 그래서 눈으로 훑어 읽으면서 이야기를 들려 주듯이 한 권을 마스터 했다.

애가 지루하게 여길 때 쯤이면 그만두기를 반복하여 이틀에 걸쳐 네 번으로 나누어 읽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들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단번에 혼자서 읽을 수 있는 수준인데, 저학년이거나 문학작품만 읽으려 드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방법을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렇게 한 번 읽어 준 이후로는 아이가 재밌다고 혼자 읽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 책이 시리즈가 있는 걸로 아는데 시리즈들도 다 볼 생각이다. 한 가지 흠은 책 값이 좀 비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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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송기엽,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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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좀 부정적으로 뽑았지만 내용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별 네개를 주었다시피,유아부터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부담 없고 쉬운 책이다. 학교 자료용으로도 추천하고 싶다.
봄에 돋는 새싹, 잎보다 먼저 피는 꽃,잎이 돋은 뒤에 피는 꽃,여름에 산에서 피는 꽃,산에서 따먹는 열매,나무이 생김새도 가지가지,잎의 생김새도 가지가지,가을 단풍과 낙엽,과일나무,여러가지 열매,꽃모양도 가지가지,가시로 몸을 지키는 식물,나무의 외투,줄기 껍질, 겨울눈도 가지가지,즐거운 나무 관찰,찾아보기...이렇게 소제목을 일일이 다 적은 것은 이보다 더 자세한 책 소개는 없겠기 때문이다.

난 뭐, 보리 식물 도감, 나무 도감 다 있으니까...하는 분들도 필요한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 사진가들이 찎은 사진이라 평범한 나무도 예술적으로 찍었고 포착하기 힘든 순간의 사진도 많다. 무엇보다 글이 적고 사진으로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림책 보듯이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굳이 흠을 찾자면 제목에 합당한 이야기가 없는 것, 분류기준이 제시 되지 않아서 즉흥적으로 보이는 것 등인데 어차피 자세한 도감이 아니라 그것이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 거의 근접 부분 촬영을 한 사진들이라 눈으로 볼 수 없는 세밀한 부분들이 눈에 쉽게 들어 오는 것도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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