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욕심내는 일이
부질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바보 같이 욕심을 내었구나.
내가 너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한 날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가난한 여자가 되어
맨 발로 네 가슴속에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잎을 채 떨어내지 못한
싸리나무 위를 불어가는 바람이
발밑으로 구슬처럼 쏟아질 것 같은 저녁
오늘도 나는 너의 이름으로
내 심장을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낸다.
베이는 줄도 모르게 붉은 심장
예리하게 베이고 나면 그제야 서늘해져
몸부림치고 심장으로부터 전신으로 스며 나오는
투명화된 소름 돋는 세포마다
흐느끼는 소리, 온 몸에 귀를 닫는다.